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방류’ 긴장의 후쿠시마 日 현지 르포 “24일 오후 1시 방류 시작” 오염수 희석 확인작업 착수 원전 사고 10년 넘었지만 어획량 20% 수준에 그쳐 이미 전복·가리비 가격 뚝 수출용 냉동 조개류 거래 ↓ 도쿄전력, 가격하락·매출감소분 배상키로
“바다는 생명의 근원입니다. 그곳에 오염수를 흘려보내서는 안 됩니다.”
일본 정부,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를 24일 오후 1시에 시작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23일 저녁 후쿠시마역 근처에서 퇴근을 서두르는 시민들 사이로 한 여성의 목소리가 카랑카랑 울렸다. 그의 목소리에서 임박한 방류를 막고 싶은 조급함과 긴장감이 묻어났다.
이 여성과 동료는 “오염수 방류를 절대 반대하며, 후쿠시마현이 방류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교도통신은 이날 오염수 방류가 이르면 이튿날 오후 1시에 시작된다고 보도했다. 도쿄전력은 오염수의 최초 방류에 앞서 오염수가 계획대로 희석되는지 확인하는 작업에 22일 착수했다. 이날 도쿄전력은 오염수 약 1t을 희석 설비로 보냈고, 바닷물 1200t을 혼합해 대형 수조에 담았다. 수조에서 채취한 표본의 삼중수소(3H) 농도가 방류 기준치인 1ℓ당 1500㏃(베크렐) 이하로 확인되고, 기상 상황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오염수 방류는 예정대로 24일에 개시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전력은 이후 하루에 약 460t의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해 방류하는 작업을 17일간 진행, 일차적으로 오염수 7800t을 바다로 내보낸다는 계획이다.
현지 50대 택시기사 쓰노다 다카오씨는 “얼마나 걱정이 많겠냐”며 어민들을 걱정했다. 쓰노다씨는 “정부야 방류를 해야 하니 안전하다고 강조하지만 후쿠시마 바다에서 나는 물고기를 먹는 사람들이야 걱정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다른 지역이나 외국에서라면 더 그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건 모르지만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계속 오염수를 끌어안고 살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냐”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이렇게 오염수 방류를 지켜보는 후쿠시마 주민들의 속내는 복잡해 보였다. 오염수 처리의 불가피성이야 동의하지만 그 방식이 해양 방류여야 하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가진 듯했다. 무엇보다 해안 지역에서 어업을 기반으로 하는 같은 지역민의 어려운 처지에 대한 걱정이 컸다.
일본 언론이 전하는 오염수 방류 찬성 의견은 대체로 절반을 넘는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19∼2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53%를 기록했다. 아사히 조사에서 방류 찬성 의견은 지난해 2월 42%였고, 이후 점차 상승해 지난달에는 51%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반대 의견은 45%에서 40%로 줄었다.
그러나 후쿠시마현과 인근 미야기현, 이바라키현 주민들의 시선은 다르다. 특히 어민들의 불만은 깊다. 후쿠시마현 소마시에서 어업을 하는 40대 어민은 후쿠시마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들 세대가 되어서도 어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라고 토로했다. 그는 “힘들여 잡은 물고기를 좋은 가격으로 파는 게 어부의 일인데 소마의 생선 가격이 내려가면 생계의 전제가 무너진다”고 걱정했다.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서 수산물 거래업을 하는 하가 후미오씨는 오염수를 계속 육상 탱크에 보관하는 어려움은 안다면서도 “바다를 직장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앞으로도 (오염수 방류에) 반대한다는 입장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염수 방류와 관련된 영향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미야기현 어시장에서는 전복 거래 가격이 내려갔고, 지난해 가을 이래 좋은 가격 흐름을 보였던 가리비 가격 역시 악화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특히 수출용 냉동 조개류 거래가 격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야기현 센다이시에서 냉동 굴 등을 수출하는 회사를 운영 중인 한 수산물 업자는 싱가포르 거래처에서 ‘미야기산’ 표기를 ‘일본산’으로 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이 업자는 요미우리신문에 “싱가포르는 2년 전 일본 수산물 수입 규제를 풀었지만 최근 (오염수) 해양 방류에 관한 보도가 많아지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원전 사고 후쿠시마 인근 지역 수산물을 꺼리던 거래처들을 겨우 설득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생각하던 차에 해양 방류가 결정됐다”고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민들은 생계를 이어 가기 힘들 수 있다는 불안마저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후쿠시마 어획량이나 수산물 거래액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과 비교하면 형편없는 수준이다. 지난해 후쿠시마 연안어업 어획량은 원전 사고 전인 2010년의 20%를 조금 넘는 5603t, 거래액은 40%를 조금 넘는 35억엔(321억원)에 머물렀다. 후쿠시마의 어업이 사고 후 10년을 넘기고도 좀체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일부 후쿠시마 주민은 다음달 오염수 방류 금지 소송을 법원에 낸다는 계획이다.
일본 정부,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어민들의 불안을 다독이기 위한 대책에 골몰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마련한 800억엔(약 7300억원) 규모의 기금은 수산물 수요 감소 대응, 새로운 어장 및 시장 개척 등을 위한 것이다. 도쿄전력은 풍평 피해(오염수 방류에 따른 근거 없는 방사능 오염 등에 관한 소문)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보전하기 위한 대책을 구체화했다. 오염수 방출에 따른 풍평 피해가 발생할 경우 가격 하락, 매출 감소분을 배상하기로 하고 10월2일부터 피해 신고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