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칼럼] 교권 확립의 근본 전제는 공교육 정상화
교권 추락의 해결을 위해 여러 가지 대안들이 나오고 있지만, 대체로 대증요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교권 추락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교사에 대한 존경이 사라진 것에 있는데, 그 원인과 해결을 찾기보다는 학생들에 대한 제재의 강화, 학부모 갑질에 대한 대책이 논의의 중심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책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교사에 대한 존경의 상실이라는 근본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교권 추락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왜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즉 임금과 스승과 부모의 은혜가 같다는 유교의 가르침에 따라 스승의 그림자도 밟으면 안 된다던 우리나라에서 이토록 교사에 대한 존경이 사라지게 되었을까?
단순히 유교문화의 약화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교사에 대한 존경은 교육의 핵심적 요소의 하나로서 서구에서도 스승에 대한 존경은 항상 중요시되었다. 특히 청소년 교육에서는 어느 정도의 강제는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이를 학생과 학부모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교사에 대한 존경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과 몇십 년 전과는 크게 달라진 교사의 위상은 공교육의 붕괴와 맞물려 있다. 과거 공교육이 교육의 중심이었고, 공교육의 담당자인 교사는 학생들과 학부모의 존경을 받았다. 그런데 사교육이 발달하고, 공교육이 사교육에 대한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공교육이 사실상 붕괴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교사의 위상 또한 크게 변할 수밖에 없었다.
교사보다 학원강사가 더 실력이 있고, 학원이나 과외를 통한 사교육이 더 내실이 있고, 이들의 강의를 들어야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고 할 때, 학생과 학부모는 누구를 더 신뢰하고 존경하겠는가? 무릇 존경의 기초는 능력(실력)과 덕성이다. 특히 현대사회에서는 확인하기 어려운 덕성보다는 객관적으로 검증된 능력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한다.
공교육은 입시교육이 아니라 인성교육을 위주로 한다는 것도 교육수요자에게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실제 교과의 내용은 도덕과목보다 입시과목 중심으로 편성되어 있으되, 형식적으로만 진행되는 것이 적지 않다. 학생들은 단지 졸업장을 위해 학교에 다닐 뿐, 공부는 학원에서 한다는 이야기가 퍼진 것도 이미 오래전이다.
공교육의 붕괴를 가속화 하는 요인들은 그밖에도 많이 있다. 예컨대 각종 인터넷 강의의 확산, 코로나 시절부터 활용되는 메타버스의 영향력 등으로 인해 다음 세대인 30년 후에도 학교가 계속 존재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인류가 생존하는 한, 교육이 존재하지 않을 수는 없다. 교육은 인류의 생존 및 발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류 역사를 통해 발전된 다양한 형태의 교육방식 중에서 오늘날과 같은 학교 중심의 공교육이 일반화된 것은 교육의 질적 내용보다는 교육의 보편화 및 이를 통한 교육의 기회균등(평등)을 위한 것이다.
인류의 보편가치인 인권으로까지 고양된 교육의 권리가 21세기, 아니 22세기가 된다고 해서 포기될 수는 없는 것이며, 따라서 학교 중심의 공교육 또한 포기될 수 없다. 비록 학교의 형태가 바뀔 수 있고, 교육의 내용이나 방식이 달라질지라도 공교육을 포기하고 모든 것을 사교육에 맡길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은 마치 공교육을 포기하는 길로 나아가려는 것처럼 보인다.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공교육의 경쟁력을 회복하려는 것이 아니라 공교육이 계속 말라 죽어가는 현 상태를 유지 내지 방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상태에서 어떻게 교권이 회복될 수 있으며,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
예전처럼 사교육을 억제 내지 금지하자는 것이 아니다. 공교육을 정상화해서 공교육과 사교육이 정상적인 역할 분담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공교육에서 모든 학생의 눈높이에 맞추는 교육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소수의 상위권이나 하위권 학생들의 보충교욱이 아니라 모든 학생의 학업을 사교육에 떠넘기는 공교육은 더 이상 공교육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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