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ITU-T 국제표준화, 한국이 주도해야

2023. 8. 23.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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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

세계는 신흥 기술의 패권시대를 넘어 표준 패권의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최근 대두되는 신흥 기술인 인공지능(AI), 차세대 이동통신, 사이버보안, 양자, 메타버스 등에 대한 국내외 표준화는 절실하다. 신흥 기술의 제품과 서비스는 연구개발을 통해 확보할 수 있지만, 확보된 신흥기술의 국제표준화가 추가로 요구됨을 의미한다. 국제표준 선점을 위한 각국의 치열한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서 세계 주요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공적 기구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다. ITU는 기술적 국제표준의 개발을 담당하는 전기통신 표준화 부문(ITU-T), 무선주파수 스펙트럼의 합리적 사용을 보장하는 전파 부문(ITU-R), 그리고 개도국에 맞는 정책 및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개발 부문(ITU-D)으로 구성된다. ITU-T의 국제표준화는 차세대 통신망, 멀티미디어, 정보보호 등 11개의 연구반(SG)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나라는 현재 ITU-T의 두 개 연구반(SG)에서 국제 의장을 맡고 있다. 신규 표준화 주제가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단계에 있는 경우, 사전 표준화 그룹인 포커스 그룹(FG)을 통해 신흥 기술의 사전 표준화 작업을 수행한다. ITU-T의 상위 기술 그룹인 전기통신자문반(TSAG)은 SG가 수행하는 작업 방법 정의 및 기술적 지침과 전략 결정을 담당한다.

특히, 최근 정보통신망의 융복합이 가속화되면서 ITU-T에서 TSAG의 역할이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이 TSAG 내 역할 강화를 도모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증거로 영국은 모든 포커스 그룹의 신설을 개별 SG에서가 아니라 TSAG에서 신설하자는 제안을 한 바 있다.

지난 5월 TSAG 회의에서는 디지털 전환에 대한 FG의 신설이 아랍 진영에 의해 제안돼 디지털 전환에 대한 라포처 그룹이 신설됐다. 우리나라는 TSAG에 메타버스 FG(2023), 분산원장기술 FG(2018), 양자정보기술 FG((2020)을 제안해 설립한 바 있다. 메타버스 포커스 그룹(2023)은 2024년을 수명으로 현재 활동하고 있다.

TSAG의 역할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SG에서 공통으로 적용되는 표준화 작업 방법의 정의, SG 간의 표준화 주제의 조정 및 협력, 그리고 세계전기통신표준총회(WTSA)에 대한 준비다.

현재 TSAG에서는 다음 연구 회기(2025-2028)를 위한 11개의 SG 구조조정 이슈가 깊이 있게 논의되고 있다. 최근 미국은 TSAG 인터림 회의에서 현재 11개의 SG을 8개의 SG으로 줄이자는 안을 제출해 SG 구조조정 논의를 시작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3월 초, 12대 전략기술에 5년간 25조원을 투자해 우리나라를 과학기술 5대 강국으로 도약시키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12대 전략기술은 사이버보안, 인공지능, 차세대통신, 양자 기술을 포함하고 있다.

이 기술들과 관련해 ITU-T 표준화 SG의 경우, 사이버보안은 ITU-T SG17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인공지능은 SG13을 포함한 여러 SG에서, 차세대통신은 SG13에서, 그리고 양자기술은 SG17과 SG13이 주로 표준화를 수행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보보호에 대한 국제표준화를 주도하고 있는 ITU-T SG17 회의를 오는 29일부터 9월 8일까지 고양 킨텍스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이는 시기적절한 국내 유치라고 볼 수 있다.

미국 백악관은 첨단 신흥기술에 대한 국가표준 전략을 지난 5월 발표했다. 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국가 표준 전략은 투자·참여·인력·포괄 등에 대한 4대 목표와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제시한다.

세부 추진 방안으로는 △표준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자금 지원 증대 △위험, 보안 및 회복력에 대한 표준 개발 지원 △민간 부문의 표준 개발 참여를 막는 장벽 제거 △정부와 민간 부문간의 소통 강화 △국제 표준 거버넌스와 리더십에서 미국과 우호 국가들의 대표성 및 영향력 강화 △신진 표준 인력 교육과 역량 강화 △강력한 표준 거버넌스 절차를 지원하기 위해 동맹·파트너와 표준 협력 심화 등이다. 8대 핵심 기술 중 정보통신 부문 기술은 △통신 및 네트워크 기술 △AI 및 머신러닝 △디지털 신원 기반구조 및 블록체인 △양자정보기술 등을 포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ITU-T 국제표준화를 여러 SG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ITU-T에서 국제표준화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사항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ITU-T에서 우리나라가 강점이 있는 사이버보안, 차세대통신 등의 개별 SG의 표준화 활동과 SG 간의 조정 임무를 수행하는 TSAG의 표준화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다양한 기술의 융복합 추세를 고려해 사전 표준화 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이를 미국 등 주요국과 협의해 신흥 기술에 대한 사전 표준화 활동(FG)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2024년 열릴 세계전기통신표준화총회(WTSA)에 대비해 우리나라의 국제 표준화 수요와 의지를 고려한 SG 구조조정안을 주요국과 협력을 통해 제안할 필요가 있다.

둘째, 신규 표준화 주제와 SG 구조 조정 논의시에는 우리 정부가 발표한 12대 전략기술 중 정보통신 분야 기술과 연계해 우리나라의 입장이 결정되어야 한다. 인공지능, 사이버보안, 양자기술, 차세대이동통신 등 국제표준화 활동을 ITU-T 주요 SG에서 전략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셋째, 날로 중요성이 인정되고 있는 TSAG 표준화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국내 전문가의 TSAG 의장단 확보를 통해 가능해진다. 우리나라가 아직 TSAG 의장에 선출되지 못한 점을 고려할 때 정부의 다각적인 노력과 지원이 필요하다.

넷째, 국제 표준 개발을 위한 정부의 지원을 증대하고 새로운 표준 인력에 대한 교육과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강력한 표준 거버넌스를 지원하기 위한 주요국과의 파트너십과 협력을 심화해야 한다. 특히, 미국 등 주요국과의 신흥기술에 대한 표준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국내 실정과 다양한 환경을 고려해 ITU-T 국제표준화 추진을 강화하기 위한 국가표준 전략의 마련이 필요하다. 이는 국제표준화 기구인 ISO/IEC 등에서의 국제표준화 작업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날로 격심해지고 있는 표준 전쟁에서 살아남은 기업과 국가만이 제품과 서비스의 상호 운용성을 보장받고, 응용 규모를 확장함으로써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위한 국가 차원의 자원 투입과 표준 개발 인력 양성, 그리고 국제표준의 전략적 추진을 위한 산·학·연 협력 체계의 구축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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