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해외부동산 투자 회수 지연 공통점은?

백지현 2023. 8. 23.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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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평 23일 금융부문 리스크 점검 세미나
국내 증권사 해외부동산 익스포져 10.8조 규모
'B급 오피스·중순위 대출' 중심으로 회수 지연

2018~2019년 집중적으로 이뤄진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부동산 투자가 새로운 위험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금 회수 지연 사례 대부분이 4000억원 미만의 B급 건물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도시 중심에 위치한 우량 자산 위주로 수요가 재편되면서 도시 외곽의 B급 건물들의 공실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담보권이 없는 지분투자나 중순위 대출 방식으로 투자를 집행해 원금 손실 가능성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사 해외부동산 익스포져 11조...미국·유럽 오피스 대부분

한국기업평가는 23일 '해외부동산 대체투자위험의 유형별 추이와 시사점'을 주제로 금융부문 리스크 점검 웨비나를 개최했다. 

한기평으로부터 신용등급을 부여받은 23곳 증권사의 3월말 기준 해외대체자산 투자규모는 14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SOC를 제외한 부동산 익스포져는 10조8000억원이다. 

대형사의 경우 9조2000억원으로 평균 자기자본 대비 19.6% 수준이다. 투자형태로는 집합투자증권·리츠·지분증권 형태가 가장 많았다. 중소형 증권사는 1조6000억원으로 평균 자기자본대비 익스포져는 9.6%였다. 대형사와 달리 우발채무 형태의 투자가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역별 익스포져는 미국과 유럽이 각각 46%, 37%로 양분하고 있다. 이중 오피스 비중이 투자잔액의 45%를 차지한다.

투자시점은 2018~2019년이 45% 이상이었다. 기초자산에 대한 최종 투자 트랜치는 대부분 지분 투자(에쿼티) 또는 중순위 대출(메자닌)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해외부동산펀드 설정액이 최고점을 찍었던 2019년 이후, 미국과 유럽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고금리 장기화와 재택근무 상시화로 인해 수요 감소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가격이 내림세를 보이며 손실 경고등이 켜졌다. 

/자료=한국기업평가

'도시외곽 B급 오피스' '담보권없는 후순위' 공통점

단순히 부동산 가격하락만 문제가 아니었다. 국내 증권사들은 해외부동산 투자결정 당시 실사와 하방 시나리오 계획도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기평이 국내 보험 및 증권사 모집금액 2조5000억원 규모의 회수지연 사례를 분석한 결과 투자자산은 매입가 1500억~4000억원의 B급 오피스에 쏠렸다. 

당시 국내 금융회사들은 도시 외곽 테크기업단지에 위치한 B급 오피스를 사들여 펀드를 조성했다. 기존에 도심 상업지구에 있는 고급 신축 건물 위주로 수요가 재편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경우 오스틴·샌프란시스코·맨해튼·피닉스 등 지역에서 공실률이 급등하고 있으며, 유럽 역시 파리 라데팡스·더블린·부다페스트·바르샤바·부카레스트 등 일부 대도시의 공실률은 10%를 웃돈다.

또한 단순히 임대율과 임차인 구성만 살펴보고 계약상 중도퇴거 가능성을 꼼꼼히 살피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문영 한기평 금융3실 실장은 "평균 임대율이 96%, 장기 선임차 확약이었으며 임차인은 글로벌 기업 다수로 구성된 건물"이라며 "그렇다고 하더라도 임차계약 만기 2~3년 전에 6개월에서 1년 사이 임대료를 패널티로 부담하고 중도 퇴거할 수 있는 브레이크옵션이 있는지 등을 검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분투자나 중순위대출 형태가 대부분인 점도 리스크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지분투자는 최우선적으로 손실을 부담하며, 현지은행의 선순위 담보대출을 끼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변제순위에서 선순위에 비해 밀린다. 

정 실장은 "중순위 대출은 부동산 담보권은 없고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지분담보권만 갖는 게 일반적"이라며 "공매 처분시 담보권을 확보하려면 선순위대출을 빼놔야 하는데 선순위 대주가 더 많기 때문에 권리행사를 위해 자금을 더 투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선순위대출의 엄격한 재무적 준수사항도 공통점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담보인정비율(LTV)이 일정 수준을 웃돌거나, 순영업수익이 일정 수준보다 낮을 경우 선순위대출의 원금 전부 또는 일부를 상환하는 디폴트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한기평은 △물건용도 및 자산의 질 △임차구조 △투자 트랜치 △조달 구조 등 측면을 고려해 리스크 높은 자산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김태현 한기평 금융1실 실장은 "국내 금융회사들은 관련 손실이 있더라도 대응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도 "보험, 증권 전반으로 가격 하락세가 가파른 미국 유럽 오피스에 투자비중이 높다는게 부실화 가능성을 높인다"고 밝혔다. 이어 "증권사별로는 익스포져 편차가 있는 편이라 일부 해외부동산 익스포져가 큰 곳은 계속해서 모니터링을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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