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아성 흔든 '그알' 피프티, 역량 부족인가 의도 회피인가 [이슈&톡]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제작진의 역량 부족일까, 의도된 치우침일까. 무엇이든 문제지만 후자라면 의도의 목적을 밝혀야 한다는 점에서 논란의 경중이 다르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왜 30년 아성을 의심케 하는 편파 방송을 강행한 것일까.
그룹 피프티피프티((FIFTY FIFTY)와 소속사 어트랙트의 분쟁을 조명한 '그알'이 편파성 논란에 휩싸였다. 방송 후 연예계 내부는 물론 언론과 K-팝 소비자들, 고정 시청자까지 '그알'의 취재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제작진은 나흘째 그 어떤 반박도 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알' 제작진이 여러 매체의 취재를 통해 비교적 명백히 드러난 정황 마저 의도적으로 외면하거나 왜곡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의구심이 낳은 질문의 핵심은 참으로 간단하다. '왜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과 더기버스의 입장만 담았는가'다.
방송은 어트랙트에 전속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피프티피프티 멤버 4인과 그 가족들의 입장에 귀 기울이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룹의 에이전시 역을 맡았던 더기버스의 주장도 함께 실렸다. 더기버스는 어트랙트 전홍준 대표가 고용했던 용역 업체로 피프티 피프티가 빌보드 신화를 쓴 '큐피드(Cupid)''의 작곡가 안성일이 대표로 있는 곳이다.
멤버들의 이탈 조짐을 파악한 전 대표는 그 배후로 안 대표와 워너뮤직코리아를 지목했고, 배후의 정황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음성 파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결국 이 분쟁은 어트랙트와 더기버스의 전쟁이다. 좁히면 전 대표와 피프티 피프티를 등에 업은 안 대표의 다툼이다. 어트랙트 매니저들은 수 개월 간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SBS는 양측 입장을 모두 확인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모든 취재의 기본이지만, 특히 법적 분쟁 중인 사건은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양측의 입장과 주장을 모두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주장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분간할 수 있는 근거를 찾아내는 것이 취재고, 제시하는 것이 보도다. 취재와 보도는 역량에 따라 갈리지만 양측의 상반된 입장을 크로스 체킹하는 일은 취재의 시작에 불과하다. 만일 취재를 거부하는 취재원이 있다면, 그것으로 입장을 대변하면 된다.
'그알'은 한 때 권력에 대항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 왕성한 취재력을 자랑했다. 과감히 파헤치고, 질문을 던지던 '그알' 제작진은 의아할 정도로 '피프티 피프티 취재에서는 유독 눈에 띄는 허점을 보였다. 기본적인 취재 절차를 무시한 것이 시청자에게도 한 눈에 보였다. 제작진의 편파성이 의도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쏟아지는 이유다.
일례로 제작진은 전 대표가 피프티피프티 최종 멤버를 선별하는 월말 평가에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으며, 멤버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다이어트를 강요했다는 더기버스의 주장을 고스란히 실었다. 상대 측 입장도 실어야 하는 것은 물론,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취재가 필요한데 그 과정이 모두 생략됐다. 엔터 사업의 가장 소중한 자산인 아티스트를 선별하는 오디션, 월말 평가는 반드시 동영상으로 기록이 남겨진다. '그알' 제작진이 양측에 동영상 자료를 요청하고 전 대표의 부재 여부를 확인했다면 '오보'라는 오명을 쓸 일은 없었을 것이다. (방송 후 어트랙트는 디스패치를 통해 전 대표가 월말 평가에 참석한 영상을 공개했다.)
분쟁의 핵심인 정산과 선급금 변제 논란을 다루는 과정은 더 문제가 컸다. 피프티피프티 멤버들은 소속사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며 어트랙트가 제대로 정산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태를 지켜 본 이들은 잘 알겠지만, 이 사안은 '그알' 제잔이 피프티피프티 사태를 취재하던 시기에 진행된 공판에서 이미 다뤄진 쟁점이다. 정산을 누락한 건 해당 임무를 일임 받은 더기버스였고, 정산 누락은 더기버스 회계사의 실수로 발생된 일이었다는 정황이 드러난 때다. 당시 어트랙트 측은 법원과 언론에 정산 보고 누락을 인정하는 더기버스 직원과 안 대표의 문자를 모두 공개했다.
제작진은 더기버스 혹은 멤버들의 주장을 반박하는 어트랙트의 근거 자료들을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멤버들이 가장 큰 불만 사항으로 제기한 '선급금 변제' 논란을 다루는 부분에선 '제작진이 엔터 사업에 대해 무지한 게 아니냐'는 조롱이 나올 정도로 단순했다. 현재 멤버들은 유통사 인터파크가 어트랙트에 투자한 선급금 90억 원의 지출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누락 원인이 무엇이든 멤버들에겐 정산 내역을 요구할 권리가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피프티피프티가 '왜 우리가 선급금을 채무처럼 갚아야 하냐'고 묻는다면 답변은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소속사는 유통사의 선급금을 아티스트의 음원 수익으로 변제한다. 아티스트의 수익이 적어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더라도 아티스트가 금전적인 손해를 볼 은이 없다. 소속사가 계약 비율에 따라 적은 수익이라도 정산을 해주고, 변제 되지 못한 선급금은 온전히 회사의 빚으로 남는다. 영화계도 마찬가지다. 수백 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 한 편이 흥행에 참패했다고 가정해 보자. 배우는 영화의 손해액이 얼마든 약속된 출연료는 지급 받는다. 단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기에 러닝개런티는 받지 못한다. 커리어 타격만 있을 뿐 금전적 손해는 없다는 뜻이다. 반면 영화 투자자는 손실을 보거나 온전히 빚으로 돌아온다.
고발 프로그램인 '그알'은 정말 이 단순한 시장 원리를 몰랐을까. 전 대표에 대한 의심을 제기한 제작진은 왜 그와 대립 중인 안 대표를 둘러싼 논란들은 거의 다루지 않은 것일까. 논란이 커지자 제작진은 '다시보기'를 지웠다. 취재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는 뜻일 게다.
그럼에도 의문은 여전하다. 편파 취재의 원인이 그들의 '역량 부족'인지, 아니면 '의도적 회피'인지 판단하기 힘든 탓이다. 가요계는 제작진에게 정말 '그것이 알고 싶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피프티 피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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