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무너진 사법 신뢰·재판 권위 회복”… 김명수 체제 직격 [이균용 대법원장 지명]

이종민 2023. 8. 2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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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 후 첫 공개석상서 소신 발언
金대법원장 예방… 대법원 앞에서 강조
“자유·권리에 봉사… 공정·중립 지킬 것”
尹대통령과의 친분엔 “그냥 아는 정도”
백남기 사망 경찰 유죄·틱 장애 인정 등
판결엔 뚜렷한 보수성향 안 보인단 평가

“최근에 무너진 사법 신뢰와 재판의 권위를 회복해 자유와 권리에 봉사하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바람직한 법원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성찰하겠습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는 23일 지명 후 첫 공개석상 발언에서 사법부의 ‘신뢰·권위 회복’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이날 오전 김명수 대법원장을 면담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를 찾아 지명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간 김명수 코트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숨기지 않았던 그는 김 대법원장 예방 직전에도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특히 사법 신뢰와 재판 권위가 무너진 시점을 ‘최근’이라고 특정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균용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밝은 표정으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사법 신뢰·재판 권위 회복하겠다”

이 후보자는 이날 “국민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바람직한 법원이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해 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후보자는 문재인정부와 김명수 사법부 체제에서도 현직 고위 법관 중 이례적으로 사법부 신뢰 저하와 정치화 등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밝혀 왔다.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법원을 둘러싼 작금의 현실은 사법에 대한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법원이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등의 과거 발언에 대해 “그 이상 더 특별히 말씀드릴 것은 없다”며 “재판의 공정과 중립성은 어느 나라 사법제도에서도 기본이다”라고만 답했다.

이 후보자는 자신을 지명한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관계 대해서도 ‘그냥 아는 정도’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친한 친구의 친구다 보니까, 그리고 당시 서울대 법과대학에 (한 학번이) 160명인데 고시 공부하는 사람이 몇 명 안 돼서 그냥 아는 정도이지 직접적인 관계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판결에 뚜렷한 성향은 안 보여

33년간 법복을 입은 이 후보자는 보수 성향 법관으로 평가되지만 그가 내린 판결에서는 뚜렷한 성향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 평가다.

이 후보자는 2021년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기소된 신광렬·성창호·조의연 부장판사에 대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을 받고 있는 법관이 누구이고 그 혐의가 사실인지를 여러 경로를 통해 파악하는 것은 정당한 사법행정사무의 수행일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사법행정의 역할 중 하나”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법원행정처에 수사 정보를 보고한 것이 비밀누설죄의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결론내렸다.

최근 대법원이 ‘한의사의 뇌파계 사용은 합법’이라고 결론 내린 판결의 원심도 이 후보자가 재판장으로 심리한 사건이었다. 2016년 서울고법 행정2부에 재직하던 이 후보자는 한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한의사 면허자격 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면허정지 처분을 취소하라”며 원심을 뒤집는 판결을 했다.
23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김 대법원장은 이균용 신임 대법원장 내정자와 면담을 가졌다. 뉴시스
서울고법 형사7부 재판장으로 근무할 때는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과 관련해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된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해 1심의 무죄를 뒤집고 벌금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집회·시위는 과격하고 폭력적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과잉살수가 방치돼 사망사건이 발생했다”며 피고인의 책임을 인정했다.
2013년엔 배우 신은경씨와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연예인의 ‘퍼블리시티권’(초상사용권)을 처음으로 판시해 실무상 지침을 제시했다. 2016년 투레트증후군 환자도 법적 장애인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첫 법원 판결을 만들기도 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뉴시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부 재판장이던 2018년에는 아파트 매매 사기 사건에서 부동산 중개업자가 신분증과 등기부등본을 확인했더라도 등기권리증을 점검하지 않아 사기를 당한 경우 중개업자에게 70의 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중개업자가 부동산 소유자의 신분증과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것만으로는 중개의무를 다했다고 본 당시의 부동산 거래관행에 제동을 거는 판결로, 중개업자에게 높은 수준의 주의의무가 있음을 인정하는 동시에 임차인 보호를 강화한 판결이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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