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방류 D-1, 윤 대통령의 ‘선택적 침묵’…안전 이슈 책임성은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24일)를 하루 앞둔 23일에도 방류 관련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그간 윤 대통령 입장이 충분히 전달됐다고 보고 직접 메시지는 자제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 메시지가 나오지 않으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대통령의 직접 설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그간 대통령이 “안전의 컨트롤타워”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윤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오염수 해양 방류 시점을 발표한 전날에 이어 방류를 하루 앞둔 이날도 관련한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관련한 대통령실의 브리핑이나 언론 공지 등도 없었다. 전날 정부의 공식 입장도 대통령이나 총리, 장관이 아니라 차관급인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을 통해 전해졌다.
이 같은 대응 방식에는 윤 대통령과 정부가 이미 오염수 방류와 관련된 일관된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5월7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이 요구한 한국 전문가 시찰단 파견과 모니터링, 정보공유 등이 수용되면서 국민 안전을 위한 조치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 공동언론발표에서 오염수 문제에 입장을 재차 밝히면서 방류 임박 시점에 공식 입장표명도 이뤄졌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당시 “IAEA(국제원자력기구) 결과를 신뢰한다”면서 “다만 IAEA 점검과 계획대로 처리되는지 일본과 한국을 포함해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투명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민 안전의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 메시지가 실종된 데 대한 논란은 확산하고 있다. 방류 개시라는 중대 기로에서 국민 안전에 대한 정부의 조치와 향후 계획 등을 국정운영 책임자가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6월 15일부터 “오염수 해양 방출에 대해 국민 여러분과 언론의 우려가 상당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박 1차장)며 일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 오염수 방류 문제는 지난 3월과 5월 한·일 정상회담 기간 중 양국 현안으로 논의되기도 했다. 사안의 중대성과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정부 역시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이 안전과 관련한 현안들에 선택적 대응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론에 불리한 안전 이슈에 대해서는 선택적 침묵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집중호우 당시에도 복수의 현장을 방문했지만 14명이 숨진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서는 현장을 찾지 않았으며 공식 메시지도 내지 않아 ‘책임론 피하기’ 행보라는 비판이 나왔다. 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철근 누락 공공임대주택 문제나 최근 잇따른 무차별 범죄 대응을 두고는 공식 발언 등을 통해 문제 인식과 대응책을 상세하게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이태원 참사 직후 열린 국가안전시스템회의에서 “재난의 컨트롤타워, 안전의 컨트롤타워는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대선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는 “참모 뒤에 숨지 않고, 정부의 잘못은 솔직히 고백하겠다. 현실적 어려움은 솔직하게 털어놓고 국민 여러분께 이해를 구하겠다”고 했다. 취임 초기에는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신념을 강조했다. 하지만 오염수 방류 문제에서 이런 대응은 찾아볼 수 없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오염수 방류 관련) 대통령실은 말이 없다”면서 “윤 대통령이 대국민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께 명확한 입장과 계획을 보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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