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 "왱~" 사이렌 울리자… 15분간 전국이 '잠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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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2시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세차게 내리는 빗속에서 사이렌 소리가 울리자 공무원들은 시민들에게 "지하철역 대피 공간으로 이동해 달라"고 안내하며 바삐 움직였다.
경기 동두천시 동두천시민회관에선 연막탄이 터지며 50여 명의 주민이 대피소로 향했다.
영등포구청역 일대에서도 통제에 화가 난 일부 시민들이 공무원 안내를 무시한 채 행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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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세종대로 등 주요 차도 교통 통제
텅 빈 거리, 생소한 풍경 신기한 외국인
"아직도 해?" 불만, 우왕좌왕 시민들도
”왱~”
23일 오후 2시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세차게 내리는 빗속에서 사이렌 소리가 울리자 공무원들은 시민들에게 “지하철역 대피 공간으로 이동해 달라”고 안내하며 바삐 움직였다. 지하철 역사에는 비상시 국민행동요령을 알리는 라디오 실황 중계도 흘러나왔다. 6년 만에 전 국민이 참여하는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에 시민들은 대체로 협조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우왕좌왕하거나 훈련 상황을 무시한 채 외부로 나가려다 제지를 받고 경찰 등과 옥신각신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훈련은 공습경보(오후 2시)-경계경보(오후 2시 15분), 경보해제(오후 2시 20분) 순으로 진행됐다. 집중호우와 태풍 ‘카눈’ 피해로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된 전국 43개 지자체는 제외됐다.
오후 2시 공습경보에 세종대로 사거리부터 서울역 일대 중간 차로는 마치 명절 연휴를 연상케 할 만큼 일순간에 텅 비었다. 경찰이 일제히 세종대로 진입 차량들을 통제했고, 대로변 버스 등도 모두 이동을 멈춘 채 도로 가장자리에 정차했다. 적막한 차도에 전투복을 입고 소총을 든 군인들이 등장하자 신기한 듯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외국인도 있었다. 가족들과 함께 한국에 왔다는 영국 출신 사이먼(40)은 “갑자기 지하로 들어가라고 해 겁이 났는데 훈련이라고 해 안심했다”며 “한국이 휴전 중이라는 상황이 새삼 실감났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국생활 7년 차라는 미국인 케이티(39)도 “놀라진 않았지만 전 국민이 참여하는 훈련이라니 신기하긴 하다”고 말했다.
강원도와 경기도 접경지역과 해안가 등에서는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훈련이 더해졌다. 경기 동두천시 동두천시민회관에선 연막탄이 터지며 50여 명의 주민이 대피소로 향했다. 훈련이 없어 6년간 닫혀 있던 대피소엔 화장실과 침구류, 각종 비상식량, 상비약품, 성냥 등이 마련돼 있었다. 한 주민은 “40년 넘게 살면서 대피소를 처음 알았다”며 “한 달은 버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인천시 옹진군 영종도에서는 북한의 기습 포격도발을 가정한 ‘서해5도 주민 출도 및 구호훈련’이 이뤄졌다. 해경이 경비정과 공기부양정, 헬기 등을 동원해 주민들을 태우고 영종도 소재 공기부양정 기지로 대피시키는 가상 시나리오 훈련이 이어졌다.
훈련 도중 거리를 걷는 등 제대로 협조하지 않거나 외부 통행 제한에 불만을 제기하는 반응도 있었다. 광화문역 지하로 다시 내려갈 것을 요청받은 한 시민은 “아직도 안 끝났냐”며 볼멘소리를 냈다. 영등포구청역 일대에서도 통제에 화가 난 일부 시민들이 공무원 안내를 무시한 채 행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온라인 등엔 사이렌 소리나 안내 방송이 제대로 안 들렸다는 글도 잇따라 올라왔다. 서울지하철 1호선을 타고 노량진으로 향하던 강현진(35)씨는 “지하철 방송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며 “시민들이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행정안전부는 “사이렌 외에 재난 문자와 라디오 방송 등으로 훈련 실시 안내를 했다”며 “지자체들이 사이렌 가청률(실제로 청취할 수 있는 정도) 조사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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