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온라인 민원시스템으로 부담 경감… 신속한 법 개정 과제 [뉴스 투데이]

김유나 2023. 8. 2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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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교권 회복 방안’ 발표
단순·주말·야간 민원 챗봇 응대
온라인 출결 처리는 ‘나이스’로
교사 ‘휴대전화 민원’ 거부 가능
아동학대 수사땐 직위해제 신중
교권침해 학생부 기재 이견 여전
“업무 폭주” 공무직 반발도 변수
23일 교육부가 내놓은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은 지난달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발생한 교사 사망 사건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됐다. 2년 차 교사가 교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고인이 사망 전 학부모 민원 등으로 괴로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교사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끓어오른 분노는 교육 당국으로 향했다. 교사들은 학교에서 교권 침해가 일상이 됐지만, 학교·교육청·교육부 모두 손 놓고 바라만 봐 일을 키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사 수만명이 주말마다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가운데 교육부는 현장 교사들과 잇따라 간담회를 갖고 한 달 만에 이번 대책을 내놨다. 교사들은 이제라도 대책이 마련됐다는 점을 환영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대책이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선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는 목소리도 높다.
“무너진 교권 바로 세울 것”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민원·아동학대에서 교사 보호”

교육부가 발표한 교권 회복 종합방안은 교사를 괴롭히는 주범으로 꼽힌 ‘학부모 민원’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한다는 것이 골자다.

학부모들은 앞으로 교사에게 궁금한 점이나 요청할 사안이 있을 경우 교사에게 직접 연락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학교 민원대응팀을 거쳐야 한다. 민원대응팀은 학교 대표전화·홈페이지를 통해 민원을 접수한 뒤 단순 문의는 직접 처리하고, 교직원 협조가 필요한 사안만 교직원에게 넘긴다.

특히 급식 메뉴나 일정 문의 등의 단순·반복 민원, 야간·주말 민원은 인공지능(AI) 챗봇으로 응대하도록 하고, 향후 지능형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을 개선해 지각·결석 증빙자료 등도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자녀가 지각·결석을 할 경우 학부모가 교사에게 직접 연락하는 구조여서 교사들 사이에서는 출결 처리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불만이 많았다. 교사는 개인 휴대전화로 걸려 오는 민원을 거부할 수 있고, 교육활동과 관계없는 문의에 대해선 답변을 하지 않아도 된다.

교육부는 또 9월부터 교사가 수업 방해 학생을 제지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학생 생활지도 고시가 적용되는 만큼, 고시에서 명시한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서는 교사가 아동학대로 조사·수사당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시청·경찰 등은 아동학대 신고 조사·수사 개시 전 교육청의 의견을 의무적으로 청취해야 하고, 조사·수사가 시작되더라도 직위 해제는 교육청에서 제출한 의견서를 바탕으로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권 침해 행위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어렵겠지만, 적어도 교사가 혼자 고통받게 내버려 두지는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 개정 필요… 현장 반발도 숙제

다만 이번 대책 중 상당수는 법 개정이 전제돼야 해 당장 실현이 어렵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 아동학대 면책권을 주는 방안은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야 한다. 또 교육활동 침해 사안을 은폐·축소해 보고한 학교장에 대해 교육감이 징계 의결을 요구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이나 교육활동 침해 학부모에게 특별교육 이수 등의 제재를 신설하는 방안 등은 교원지위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들 대책은 여야 이견이 적은 사안이지만, 법안 통과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또 학생의 교권 침해 조치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방안 등은 여야가 부딪히고 있어 실제 현장 적용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민원대응팀의 경우 민원 업무를 맡게 될 교육공무직들이 업무 폭주 우려 등을 들며 반발하고 있어 당장 2학기부터 꾸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장 교사들은 교육부가 마련한 대책에 학교·교사의 판단이 들어가는 부분이 많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고시는 학생이 ‘중대한 수업 방해 행위’를 할 경우 교실 퇴실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데, 이 ‘중대한 수업 방해 행위’에 대한 판단은 현장 교사와 학교가 해야 한다. 경기의 한 중학교 교사는 “교사의 생활지도 권한을 법으로 보장한 것은 다행이지만 교사의 생활지도를 두고 ‘정당한 행위였냐’는 다툼이 많아질 것 같다는 점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교와 교사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실질적 결과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교권 법령의 조속한 입법과 제도 개선, 예산과 인력의 추가 지원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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