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아침에] 韓 배터리 세액공제의 허실

김능현 논설위원 2023. 8. 2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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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IRA법, 배터리 제조에 세액공제
이익 없어 공제 못받으면 현금환급
유럽·日도 막대한 국가보조금 살포
‘K칩스법Ⅱ’로 지원 실효성 높여야
[서울경제]

국내 배터리 3사 중 하나인 삼성SDI가 최근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스텔란티스와 함께 미국에 두 번째 배터리셀 합작 공장을 건설해 전기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미국 인디애나주 코코모시에 2025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인 1공장의 생산량도 확대하기로 했다.

삼성SDI가 미국 투자를 늘린 배경 중 하나에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라는 조항이 있다. AMPC에는 배터리 제조 업체가 북미에서 배터리셀을 제조하면 1㎾h당 35달러, 모듈까지 포함하면 총 45달러의 세액을 공제해주거나 그 액수를 현금으로 환급해주는 내용이 들어 있다. 여기서 핵심은 세액공제가 아니라 현금 환급(direct pay)이다.

내야 할 세금을 줄여주는 공제는 단어 자체로는 달콤한 듯하지만 사실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이익이 있어야 내야 할 세금이 생기며 공제는 내야 할 세금 한도 내에서만 받을 수 있다. 이익을 내지 못하거나 이익 규모가 크지 않은 기업에 각종 세금 공제 제도가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공제 제도의 태생적 한계 탓이다.

미국 정부가 AMPC를 통해 현금 환급을 허용한 것은 이런 세액공제의 문제점을 보완해주기 위한 것이다. 배터리 같은 장치 산업은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되기 때문에 초기에는 이익을 내기 어렵다. 이익이 없으니 공제도 받을 수 없는 만큼 해당 공제액을 현금으로 주겠다는 게 현금 환급이다. 막대한 투자비에 사업 초기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기업들의 부담을 완화해주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실제 국내 배터리 3사가 미국 정부로부터 받을 현금 환급 규모는 2032년까지 최대 90조 원에 달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은 또 첨단기술차량제조(ATVM) 프로그램에 따라 친환경 자동차 및 부품 제조 업체에 국채금리 수준의 저금리로 대출해주는 정책 자금 지원 등 다양한 현금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다. 저금리 대출은 시장금리와의 차액만큼 현금을 지원해주는 효과가 있다. 미국의 주 정부도 보조금 지급과 재산세 감면 등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일례로 SK온과 현대차그룹의 배터리 합작법인은 조지아주 정부로부터 7억 달러 수준의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이 첨단전략산업 지원을 위해 대량의 현금 살포에 나서자 캐나다·유럽 등도 이에 질세라 막대한 재정 투입에 나섰다. 캐나다 연방정부와 온타리오주 정부는 지난달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 합작법인에 10년간 최대 113억 달러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유럽연합(EU)은 올해 3월 유럽 내에서 생산된 원자재 사용 제품에 세제 지원은 물론 보조금 지급을 하겠다고 했고 미국 IRA에 대응해 경쟁국과 동일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한시적 위기 및 전환 프레임워크’도 채택했다. 우리의 최대 경쟁국인 일본은 지난해 2차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해 배터리 설비 투자 비용의 3분의 1, 기술 개발의 2분의 1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했다.

반면 배터리 강국인 한국 정부의 지원 방안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다. 이른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통해 첨단전략산업에 대한 투자 세액공제를 확대했으나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는 배터리 관련 기업에는 언감생심이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 등 일부 대기업도 최근에야 흑자로 전환했을 뿐 상당수의 배터리 관련 기업들은 아직도 초기 투자 비용으로 인해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그나마 현금 지원 사업으로 지난해 4월 차세대 배터리 개발 등에 민관이 힘을 합쳐 20조 원을 투자하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이 가운데 재정 투입 비율은 5%에 불과하다.

현재 국회에는 세액공제분을 현금으로 환급해주는 이른바 ‘K칩스법Ⅱ’가 발의돼 있다. K칩스법Ⅱ처리를 미루면 자칫 배터리 완성품 기업뿐 아니라 소부장 기업까지 해외로 빠져나가 국내 공급망이 무너지고 우리 젊은이들의 일자리도 사라질 수 있다. 더구나 K칩스법Ⅱ의 혜택은 대기업보다 고용 유발 효과가 큰 중소기업이 더 많이 누린다. 글로벌 강국들의 배터리 공급망 확보 경쟁에서 우리가 밀리지 않으려면 올해 정기국회에서 K칩스법Ⅱ를 통과시키고 자금 지원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배터리 같은 첨단산업은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한 번 밀리면 다시 만회하기 어렵다.

김능현 논설위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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