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만 더 머물러줘"…플랫폼은 지금 '게이미피케이션' 열풍 [긱스]

고은이/허란 2023. 8. 23.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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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에 게임 넣는 플랫폼
그립, 미니게임으로 생필품 보상
컬리·올웨이즈는 농사게임 접목
매일 퀴즈내는 헬스케어 플랫폼도
게이미피케이션 시장 연 28% 성장
한국, 인앱게임 활성 유저 많아
"금전 보상인데 규제 없는 건 문제"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플랫폼 스타트업 사이에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게임 요소 적용)’ 열풍이 불고 있다. 앱에 미니게임을 넣어 생필품을 보상으로 주거나, 룰렛이나 뽑기 같은 게임을 활용해 상품 구매를 유도하는 식이다. 플랫폼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는 가운데 충성 이용자를 확보하고 이들의 체류시간을 늘려 사업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다만 게임 요소를 무분별하게 접목할 경우 브랜드 이미지를 해쳐 오히려 이용자들을 잃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임에 빠진 커머스 플랫폼

23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그립은 최근 ‘그립런’이라는 이름의 미니게임을 도입했다. 앱에서 계란, 햇반, 컵라면 중 받고 싶은 상품을 고르면 게임이 시작된다. 게임 속 캐릭터를 뛰게 하면 포인트를 얻는다. 라이브방송을 보거나 채팅에 참여하면 포인트 수십 점을, 상품을 사면 수백 점을 받을 수 있다. 안현정 그립컴퍼니 부대표는 “게임 보상으로 실물 상품을 무료로 배송해주기 때문에 큰 호응을 얻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허라미 기자


컬리는 농사 게임인 ‘마이컬리팜’을 이달 선보였다. 컬리 앱 안에 꾸며진 가상 테라스에서 온라인 작물을 키우는 게임이다. 고객은 토마토, 양파, 아보카도 등을 키울 수 있고 컬리는 게임 보상으로 해당 작물을 현물로 배송한다. 출시 1주일 만에 20만 명이 게임에 참여했다.

공동구매 플랫폼 올웨이즈의 올팜과 공구마켓이 운영하는 공팜도 컬리팜과 비슷한 구조다. 올팜 이용자는 친구 초대나 상품 구경 등을 통해 작물 성장에 필요한 물과 비료를 얻는다. 매일 접속할 경우 한 달 안팎이면 작물을 수확해 배송받을 수 있다. 다른 이용자와 ‘맞팜’을 하면 수확이 더 빨라진다. 농수산물 직거래 플랫폼 팔도감도 앱에서 한우를 키워 실제 차돌박이 상품을 받는 목장 게임을 최근 내놓았다.

“앱 체류시간 늘려라”

플랫폼들이 인앱(In-App) 게임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건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용자를 자주,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한 전략에서다.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한국인은 1인 평균 6개의 쇼핑 앱을 설치했다. 하지만 이 중 실제로 사용하는 앱은 3~4개다. 이용자들을 매일 접속시킬 유인이 있어야 실제 구매로 이어진다. 게임은 정기적인 앱 접속과 체류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인 셈이다.

올팜을 운영하는 올웨이즈의 이용자 월평균 사용일 수는 18.6일로 대형 쇼핑 앱인 쿠팡(15일)보다 많다. 하루 평균 사용시간도 34분으로 쿠팡의 3배 수준이다. 한 플랫폼 관계자는 “인앱 게임으로 활성 이용자를 확보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했다. 컬리에 따르면 마이컬리팜을 오픈한 지난 1일과 비교했을 때 9일 컬리팜 이용자의 컬리 앱 방문 횟수는 3배가량 많았다.

헬스케어나 금융 플랫폼들도 앱에 게임을 넣고 있다. 병원 예약 앱인 굿닥은 앱 안에 미니게임을 넣어 환자들이 진료 대기 시간에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헬스케어 플랫폼 캐시워크는 다양한 종류의 5분게임과 퀴즈를 배치했다. 일간활성이용자 수(DAU)가 많을수록 플랫폼 내 광고 단가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DAU 300만 명 수준인 캐시워크는 앱 광고 매출이 전체 매출의 80%가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적립한 포인트를 게임 과정에서 쓰도록 유도해 비용을 줄이려는 플랫폼들도 있다”고 했다.

MZ 세대 겨냥한 특화 전략

전 세계 게이미피케이션 시장 규모는 2016년 49억1000만달러(약 6조5700억원)에서 지난해 134억달러(17조9300억원)로 불었다. 연평균 28%씩 증가해 2030년엔 968억달러(약 19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앱 내 미션을 수행하면 포인트를 주는 것도 게이미피케이션 전략의 일환이다.

SNS와 숏폼 문화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즉각적인 미션과 피드백을 원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게이미피케이션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직구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가 알리앱 내 게임 DAU를 분석한 결과 한국에서 인앱 게임을 즐기는 활성 유저 수는 다른 국가들 평균 대비 2배 이상 많았다. 하루 평균 체류시간 역시 20분이나 됐다. 디지털화가 잘된 한국에서 게이미피케이션 전략이 잘 통하는 셈이다.

오상엽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MZ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로 모바일 기기와 게임에 익숙하고 재미 요소를 중요하게 여긴다”며 “헬스케어, 교육,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이 일어나는 배경”이라고 했다. 높은 물가로 ‘식비 방어’를 위한 앱테크가 유행하고 있는 것도 플랫폼들이 앞다퉈 게임을 도입하고 있는 이유다.

“규제 밖 갬블링 요소 주의해야”

게임 요소를 플랫폼에 무분별하게 적용할 경우 브랜드 평판에 타격을 입거나 상술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미국 주식거래 플랫폼 로빈후드는 이용자가 주식거래를 할 때마다 게임처럼 앱 화면에서 폭죽을 터뜨렸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증권당국은 “초보 투자자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면서 보호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며 로빈후드를 고발했다.

국내에서도 플랫폼들이 인앱 게임을 통해 이용자에게 보상을 제공하는 것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한 운동 앱 대표는 “이용자를 현혹하기 위해 갬블링 요소가 과도하게 사용되고 있다”며 “게임은 등급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플랫폼은 정식 게임이 아니라는 이유로 규제 밖에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게임산업법은 이용자에게 경품을 제공해 사행성을 조장하면 안 된다는 의무를 게임 사업자에게 부여하고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플랫폼들의 인앱 게임은 등급 분류 대상이 아니라 별도로 관리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신고가 들어올 경우 모니터링을 할 수 있다”고 했다.

■ 게이미피케이션

이용자의 관심이나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게임이 아닌 분야에 게임의 메커니즘, 사고방식, 디자인 요소 등을 적용해 재미와 보상을 제공하는 것.

고은이/허란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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