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GDP 30%' 부동산...최초 '이것'으로 번지나? [와이즈픽]
중국서 시위를?…그것도 '집값 하락' 때문
이미 2년 전 일이다. 2021년 10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청 앞에서 주민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중앙집권적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시위는 이례적인 일이다. 일종의 '사건'이다. 시위가 촉발된 이유도 다름 아닌 집값 하락 때문이었다.
홍콩명보에 따르면 우한시 주민들은 자신들이 소유한 아파트값 하락에 분노해 시청으로 몰려가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전에 제곱미터(㎡)당 1만 5천 위안, 우리 돈 약 275만 원이었던 집값이 3천 위안, 우리 돈 55만 원 이상 떨어졌기 때문이다. 평균 20∼30% 급락이다.
중국 당국은 이에 신속하게 대처했다. 후베이성 공안은 공공질서를 어지럽혔다며 25∼32살 남녀 8명에 대해 행정구류 5일 처분을 내렸고, 이들에게서 집값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시위를 조직한 29살 남성에게는 10일의 구류 처분을 내렸다. 시위도 이례적이었지만 대응은 역시 '중국식'이었다.
비슷한 시기 지방정부는 행정력을 동원해 집값 하락을 막아내는 데 안간힘을 썼다. 베이징 북쪽에 있는 장자커우시의 경우 부동산 업체들이 아파트를 헐값에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명령까지 내렸다. 분양가의 85% 이하로 팔면 안 된다는 게 명령의 핵심이었다. 시장 경제에선 있을 순 없지만 이 또한 '중국식'이었다.
집값 떨어지는 걸 왜 지방정부에 항의했을까?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아파트를 소유할 수 있게 한 건 1990년대 말. 중국에서는 모든 토지를 국가 소유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경제의 대전환점이 만들어진 시기다. 이후 25년 동안 집값은 지속적으로 올라 우리나라보다 더 뿌리 깊은 '부동산 불패 신화'가 자리 잡게 됐다.
시작은 지방정부와 부동산 개발업체 간 일종의 결탁이었다. 90년대 후반 중국의 도시화율은 미국이나 한국에 비해 훨씬 낮았다. 도시화율이 60% 정도였으니 평균 20% 이상 낮은 셈이었다. 이에 부동산 기업들은 상하이와 선전 등 지방정부 관리들에게 토지 사용권을 팔라고 제안했고 이를 지방정부가 받아들여 부동산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땅 짚고 헤엄치기' 하는 격이었다. 도시화율을 올리기 위한 막대한 개발 비용이 절실했던 지방정부는 확실한 자금 조달원을 확보했다고 자신했다. 중국의 중앙정부는 이를 용인하거나 최소한 묵인했다. '알아서 부를 채우라'는 일종의 신호였다.
결과적으로 아파트를 소유할 수 있게 된 개인은 수억 원 이상의 수익을 냈고 토지 사용권을 판매한 지방정부의 곳간도 가득 차기 시작했다. 중국 인구 수억 명 이상이 도시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부동산은 결국 중국 경제 성장의 엔진으로 장착됐다.
중국 GDP 30% '부동산'…규제 나선 시진핑
이렇게 쌓아 올린 부동산 신화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중국의 오랜 성장을 이끌어 온 버팀목으로 자리 잡았다. 부동산에서 나온 부는 금융으로 옮겨져 또 다른 부를 창출하기 시작했다. 우후죽순 생긴 지방은행에 돈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저금리 금융 상품을 마구 쏟아냈다. 중국 부동산 개발 초기에는 기업들이 지방정부와 결탁했다면 이때부턴 은행들이 지방정부와 함께 부동산 불패 신화를 이어갔다.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된다는 건 결국 개인이든 기업이든 빚을 지기 쉽다는 얘기다. 은행은 여러 금융 상품을 팔아 여기저기에 부채를 떠넘겼다. '신화'가 곧 '거품'으로 바뀌는 과정이다. 이에 시진핑 주석은 2020년 강력한 부동산 규제안을 시행한다. 부채 비율 70% 초과 금지, 시총 대비 부채 비율 100% 미만 의무화, 단기 차입금 대비 보유현금 1배 이상 등이 핵심이었다.
집값을 잡아 부동산 거품을 걷어내고 집집마다 쓸 돈을 늘리려는 취지였는데 당장 집값이 떨어지니 앞서 말한 시위까지 벌어지게 됐다. 규제를 강화하면 시장에선 갑자기 돈이 마르게 된다. 돈이 마르면 성장해 온 역순으로 위기를 맞게 된다. 이처럼 위기는 이미 2년 전 예고됐다.
헝다 신호탄 이후 줄줄이 파산 위기에도 시진핑 '인내' 강조
중국 부동산 위기 신호탄은 '헝다'였다.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 그룹은 지난 2021년 12월 처음으로 달러 채권에 대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이후 부채 구조조정을 위해 노력했지만 예상대로 쉽지 않았다. 헝다그룹은 중국 GDP의 약 2%에 달하는 2조 4,370억 위안(3,400억 달러)에 달하는 대출금을 상환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결국 최근엔 미국 뉴욕에서 파산 신청을 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과 국유 부동산기업 위안양이 잇따라 디폴트 위기에 빠졌다. 비구이위안이 올해 말까지 갚아야 할 이자만 58억 달러, 우리 돈 7조 7,000억 원에 이른다. 이는 곧 다른 신탁사로 급속히 전이될 수 있는 만큼 헝다 위기보다 시장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줄파산 위기로 아시아 증시까지 요동치는 가운데 중국 공산당은 반년 전 시진핑 주석의 연설 내용을 최근 공개했다. 지난 15일 발간된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2월 당 고위 간부들에게 한 연설에서 "모든 인민의 공동번영을 촉진하려면 사회적 부를 확장하는 동시에 잘 분배해야 한다"며 "공동부유를 실현하는 것은 장기적인 임무이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동부유를 위한 '인내'를 역설한 것이다.
시 주석은 지난 2021년 8월 당 중앙재정위원회 제10차 회의에서 공동부유 개념을 처음으로 명확히 했다. 공동부유를 "전체 인민의 정신과 물질생활이 모두 부유한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번 부동산 위기 때 또다시 공동부유를 강조했다는 건 '위기는 위기고, 갈 길은 간다'는 의미다. 이번 중국의 부동산 위기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YTN 이대건 (dglee@ytn.co.kr)
YTN 배인수 (insu@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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