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찍어내는 한은이 현금 없는 사회 그리는 '딜레마'가 숙제 [한국형 CBDC 청사진 내달 나온다]

서혜진 2023. 8. 2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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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한국은행이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인프라 구축방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실제 CBDC가 상용화되기까지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련 법·제도 마련이 필요한데다 무르익지 않은 사회적 논의, 금융소비자 보호 문제 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CBDC 인프라 구축에 대해서는 가상자산투자자보호법과 전자금융거래법, 은행들의 예금 토큰화와 관련해서는 은행법 등이 모두 얽혀 있지만 법 개정 논의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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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 CBDC 상용화까지 첩첩산중
현금 없는 매장과 차원 다른 문제.. 폭넓은 사회적 논의 필요성 지적
기술적 검토·개인정보보호 등 미해결 과제에 '적기' 고민해야
다음달 한국은행이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인프라 구축방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실제 CBDC가 상용화되기까지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련 법·제도 마련이 필요한데다 무르익지 않은 사회적 논의, 금융소비자 보호 문제 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CBDC 기술적 문제 해결해야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CBDC 인프라 구축에 대해서는 가상자산투자자보호법과 전자금융거래법, 은행들의 예금 토큰화와 관련해서는 은행법 등이 모두 얽혀 있지만 법 개정 논의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분위기다. 현재 금융당국과 한국은행간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실무적인 내용에 관한 것이지 아직 법적 기반 마련을 위한 논의 단계는 아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CBDC 스킴(scheme: 계획)에 대해 금융위 관련 부서와 금융정보분석원(FIU)이 한은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며 "CBDC 스킴에 따라 은행·비은행이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현행법과 상충되는 부분이 없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CBDC 관련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법제화 논의는 시작할 단계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한은의 CBDC 모델이 어떤 모습인지, 어떤 법규가 적용될 수 있는지에 따라 법적 기반 마련 논의가 달라질 것"이라며 "법개정이 필요한지, 규제샌드박스로 할 수 있을지는 실제 모델이 확정되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적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돈을 찍어내는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공식 발행할 경우 실물 은행권·주화 활용률이 더 낮아질 수 있다. 커피전문점 등 민간업체들이 '현금 없는 매장'을 운영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CBDC 발행으로 현금 없는 사회로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다. '현금 없는 버스'를 두고 대중교통 수단에서 현금사용선택권이 제한된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는데 이런 논란이 커질 수 있다. 발권력을 가진 한국은행 안에서 한쪽은 CBDC를, 다른 한편에서는 발권업무를 담당하면서 상충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사회적 논의 미비·개인정보 문제도

CBDC 발행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지 않은 점도 걸림돌이다. 민간 금융회사들이 전자지급결제 시장에서 경쟁하면서 발달하는 'OO페이'가 아니라 '디지털 형태의 법화'가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CBDC를 지급결제수단으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어떻게 익명정보로 안전하게 보호할지, 이 과정에서 정부나 한국은행의 통제가 발생하는 것 아닌지 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한국은행이 CBDC 인프라 구축방안을 발표할 '적기'인지도 고민할 대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한국은행이 CBDC 분야에서 '패스트 팔로워'가 되려면 관련 연구를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실제 지난해 9월 기준 전세계에서 CBDC를 도입했거나 도입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는 국가는 98개국으로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95% 수준이다. 2020년 5월 35개국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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