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어이 통일부를 ‘대북압박부’로 퇴행시킬 건가
통일부가 23일 남북 교류협력 조직을 해체 수준으로 통폐합하는 조직개편안을 담은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조직개편안은 다음달 5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된다.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대북지원부’라고 비판받은 통일부가 과거 냉전시대에나 어울리는 ‘대북압박부’로 퇴행하게 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남북 대화와 교류협력 업무를 담당했던 남북회담본부, 교류협력국,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 남북출입사무소 등 4개 조직은 ‘남북관계관리단’으로 합쳐진다. 1990년 남북교류협력법이 시행된 후 30여년 만에 ‘교류협력’ 명칭을 쓰는 전담 조직이 사라지게 됐다. 한반도 평화체제 관련 대북정책 수립 등을 담당하는 평화정책과는 폐지된다. 대신 북한의 인권 등 열악한 내부 실상을 국제사회는 물론 북한 주민에게도 알리는 통일인식확산팀, 장관 직속 납북자대책팀을 각각 신설한다. 정세분석국은 정보분석국으로 명칭과 역할이 바뀐다. 통일부 정원은 현재 617명에서 536명으로 81명(13%)이 줄어든다.
통일부는 조직개편 이유로 “남북 간 대화와 교류협력이 장기간 중단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라고 했다. 실제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에 주력하며 윤석열 정부와의 단절을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부의 새로운 역할을 고민했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북 정보 수집과 분석은 국가정보원과 군 정보기관이 맡고 있으며, 통일부의 인력과 예산으로 집중할 수 있는 분야도 아니다. 납북자·국군포로·이산가족 문제는 북한이 협조하지 않으면 실효적 성과를 내기 어렵다. 오히려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가능한 일이다.
윤 대통령은 북한을 힘으로 눌러야 할 적국으로 바라보고 있다. 남북 대화와 교류를 강조한 문재인 정부를 “적의 선의에 의존한 가짜 평화”라고 비난했고, 통일부에는 “대북지원부 역할을 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번 조직개편에는 윤석열 정부가 극우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정치적 의도도 있을 것이다.
남북관계는 남북 내부 상황, 국제 정세에 따라 부침을 겪어왔다. 역으로 상황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역대 정부에서 남북관계가 롤러코스터를 타더라도 대화와 교류 전담 부서를 존치시킨 것도 그 때문이다. 통일부는 대화·교류 국면이 오면 추진단 형태로 대응하겠다지만 인적·조직적 역량을 위축시키면 제때,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 정부는 북한과 대화와 교류를 모색하는 노력을 포기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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