올 봄에 없앤 의무경찰… 흉악범죄 기승에 재도입 검토
국방력 감소 등 우려 목소리도
가석방 없는 무기형 도입 추진
한덕수 국무총리는 23일 흉악범죄 대책과 관련해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도입을 추진하고, 공중협박·공공장소 흉기소지 등에 대한 처벌 규정을 신속히 신설하겠다"며 "치안업무를 경찰 업무의 최우선 순위로 두고 경찰조직을 재편하고, 의무경찰제의 재도입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한 이상동기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국무총리 담화문을 통해서. 담화문 발표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등이 배석했다.
정부는 최근 신림역과 분당 서현역, 신림동 등산로 등에서 연달아 흉악범죄가 발생하고 모방범죄를 예고하는 온라인·SNS 글까지 급속도로 퍼지자 경찰 치안력을 확대하고, 흉악범죄자에 대한 처벌수위도 고강도로 높이는 대책을 내놨다. 구체적으로 특별치안활동을 당분간 유지하고, 경찰력 거점배치 등 순찰도 강화한다.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해 CCTV·보안등·비상벨 등 범죄예방 기반시설도 확충하기로 했다.
특히 올해 4월을 끝으로 폐지됐던 의무경찰제를 재도입하고,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도입과 공중협박·공공장소 흉기소지 등에 대한 처벌 규정 신설 등이 추진될 전망이다.
경찰은 우선 의무경찰 8000명을 순차 채용하는 방안을 국방부와 협의할 예정이다. 윤 청장은 "4∼5년 전까지도 의경이 2만5000명 있었는데, 그때만큼은 아니더라도 최근의 범죄·테러·재난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24시간 상주 자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든다"며 "흔히 '14만 경찰'이라고 얘기하지만, 길거리에서 (치안) 활동을 할 수 있는 경력은 4분의 1정도인 3만명 정도다. 지구대, 파출소 등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안 등 현장에서 직접 활동하는 인력을 늘리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신속대응팀 3500명, 주요 대도시 거점 방범순찰팀 4000명 등 7500∼8000명 정도 의무경찰을 순차 채용할 계획이다. 국방부 협의에 따라 대략 7∼8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의무경찰은 만연한 구타와 가혹행위 등으로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폐지 권고를 받은 바 있다. 병역의무자 규모가 줄고 있다는 점도 의무경찰 폐지의 한 원인이기 때문에 국방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당장 의무경찰을 현장에 투입해 부족한 경찰력을 보완한다는 장점이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전문성 있는 경찰인력을 충원해야 치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한 총리는 "무고한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이상동기범죄'는 우리 사회의 상식과 기본질서를 깨트리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이상동기범죄'로부터 국민의 안전한 일상과 생명을 반드시 지켜낸다는 정부의 비상한 각오로 우리의 치안력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치안강화와와 함께 정신질환자 등에 대한 관리체계도 손을 보기로 했다. 한 총리는 "국민의 정신건강에 대한 관리도 개선하겠다"며 "중증정신질환자에 대해서는 적기에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법입원제'의 도입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조 장관은 "사법입원제 도입을 위해서는 병원 인력 확충과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며 "국내 병상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교해 적지 않은 수준"이라고 부연했다.
흉악범죄 피해자를 위한 대책도 마련한다. 한 총리는 "범죄피해자에게 법률·경제·심리·고용·복지 등 다양한 지원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원스톱 솔루션센터' 설치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며 "피해자 치료비, 간병비, 치료부대비용에 대한 지원도 확대해 나가겠다"고 공언했다. 한 장관은 "범죄 피해자 구호가 대단히 중요하고 우선적으로 쓰여야 할 예산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법무부는 최근 서현역 흉기난동 피해자에게 검찰이 먼저 지급보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 총리는 "무엇보다, 지금은 우리사회의 공동체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 고립된 사람들을 연결하고,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는 협력의 정신을 되찾아야 한다"며 "신뢰와 포용에 바탕을 둔 사회적 자본을 쌓아나가는데, 국민 여러분께서도 적극 협력하고, 힘을 보태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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