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보 탄생·양극재 개발… 이공계 실험실에서 잭팟 터졌다 [기초과학, 경제성장의 원동력]

김만기 2023. 8. 2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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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 미래 신성장 동력을 찾아라
기초과학 돈 못번다는 인식 변화.. 5년간 기술이전 계약금 1071억
코스닥 상장사 25곳 등 경제효과.. 해외에선 노벨상 받은 기초연구들 창업·기술이전 사업화 성공 잇달아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기술기업이나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확보한 첨단 기술의 뒷면에는 기초과학을 다루던 이공계 전문가들이 있다. 그럼에도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고정관념은 '이공계 전문가의 길은 불안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특히 과학기술 분야를 이끌 인재들이 이공계 진학을 외면한채 의대에 몰린다는 소식은 2000년대 초부터 끊이지 않고 있다. 본지에서는 이공계 전문가들의 명암과 미래를 짚어본다.

'기초과학'이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주는 이미지는 논문, 대학, 교수 그리고 노벨상에서 멈추게 된다. 경제까지 연결짓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원자와 분자를 연구하던 장비가 자기공명영상(MRI)을 탄생시켰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베른트 크토르테카 박사는 "기초과학 연구는 사업화가 어렵다고 하지만 연구 과정에서 일어나는 혁신은 '게임 챌린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이공계 전문가들은 기초연구를 통해 특허와 기술창업, 기술이전 등 국가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연구 논문만 말하고, 이에 따른 다양한 특허나 경제적 이득에 대해서는 언급하기를 꺼려한다.

이에 대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광형 총장은 23일 "국내 과학자들은 금전적 수입을 언급하는데 수줍어 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과거에 학자가 돈을 벌면 천하다는 의식이 남아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기초연구로 코스닥 기업까지 진출

최근 정부나 대학, 연구기관의 정책들이 바뀌면서 이같은 인식이 조금씩 변해 경제적 성공까지 알리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7~2021년 5년간 등록된 특허는 1만2564건, 기술창업 176건, 기술이전 계약은 396건이다. 특히 공개된 기술이전 계약금은 1071억원을 넘어섰으며,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기업만 25곳에 달한다.

현재 주식시장과 산업에서 인기있는 기업 중 하나인 레인보우로보틱스가 대표적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오준호 교수는 지난 2004년 세계 최초로 인간형 이족 보행 로봇 '휴보(HUBO')를 개발했다. 로봇 기술을 바탕으로 2011년 창업해 2021년에는 코스닥 시장 상장에도 성공했다. 휴보에 적용된 기술로 다양한 협동로봇을 시장에 출시하고 있다. 또 올초에는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의 기술력을 인정해 지분 14.83%를 인수했다.

또 한양대 선양국 교수가 기초 재료 연구를 통해 개발한 리튬이온 전지 양극재 기술은 지난해 LG화학에서 수백억원대 기술료를 지불하면서 인수받았다. 이는 역대 국내 대학에서 기술이전한 금액중 역대 최대다. 선양국 교수가 2008년 이전부터 꾸준히 연구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이외에도 미생물학을 연구한 CJ바이오사이언스 천종식 대표는 서울대 교수시절 장내 미생물 생균을 이용한 간·장 치료법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CJ바이오사이언스의 전신인 천랩을 창업해 코스닥 상장까지 성공시켰다.

■노벨상 받은 연구가 레이저로 발전

해외에서는 기초연구를 시작해 논문은 물론 노벨상으로 이어졌으며, 전세계 사회·문화·경제발전까지 영향을 주는 사례는 상당하다.

미국의 물리학자 찰스 하드 타운스 박사는 버클리 국립연구소에서 아인슈타인의 유도방출 효과를 입증해 1964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이 연구가 지금의 레이저 기술로 발전시켰다. 세계적으로 기초과학 연구소로 유명한 독일의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나온 연구 결과물들이 상업적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다. 대표적으로 카를 치글러 박사는 저압 폴리에틸렌 합성기술을 개발했다. 여기에서 막스플랑크가 벌어들인 기술료만 약 7300억원(5억 유로)을 넘어선다.

또 막스플랑크연구소의 물리학자이자 2005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테오도어 볼프강 헨슈 교수는 동료들과 함께 자신의 기술을 기반으로 '메로 시스템즈'를 창업했다. 빛을 원자와 분자 단위까지 해석해 색을 구별해내는 정밀 분광기술을 개발했고, 이 기술은 1000만분의 1 이상의 정확도를 갖는 정밀시계와 위성항법장치(GPS) 등에 활용된다. 또한 MRI 이미지 처리 기술과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 '플래시 MRI' 는 막스플랑크에 약 2200억원(1억5000만 유로)의 수익을 가져다줬다.

최근 방한했던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 배리 배리시 교수는 중력파 발견으로 2017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으며, 연구과정에서 사용한 기술을 기업과 협력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막스플랑크 연구소 시모네 슈바니츠 사무총장은 "과학자들의 자기주도적고 창의적인 연구 기획이 노벨상과 사업화 등 다방면에서 성과를 내는 밑바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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