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오피니언리더] 트럼프 "재선되면 모든 수입품에 관세 때리겠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재임 기간 일방적인 보호무역정책으로 세계 각국과 갈등을 빚었던 도널드 트럼프(사진) 전 미국 대통령이 내년 재선에 성공하면 모든 수입 제품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가 2024년 대선에서 승리하면 대대적인 무역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2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 저녁 뉴저지주에 있는 자신의 골프클럽으로 경제 참모들을 불러 2024년 대선에서 경제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를 논의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미국이 수입하는 사실상 모든 제품에 '보편적 기본 관세'(universal baseline tariff)를 부과하는 방안도 논의됐습니다.

다음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10% 관세 부과를 주장했습니다. 그는 "(외국)기업들이 와서 자기들의 제품을 미국에 덤프(dump·적정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면 자동으로 관세를 내야하는 게 마땅하다"면서 "나는 모두가 10%를 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참모들은 관세 정책이 주요 대선 공약이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아직 관세율을 확정하지는 않았다고 WP에 전했습니다. WP는 새로운 관세가 실제 도입되면 세계 경제에 엄청난 혼돈을 초래하고, 이에 따른 다른 국가와의 갈등은 트럼프 전 대통령 첫 임기 동안 있었던 무역 분쟁을 넘어서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WP가 인터뷰한 진보와 보수 성향의 경제학자들은 관세가 수입에 의존하는 미국 기업과 개인의 비용을 늘려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관세 부과에 반대 의사를 나타냈습니다.

애덤 포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은 "미치고 끔찍한 짓"이라며 "관세를 부과하면 다른 주요 국가들이 미국을 교역 파트너로서 더는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마음에 드는 국가에만 관세를 면제하는 등 관세를 외교 무기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세계화와 자유무역으로 중국 등 다른 국가만 혜택을 입고 미국 노동자가 피해를 봤다는 주장으로 미국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표심을 가져오는 데 성공해 2016년 당선됐지요. 이후 그는 재임 기간 태양광, 세탁기, 철강, 알루미늄 등 다양한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이는 2018년 미중 관세전쟁으로 이어졌지요. 또한 한국, 일본, 독일 등 동맹국들과도 심각한 마찰을 빚었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