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과 전문의들 병원 지키게 해달라" 소화기내과 의사들의 하소연, 왜?

정심교 기자 2023. 8. 23. 18: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현웅 대한소화기학회 교육이사가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소화기 세부·분과 전문의의 응시율이 지난해 대비 30.2% 줄어든 현상을 지적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필수의료와 응급의료 현장을 지켜야 할 소화기 세부·분과 전문의가 줄어들고 있다. 소화기내과의 위태로운 인력난을 살펴봐 달라."

23일 '응급의료 및 필수의료로서 소화기 분과, 지속 가능한가?'란 주제로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김재규 대한소화기학회 이사장이 이같이 호소했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대한소화기학회가 주관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내과, 특히 소화기내과의 응급의료·필수의료 현장을 지켜야 할 소화기 세부·분과 전문의의 인력난을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실었다.

2019년 응급실 이용자의 진료과별 현황에 따르면 내과 이용 건수는 100만5866건으로 응급의학과(709만4151명) 다음으로 2위였다. 응급실을 경유한 응급 내과 질환이다. 일산병원에 따르면 응급실을 경유한 입원환자는 소화기내과, 외과, 호흡기내과, 심장내과 순으로 많았다. 내과 중에서도 소화기의 응급질환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이다.

소화기의 응급질환엔 △정맥류 출혈 △상부 위장관 출혈 및 내시경 이물 제거술 △하부 위장관 출혈 및 내시경적 천공 치료술 등이 있다. 이현웅 대한소화기학회 교육이사는 "의료의 고도화, 의사 인력 양성과정에서의 세분화에 따라 의료 현장에선 '포괄적'인 진료 서비스보다는 특정 진료 분야에 대한 '전문성'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며 "응급의료 현장에서 소화기질환의 최종 치료를 담당하는 '소화기 세부·분과 전문의'에 대한 요구도 덩달아 증가하는 이유"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날 김재규 대한소화기학회 이사장은 소화기내과 전문의들이 대거 개원하며 상급종합병원을 이탈하는 상황을 호소하고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정심교 기자

간·대장·위·췌장 등에 생긴 암을 내시경으로 치료하는 일은 이들 소화기 세부·분과 전문의가 담당한다. 소화기 세부·분과 전문의가 되려면 의대 6년, 인턴 1년, 전공의 3년, 전임의 2년을 거쳐야 하는데 남성의 경우 군의관·공중보건의 3년을 포함하면 최대 15년이 걸린다. 그런데 소화기 세부·분과 전문의가 됐다고 해서 수가를 더 받는 건 아니다. 게다가 병원에선 광고할 수도 없다. 오랜 기간 어렵게 공부해 소화기 세부·분과 전문의가 되더라도 별다른 '보상'이 없는 것이다.

이 때문일까? 응급 현장을 24시간 지켜야 할 소화기 세부·분과 전문의가 '급감'하고 있다. 학회에 따르면 소화기 세부·분과 전문의 응시율은 지난해 139명(수년 2년 기준)에서 올해 97명으로 30.2% 줄었다. 상급종합병원에 가느니 개원을 택하겠다는 비율이 늘어난 것이다.

지역별 편차도 벌어졌다. 현재 전국의 소화기 세부·분과 전문의 3459명의 77.8%(2027명)가 도심에, 22.2%(579명)가 지방에 있다. 이현웅 교육이사는 "지방은 소화기 세부·분과 전문의가 부족해 이들이 1인당 감당해야 할 응급 소화기 질환 환자 수가 도심보다 많다"며 "결국 응급의료 서비스의 부실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상부 위장관 출혈에 대한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 내 소화기 세부·분과 전문의 1인당 치료 건수는 도심이 607.8건, 지방이 1328.4건으로 지방 의사의 근무량이 2배에 달했다.

이현웅 교육이사는 "정부가 응급의료기관을 지정할 때 '소화기질환의 시술·입원 등 최종 치료를 할 수 있는 곳'으로 기준을 개정한다면 최종 진료가 가능한 소화기 세부·분과 전문의의 고용이 강화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소화기 전문 진료센터' 지정제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김재규 이사장은 "소화기 세부·분과 전문의가 없어 병원을 옮겨야 하는 고난도 환자에 대한 최종 수용 책임을 소화기 전문 진료센터에 부여하고, 최종 치료를 담당하는 인력에 대해 건강보험 수가 지원을 확대하는 식으로 보상을 강화하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인석 대한소화기학회 보험이사는 이날 주제발표에서 "필수의료·응급의료 현장이 더 이상의 전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 최종 치료를 전담할 수 있게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정심교 기자

응급의료뿐 아니라 필수의료 현장에서 소화기내과 의사의 역할은 강조되고 있다. 필수의료란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분야로서,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으면 생명을 보존할 수 없거나 심신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의료서비스'를 의미한다. 소화기내과 의사들이 필수의료에 더 많이 투입되는 이유는 암 환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21년 우리 국민의 사망원인 1순위는 단연 '암'(10만 명당 161.1명)이었다. 10대 암 가운데 간암(2위), 대장암(3위), 위암(4위), 췌장암(5위), 담낭 및 기타 담도암(6위) 등 5가지 암은 소화기 각각의 세부·분과 전문의가 담당한다. 이인석(가톨릭대 내과학교실) 대한소화기학회 보험이사는 "한국인의 사망 대부분은 중증 난치질환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상급종합병원에서 이런 필수·응급 의료를 최종 책임지려면 소화기 세부분과 전문의를 발굴·지원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임혜성 보건복지부 필수의료총괄과장, 박은철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이인석 대한소화기학회 보험이사와 본지 정심교 기자가 패널로 참석했다. 임혜성 복지부 필수의료총괄과장은 "(세부·분과 전문의처럼) 세부 질환 중심으로 인력을 지원하는 게 맞을 것 같다. 현장에서 목소리를 더 듣겠다"며 "오늘 나온 이야기를 참고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책을 세울지에 대해서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