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女핸드볼, 11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 쾌거
1984년 LA올림픽부터 본선 무대 놓친 적 없어
한국 여자핸드볼 대표팀이 2024 파리올림픽 아시아 예선 최종전에서 일본을 꺾고 파리행 티켓을 쟁취했다. 세계 남녀 핸드볼 역사에 전례가 없는 11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 쾌거를 이뤘다.
헨리크 시그넬(47·스웨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3일 일본 히로시마 마에다 하우징 동구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예선 4차전에서 일본을 25대24로 제압했다. 앞서 인도(53대14 승), 중국(33대20 승), 카자흐스탄(45대24 승)을 차례로 꺾은 시그넬호는 일본전에서도 승리하면서 4전 전승을 기록했다. 일본과의 역대 전적에선 41승1무5패의 압도적 우위를 유지했다.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운 일본에 대표팀은 초반에 고전했다. 강경민(27·광주도시공사)의 슈팅이 불발되며 공격권을 내준 한국은 일본의 레프트윙 요시도메 유키(호코쿠 은행)에게 실점을 허용한 것을 시작으로 0-5까지 끌려갔다. 슈팅과 패스 정확도가 떨어지면서 일본 수비에 가로막혀 턴오버를 남발했고, 이어지는 일본의 역습에 당했다. 결국 시작 5분 만에 시그넬 감독은 타임아웃을 요청하기도 했다.
전열을 정비한 한국은 반격 고삐를 조였다. 5분45초에 피봇 김보은(26·삼척시청)의 득점으로 물꼬를 텄고 한 차례 공격을 실패한 뒤 다시 강경민이 추가 득점을 뽑아냈다. 8-12로 뒤진 19분 투입된 막내 김민서(19·삼척시청)는 곧장 빠른 발과 기동력을 살린 속공을 주도하며 한 점을 냈고, 골키퍼 박조은(25·광주도시공사)의 선방에 이은 롱패스를 받아 신은주(30·인천시청)가 득점에 성공하며 2점 차(10-12)까지 따라붙었다.
기세를 올린 대표팀은 김보은, 강경민과 주장 이미경(32·부산시설공단)이 연속 3점을 내며 전반 27분 균형(13-13)을 맞췄다. 다시 일본에 2점을 내줬으나 경기 종료 10초를 남기고 강은혜(27·SK슈가글라이더즈)의 골이 터지며 14-15, 1점 차로 전반을 마무리했다.
일본의 득점으로 포문을 연 후반전엔 엎치락뒤치락하며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가 이어졌다. 강경민의 7m 던지기와 김보은의 득점으로 다시 동점(16-16)을 만들었고, 다시 일본 이시카와 소라(오사카체육대)와 아이자와 나츠키(호코쿠 은행)에 연속 실점하며 2점 차로 쳐졌다.
이어 김보은이 연달아 2골을 넣어 따라잡았고, 후반 11분 이미경이 회심의 슈팅으로 역전포(19-18)를 쐈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이 처음으로 앞서나가는 순간이었다.
팽팽한 분위기 속에 후반 20분 아이자와의 7m 던지기로 21-21 동점이 만들어졌다. 양 팀은 4분 동안 상대 공격을 틀어막으며 짠물 수비로 맞섰다.
후반 24분 신은주가 침묵을 깨며 리드(22-21)를 되찾아 왔다. 두 차례 다시 일본이 따라붙었으나, 이미경과 신은주가 다시 골망을 흔들었고, 경기 종료까지 1분여 남겨둔 막판 승부처에서 류은희(33·헝가리 교리)가 7m 던지기 인근에서 2점 차 리드를 가져오는 쐐기골을 꽂았다. 일본은 20초를 남기고 나츠키의 골로 1점 만회하는 데 그쳤다.
승리가 확정되자마자 선수들은 경기장으로 뛰쳐 나와 얼싸안고 기쁨의 ‘강강술래’를 선보였다.
한국은 일본팬들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도 투지를 발휘하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날 경기 시작 한 시간 반 전에 이미 관중석은 1450여명의 만원 관중으로 가득 찼다. 경기 내내 체육관을 울리는 북소리에 맞춰 “렛츠 고, 닛폰!(일본)”을 연호하고 파도타기를 펼치는 응원전이 이어졌다.
이날 한국에서는 김보은이 6득점으로 팀 내 최다 골을 넣었고, 강경민과 신은주, 류은희가 4득점씩 보탰다. 골키퍼 박조은(25·광주도시공사)도 후반 13분 일본의 7m 던지기를 막아내는 등 선방률 46.2%(6/13)로 활약했다. 일본에서는 나츠키가 9득점으로 양 팀 최다 득점을 올렸고, 이날 결정적 고비마다 한국 선수들의 슈팅을 막아냈던 노르웨이-일본 혼혈 선수 카메타니 사쿠라(프랑스 ESBF 브장송)가 선방률 21.4%(6/28)를 기록했다.
경기 뒤 이어진 시상식에서는 한국(1위)과 일본(2위)에 이어 중국이 3위를 차지했다. 대회 최우수선수(MVP)에는 강경민이 뽑혔다. 강경민은 “(류)은희 언니가 마지막에 25-23으로 앞서가는 골을 넣었을 때 비로소 이겼다고 느꼈다” 며 “생각하지도 못한 상을 받게 돼 너무 영광이다. 11회 연속 (올림픽) 진출이라는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9월에 열리는) 아시안게임과 내년 올림픽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베스트7에는 신은주(레프트윙), 이미경(레프트백), 하토리 사키(라이트윙), 나카야마 카호(라이트백), 아이자와 나츠키(센터백), 나가타 미카(이상 일본·피봇), 루 창(중국·골키퍼)이 선정됐다.
지난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를 시작으로 올림픽 본선 무대를 놓친 적이 없는 한국 여자핸드볼은 이로써 11연속 본선 진출 대기록을 달성했다.
한국은 2004년 아테네 대회와 2008년 베이징 대회를 제외하면 모두 아시아 예선에서 올림픽으로 직행했다. 2004년에는 아시아 예선 2위 뒤 세계선수권 3위로 올림픽 티켓을 따냈고, 2008년에도 아시아 예선 2위 뒤 국제핸드볼연맹(IHF) 주최 올림픽 예선 2위로 본선에 진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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