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씨배 정상 오른 신진서 "다음 목표는 항저우 AG 금메달 2개"

"셰커가 손 뺀 중앙 흑 대마를 추궁하면서 이겼다고 생각"
"진천선수촌에서 대국과 공동 연구하며 응씨배 준비"

응씨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신진서(왼쪽)와 목진석 국가대표팀 감독 [한국기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상하이=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평소 강심장으로 알려진 신진서(23) 9단이지만 '바둑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응씨배에 대한 부담감은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신진서는 23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9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결승 3번기 제2국에서 셰커 9단을 불계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한 뒤 "처음에는 긴장을 별로 안 한 줄 알았는데 막상 잠을 잘 자지 못한 것 같다"라며 "부담이 상당히 컸지만, 그동안 경험이 쌓였으니 실패를 반복하지 말자고 생각했다"라고 힘들었던 속마음을 밝혔다.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응씨배는 한번 실패하면 두 번 기회가 온다는 보장이 없다.

이 때문에 신진서는 결승전을 하루 앞둔 개회식에서 "응씨배 결승에 처음 올랐지만,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두겠다"고 굳은 각오를 보였다.

또 지난 21일 결승 1국에 승리한 뒤에는 "첫판 이기고도 우승 내준 기억을 되풀이 안 하겠다"라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신진서는 지난 6월 열린 제1회 란커배 결승에서 중국의 구쯔하오 9단에게 1국을 이겼으나 2, 3국을 내리 져 역전패한 아픈 기억이 있다.

대국 후 복기하는 신진서(오른쪽)와 셰커 [한국기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우승을 확정 지은 2국 내용에 대해선 "중반에 매우 좋다고 생각했는데 느슨하게 두면서 미세해졌다"라며 "셰커가 중앙에 손을 빼면서 (상대) 대마를 추궁하게 됐는데 그때 이겼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응씨배 준비 과정에 대해선 "국가대표팀에서 많이 배려해 줬다"라며 "진천선수촌에서 동료들과 대국을 많이 했고 공동 연구도 했다"고 전했다.

올해 두 가지 목표 중 하나인 응씨배에서 우승한 신진서는 이제 다음 달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정조준했다.

"큰 짐을 덜었으니 아시안게임을 위해 좀 더 편안하게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힌 그는 "남은 한 달 동안 속기를 많이 단련해서 실수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아시안게임 경기는 전부 이기겠다는 각오이며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 2개를 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shoel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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