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핸드볼, 한일전서 종료 1분전 쐐기골...11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
“드디어 들어갔다 싶었네요.”
명불허전이었다.
한국 여자핸드볼의 간판 류은희(33·헝가리 교리)가 일본과의 경기에서 결정적인 골을 터뜨리며 우리나라를 2024 파리 올림픽 본선으로 이끌었다.
여자핸드볼 대표팀은 23일 일본 히로시마 마에다 하우징 동구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아시아 예선 최종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25대24 진땀승을 거뒀다.
앞서 열린 예선전에서 인도(53대14 승), 중국(33대20 승), 카자흐스탄(45대24 승)을 상대로 3연승을 달린 대표팀은 4전 전승(예선 1위)으로 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2위를 한 일본은 대륙 간 플레이오프에서 다시 진출권을 놓고 다퉈야 한다. 이로써 한국은 남녀 핸드볼 역사상 최다인 11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한국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때부터 올림픽 무대를 놓친 적이 없다.
대표팀 선수 중 유일하게 유럽 리그에서 뛰고 있는 류은희는 한일전에서 4골로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책임지며 한국을 프랑스 파리로 보내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는 앞서 21일 열린 카자흐스탄전에서도 팀 내 최다인 8점을 터뜨렸다.
이날 류은희는 전반엔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혀 고전했다. 그러나 후반 막판 24-23으로 간발 차로 앞선 상황에서 중거리포로 골망을 흔들며 승세를 굳혔다. 경기 종료 1분여를 남기고 7m 던지기 라인 인근에서 터진 극적인 골이었다. 2점차로 달아난 한국은 이후 1점만 허용하며 25대24 짜릿한 승리를 맛봤다.
23일 경기 후 만난 류은희는 “(초반에) 너무 안 풀렸고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상대 골키퍼가) 잘 막은 것도 있지만 제가 부족했다”며 “경기 전에 동료들 사이에서 하고자 하는 마음이 뜨거웠다.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냉정하게 경기를 하자고 했다”고 돌아봤다.
류은희는 그동안 유독 한일전에서 ‘해결사’ 면모를 과시해 왔다. 주장으로 나선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선 9골을 맹폭하며 27대24 승리를 이끌었다.
절정은 지난해 12월 4일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 결승전이었다. 한국은 당시 일본에 10-16으로 뒤진 채 전반전을 마쳤지만, 연장 승부 끝에 34대29로 역전승했다. 류은희가 홀로 19골을 퍼붓고, 4개의 도움을 기록하는 등 팀의 34점 가운데 무려 23골에 관여하며 경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사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류은희의 몸상태는 완전하지 못했다. 2주 전쯤 팀 훈련 도중 왼쪽 무릎을 다쳤다. 이날도 왼쪽 다리에 붕대를 칭칭 감고 뛰었다. 부상에 대해서 그는 “많이 회복된 상태고, 경기할 때 무리는 없는 수준이다”며 “믿고 기용해준 (헨리크 시그넬) 감독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9월 말부턴 중국 항저우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이번 예선전에서 상대한 나라들과 1달 만에 다시 맞붙을 수밖에 없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그는 향후 일정에 대해선 “바로 리그 일정이 있다. 일단 (헝가리로 가) 팀 훈련에 합류해야 한다”며 “(아시안게임 출전과 관련해선) 구단이랑 잘 상의를 해봐야 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세계 남녀 핸드볼 역사에 전례가 없는 11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 위업을 이뤘다. 1984년부터 이어져 온 대기록이다. 류은희는 “제가 이 기록을 깨진 않았다는 것에 안도와 기쁨을 같이 느낀다”며 “그 기록을 저희가 이어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웃었다.
이날 현지에는 류은희를 보기 위해 한국에서 히로시마까지 건너온 팬들도 있었다. 류은희는 “제가 헝가리에서 한국 시각으론 새벽에 경기를 하는데, 이때도 많은 응원을 보내주신다”며 “언제까지 선수 생활을 할 진 모르겠지만 좋은 모습을 이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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