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적 민주당 경선 개입"…송하진 부인·측근 14명 집유·벌금형(종합)
재판부 "전·현직 공무원 가담…송하진 경선 배제 등 고려 양형"
(전주=뉴스1) 김혜지 기자 = 지난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경선 개입 의혹 혐의로 기소된 송하진 전 전북지사 부인 오경진씨를 비롯해 전·현직 전북도 공무원 등 14명이 각각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노종찬)는 23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오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전 전북도 대도약정책보좌관(3급)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자격정지 2년, 전 전북자원봉사센터 팀장(5급)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자격정지 1년, 전직 비서실장(4급) 2명과 전 예산과장 등 4명은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다.
또 현 전북도 주무관 2명에게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자격 정지 4개월, 전 전북자원봉사센터장(5급)에게는 벌금 200만원, 현 전북도 산하 기관 팀장(6급) 벌금 150만원, 전 홍보기획과장(4급) 등 2명에게는 벌금 100만원, 공보관(4급)에게는 벌금 50만원이 선고됐다.
송 전 지사 핵심 측근인 이들은 지난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전북지사 경선 과정에서 부당한 방법을 이용해 송 전 지사를 도우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오씨는 2021년 6월부터 7월까지 '송하진'을 지지해 달라며 총 408명의 당원을 모집하고 지인 등에게 정당 가입을 권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이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권리당원을 모집한 후 입당원서를 전북도 산하 전북자원봉사센터에 전달한 것으로 봤다.
앞서 이 사건은 전북자원봉사센터에서 더불어민주당 입당 원서가 무더기로 발견되면서 불거졌다. 관련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지난해 4월22일 자원봉사센터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입당원서 1000여장을 발견했다. 이어 1만여명의 당원 명부도 찾아냈다.
오씨 등은 재판에서 "당원을 모집한 건 맞지만, 다른 피고인들과 공모하진 않았다"며 "이 같은 당원 모집 행위는 공직선거법상 '말로 하는 당내 경선운동'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또 검찰이 불법으로 본 일부 게시물에 대해서도 "도정 홍보 차원에서 올린 것이지 송 전 지사 업적을 홍보한 게 아니었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모집한 입당원서가 전직 전북도 사무관(5급) B씨에 의해 취합돼 명단이 작성·관리된 사실이 인정되고, 피고인들이 게시한 게시물에는 지방자치단체장 개인의 구체적인 기여나 행위가 드러나 있으므로 송 전 지사 업적 홍보에 해당한다"며 이들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고인들이 B씨와 공모해 조직적·체계적으로 권리당원을 대규모로 모집·관리하는 방법으로 공직선거법에서 금지하는 당내 경선운동과 지방공무원법이 금지하는 정치운동을 했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B씨는 앞서 민주당 전북지사 경선 과정에서 송 전 지사를 돕기 위해 부당한 방법으로 권리당원을 모집·관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돼 1·2심 모두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뒤 대법원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된 바 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피고인들의 행위는 통상적으로 적은 인원만이 참여하는 당내 경선 특성상 당내 경선 결과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특정 정당의 당내 경선의 결과가 본선거의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정치 현실에 비춰 본 선거에까지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며 "더욱이 이 사건 범행은 현직 공무원의 주도 하에 이뤄졌을 뿐 아니라 다수의 전·현직 공무원들이 가담해 그 비난 가능성 또한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송 전 지사는 경선 절차에 후보자로 출마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실제 경선 결과에 미친 영향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들이 대체로 정치적 내지 지지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을 상대로 당내 경선 운동을 한 점, 대부분 사실 관계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재판 이후 40여 분 만에 취재진 앞에 나타난 오씨는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앞으로도 전라북도가 더욱 발전하고 도민 여러분들이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만을 기원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iamg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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