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티베트 흡수정책' 제재…위구르 이어 인권 논란 재점화(종합)
(서울·베이징=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한종구 특파원 = 미국이 티베트 아동을 강제로 동화시켰다는 이유로 중국 당국자들의 입국을 제한하자 중국이 강하게 반발했다.
이 사안이 중국 신장 위구르족 '강제 노동' 의혹에 이어 또 다른 미중간 갈등 요인으로 부상하면서 인권탄압 문제를 둘러싼 국제적 논란도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티베트에 대해 신장 위구르족의 강제 노동과 인권 탄압을 제재했던 것과 같은 방향으로 초기 조치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티베트 아동 100만명 이상을 정부 운영 기숙학교에서 강제로 동화시킨 중국 정부 당국자들의 비자를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가 티베트 젊은 세대에서 고유의 언어, 문화, 종교 전통을 지우려고 이런 강압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중국 당국이 티베트 아동을 정부 운영 기숙학교에 강제로 보내는 것을 끝내고, 티베트와 중국 다른 지역에서 억압적인 동화 정책을 중단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유엔 인권이사회는 중국 정부가 티베트 자치구 어린이 약 100만명을 공립 기숙학교로 보내 한족 문화를 강제로 교육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라돈 테통 티베트 행동 센터 소장은 "교육과정이 어떻든, 기숙학교에 이렇게 많은 아이가 있다면 누구나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4살짜리 어린 아이까지 당국의 위협으로 인해 이 교육 프로그램에 강제로 참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치는 그간 중국이 신장에서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을 탄압해왔다며 미국이 시행해온 여러 제재와 같은 맥락으로 관측된다.
미국과 국제 인권단체 등은 신장에서 약 100만 명에 달하는 위구르족과 다른 소수민족 이슬람교도들이 강제노동 수용소에 구금돼 있으며, 여기에서 가혹한 인권 탄압이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 중국 정부의 위구르족 구금이 민족적 정체성을 지우기 위한 '제노사이드'라고 표현하기 시작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강제 노동으로 만들어졌다고 의심되는 중국 신장 지역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위구르 강제노동 금지법'(UFLPA)이 발효됐다. 이 법에 따라 신장산 면화 등이 수입 금지되고 관련 중국 기업들이 제재받았다.
티베트도 신장과 마찬가지로 인권 침해 의혹 제기가 꾸준히 이뤄져 온 곳이다. 국제 인권 단체들은 중국이 티베트인의 종교 생활과 문화를 억압하며 인권 침해를 자행했다고 주장해 왔다.
다만 티베트의 경우는 국제 경제나 무역 관계가 제한적이라는 것이 신장과 다른 점이라고 WSJ은 전했다.
그러나 티베트 인권 문제 역시 신장과 관련한 미국의 제재처럼 미중 갈등의 요소가 될 전망이다.
당장 중국은 내정간섭이자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티베트의 인권은 역사상 가장 좋은 시기에 있으며 국제사회도 이를 잘 알고 있다"며 "티베트 경제는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사회는 안정적이며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등 모든 민족의 권리와 자유가 완전히 보장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기숙학교 문제에 대해서는 "모든 아동에게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기숙학교를 설치했고, 주말과 휴일 등에는 부모가 언제라도 자녀를 데려갈 수 있다"며 "학교에서는 티베트어와 전통무용 등을 교육하고 전통 음식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티베트 문제는 중국의 내정으로 어떠한 외부세력의 간섭도 용납하지 않는다"며 "미국은 사실을 존중하고 티베트 문제로 중국 내정에 간섭하거나 중국의 이익을 해치는 것을 중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주미 중국 대사관 대변인도 이는 '중상모략'이라며 미국이 자국의 주권에 개입하는 조치를 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발효된 UFLPA에 대해서는 "미국은 인권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신장지역에 대해 강제노동이라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중국의 발전을 억압하고 국제무역 질서를 어지럽히며 세계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정을 파괴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위구르족 강제 노동을 이유로 한 미국의 중국 기업 제재에 대해서도 "'강제 노동'은 반(反)중국 세력이 꾸며낸 거짓말"이며 "신장의 각 민족 인민의 노동 권익이 확실한 보장을 받고 있다"는 등 강력하게 반발한 바 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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