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제작 입사자 10명 중 6명이 비정규직
[지상파 비정규직 실태] 라디오 3곳 포함 지상파 13사 비정규직 9199명
프리랜서 32%로 가장 많아, 파견직 비중 늘었다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KBS와 MBC, SBS, EBS를 포함해 주요 지상파방송사 13곳의 비정규직 구성원이 9199명에 이른 것으로 나왔다. 이들 방송사가 2021년 신규 충원한 방송제작 인력의 64%가 비정규직이었다. 불법파견과 위장 프리랜서 고용 관행 등으로 '비정규직 백화점'이라 불린 방송사들이 비정규직 노동에 기대는 악순환을 지속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미디어미래연구소 용역연구로 진행한 '방송사 비정규직 근로여건 개선방안 연구' 결과 보고서를 발간했다. 조사 대상 방송사는 KBS와 MBC, SBS, EBS와 지역사인 TBS, KNN, MBC경남, 대전MBC, 대전방송, 부산MBC, 그리고 라디오사업자인 CBS, 국악방송, 극동방송 등이다.
보고서를 보면 2021년 이들 방송사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종사자 총 9199명 가운데 프리랜서 형태가 2953명으로 32.1%를 차지했다. 파견직은 1769명(19.2%), 용역업체 1406명(15.3%), 자회사 소속이 1333명(14.5%)이었다. 방송사가 직접 고용하는 비정규직인 기간제(계약직)은 1154명(12.5%)으로 가장 낮았다.
전년도와 비교하면 파견 비정규직이 가장 크게 늘었다. 2020년 16.1%에서 2021년 19.2%로 3.2%가량 증가했다. 반면 자회사 소속으로 일하는 비정규직 비중은 21.3%에서 14.5%로 6.8% 줄었다. 가장 많은 프리랜서 비중은 0.8%p 감소해 큰 변동이 없었다.
그해 입사한 방송제작 인력 가운데 64%는 비정규직으로 나타났다. 전체 신규 입사자 977명 가운데 방송제작 종사자가 237명으로 가장 충원이 활발했는데, 비정규직이 이 중 152명에 달하는 반면 정규직은 85명에 그친 것이다. 보고서상 '방송제작'에는 카메라와 영상, 음향, 조명, 미술, 편집 등의 업무가 포함된다. 기자와 PD, 아나운서, 성우, 작가, 리포터는 제외됐다. 조정실과 송출, 중계 업무를 담당하는 '기술직'도 비정규직 입사자가 64명으로 정규직 46명보다 훨씬 많았다. 직종 전체로 넓히면 충원 인원의 45%(977명중 448명)가 비정규직이었다.
연구보고서는 “제작지원 인력의 비정규직 의존도는 증가하고 있다”며 “고용구조의 악순환과 더불어 현재 지상파를 포함한 방송환경의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고용형태로 나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방송직군은 사실상 방송사의 생존 및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방송직의 정규직화를 통해 핵심 역량의 내부화를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운전·경비·미화 최다…작가, 영상미술, 연출지원 순
직종 별로 보면 가장 많은 노동자는 운전·경비·미화로 1500명(16.5%)이었다. 다음은 작가로 1403명(15.3%)이다. 영상미술이 940명(10.2%)을 차지했고, 연출지원이 852명(9.3%), 기타 746명(8.1%). 촬영 623명(6.8%), 기타 경영지원(인사·재무·회계·기획 제외한 총합) 507명(5.5%), 뉴미디어 441명(7.9%) 순으로 많았다.
이어 기타기술직이 422명(4.6%), 기타방송직은 306명(3.3%), 방송편집이 292명(3.2%), 아나운서 269명(2.9%) 제작기술이 152명, 송출기술이 144명, PD가 133명이었다. 특히 영상미술과 연출지원, 뉴미디어 담당 종사자는 전년에 비해 그 비중이 늘었다.
직종에 따라 주된 고용형태도 달랐다. 비정규직 기자 19명은 모두 계약직이었던 반면 PD는 프리랜서가 85.7%(114명)로 가장 많았다. 작가와 아나운서도 프리랜서 형태가 각각 97.4%(1367명), 92.9%(250명)으로 절대적이었다. PD와 작가, 아나운서, 연출지원은 최근 3년 간 이재학 청주방송 PD의 사망 뒤 당사자들이 법적 다툼에 나서면서 노동자성이 높다고 인정받아온 대표 직종이다.
촬영은 파견직이 56.7%로 가장 많았고 프리랜서는 22.2%였다. 연출지원도 파견직이 49.8%였고, 프리랜서가 29.6%로 그 다음으로 많았다. 영상미술은 프리랜서와 자회사, 용역업체가 각각 20%대로 나뉘었다. 방송편집 업무는 무기계약직이 39%로 가장 많았고 프리랜서도 30%나 됐다. 음향과 조명은 프리랜서가 76.4%나 차지했다. 뉴미디어는 계약직이 33.6%, 프리랜서가 30%였다. 송출과 제작기술에선 계약직이 가장 많았는데 각각 63.9%와 43.4%이 계약직이었고, 다음으로는 용역업체나 파견직이 가장 많았다.
한편 방송사들이 인사 담당 총괄부서를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를 채용하는 사례는 전체의 27.5%(2527명)에 그쳤다. 방송사에서 불법파견이나 '무늬만 프리랜서' 등 비정규직에 지휘·감독을 행사하면서도 회사 차원의 고용관계를 부정하는 것이 일상화된 현실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여성은 프리랜서·파견이, 남성은 용역업체·자회사 소속이 많아
방송사 내 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 여성이 55.2%(5078명)로 남성(44.8%)보다 약 10.4%p가 많았다. 성별로 주된 고용형태도 다르게 나타났는데, 여성 노동자는 프리랜서(2344명)이거나 파견 비정규직(983명)인 경우가 가장 많았고, 남성은 용역업체(1066명)와 자회사(944명) 소속이 가장 많았다. 전체 프리랜서 가운데 여성이 79.4%였고, 전체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 중 남성이 75.8%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방송사들이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적용하는 계약과 관련한 주요 문제점으로 “근로계약 거부”를 꼽았다. 공영언론을 포함해 다수 방송사가 노동자성이 뚜렷한 직무에 근로계약을 적용하지 않는 한편 이들의 권리 주장을 원천 차단하려는 '갑질 계약' 조항을 포함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방송사들이 적용하는 프리랜서 계약서를 살핀 결과) 계약서를 작성하더라도 근로계약이 아닌 '프리랜서' 계약서를 작성하고 '어떤 경우에도 노동법에 따른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근로계약이 아니므로 을은 노동관계법에 따른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등 문구를 포함했다”며 “근로계약을 한다고 해도 계약자에 불리한 조항을 넣는 '갑질' 계약서가 문제 되고 있다. 비정규직 입장에서 처우 개선을 요구하면 계약을 종료해버리거나 재계약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재학 CJB청주방송 PD가 2020년 무늬만 프리랜서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며 사망한 뒤 서울과 청주 노동시민사회단체가 꾸린 대책위원회의 요구 끝에 방통위는 지상파방송사 재허가 의결 조건으로 비정규직 근로실태와 처우개선 방안 제출을 부과했다. 방통위는 이듬해 13개사로부터 비정규직 근로실태 자료를 취합해 이번 용역연구를 진행했다. 이번 조사는 지상파방송사들의 업종과 성별, 고용형태별 비정규직 숫자와 비중을 구체적으로 통계 내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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