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전기·염색…60대 고용 中企, 3년 새 10배 늘어

이정선/강경주 2023. 8. 2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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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85만명 채용
은퇴 숙련자로 일손 메워
경남 창원 네오스 공장에서 근무하는 60대 엔지니어들이 국산화에 성공한 CNC 공작기계용 ‘이동형 절삭유 탱크 청소기’ 성능을 점검하고 있다. 네오스 제공


중동 옷감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대구 성서산업단지 소재 염색업체 한신텍스. 이 회사는 100여 명의 직원 가운데 60대 이상이 70%를 차지한다. 한상웅 대표는 “기계가 거의 자동화돼 근무환경이 크게 개선됐지만 젊은 인력을 뽑기가 너무 힘들다”며 “중동 쪽은 수출 오더를 다 소화하기 힘들 정도여서 고령자라도 경력을 불문하고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현장에서 ‘실버 채용’은 더는 낯선 모습이 아니다. 오히려 회사에 충성심 높은 ‘붙박이 근로자’를 확보하는 주요 통로로 자리 잡았다. 단순히 알음알음으로 노년층 채용을 늘리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아예 실버 채용 시스템을 구축한 회사도 적지 않다.

전남 영암의 선박 도장업체 태영S&C는 60세 이후에도 계속 고용할 수 있도록 2019년 취업규칙을 변경했다. 지금은 12명의 고령자가 근무하고 있다.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LED(발광다이오드) 조명 제조업체 DSE도 몇 년 전부터 정년을 70세로 늘렸다. 박재덕 DSE 회장은 “생산관리, 연구개발 등 분야별로 능력 있는 60세 이상 경력자를 꾸준히 채용하고 있다”고 했다.

5060세대는 청년 인재에게 발휘되기 어려운 숙련된 기술을 갖추고 있어 제조 현장에서 호평받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최근 채용 동향 조사에 따르면 고령자를 채용할 의향이 있는 기업은 주된 이유로 ‘숙련인력 유입·유지’(59.6%), ‘노동력 부족 해소’(34.4%) 등을 꼽았다.

자동차 부품회사 일지테크는 경주에 새로 공장을 지으면서 현장 근무 경력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신입직원 대신 중장년 직원 30여 명을 채용했다. 이 회사는 올해도 경력자 위주로 30여 명을 더 뽑을 예정이다. DSE의 박 회장도 “외환위기 등 경기 변동 경험이 풍부한 65세 해외영업본부장의 건의로 달러가 오를 것에 대비해 자재를 대규모로 구입한 덕에 손실을 줄였다”고 말했다. 김천구 대한상공회의소 연구위원은 “고숙련·고학력 고령 인구 활용은 노동인구 감소와 노동생산성 저하 문제 극복의 대안”이라며 “지속적인 직업훈련과 평생교육을 강화해 노동의 질 향상과 기업의 생산성 제고에 더 도움이 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특히 산업 현장에선 부산기계공고, 금오공고 등 박정희 대통령 시절 전국의 수재를 뽑아 육성한 엔지니어들의 역량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윤상 네오스 대표는 “이동형 청소기 개발 시 10㎜ 미만의 알루미늄 미세 칩을 여과해 배출하는 일이 걸림돌이었는데 결국 공고 출신 베테랑 기술자들이 해결했다”고 전했다.

축적된 경험에서 나오는 숙련도는 고연령에도 불구하고 실버 채용이 확산하는 주요 배경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달 내놓은 ‘신중년 일자리 분석 및 평가’에 따르면 재취업에 성공한 55~59세의 경우 주로 종사하는 일자리는 제조업(26.4%),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15.3%), 도·소매업(8.7%) 등이었다. 현장 경험이 중시되는 업종일수록 실버 채용이 활발했다.

정부도 ‘신중년’으로 5060세대를 재정의하며 적극 지원에 나섰다. 5060근로자를 고용하는 기업은 근로자 1인당 분기별 90만원의 ‘고령자 계속 고용 장려금’을 지원받는다. ‘고용창출장려금’을 활용해 만 50세 이상 구직자를 채용한 기업도 2020년 1272개, 2021년 1446개, 지난해 1874개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인력난이 심각한 지방자치단체들도 기업의 베이비붐 세대 채용 지원에 적극적이다. 전라남도는 5060세대의 재취업을 지원하는 ‘2023 신중년 일자리 사업’을 마련했다. 경상남도는 지난달부터 50세 이상 64세 이하 신중년을 채용하는 기업에 1인당 매달 5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합계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절벽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산업인력의 공백을 메우려면 퇴직한 인력의 지혜를 활용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선 중기선임기자/강경주 기자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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