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브릭스, G7 대항마 아냐"… 세 확장 노린 중국에 찬물
中 "패권 집착해 개도국 압박"
미국에 대한 불만 노골적 표출
'브릭스 플러스' 띄웠지만
러시아·남아공만 힘실어줘
모디, 남반구 협력플랫폼 강조
中 주도 세력 확대에 견제구
◆ 브릭스 정상회의 ◆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에 맞서 신흥 경제 5개국인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를 반(反)서방 정치·경제 세력으로 확대하려는 중국의 구상이 흔들리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남아공에서 열린 브릭스 주요 개막 행사에 불참한 가운데 브릭스 회원국들이 저마다 입장 차이를 보이며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 회의는 외연 확장을 목표로 4년 만에 열렸지만 미·중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중국 경제 위기감이 커지면서 뚜렷한 성과를 도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개막한 '제15차 브릭스 정상회의' 첫날 시 주석은 주요 행사인 브릭스 비즈니스포럼에 돌연 불참했다. 시 주석은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대독한 포럼 연설문을 통해 미국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시 주석은 연설문에서 "어떤 나라는 패권적 지위를 잃지 않기 위해 신흥시장국과 개발도상국을 압박하고 있다"며 "남의 등불을 끈다고 결코 자신이 더 밝아지는 것은 아니다"고 언급했다.
이날 포럼에는 시 주석이 불참한 가운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을 비롯해 '중국 라이벌'인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 주최국인 남아공의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이 참석했다. 시 주석은 이날 포럼 대신 만찬에만 참석했다. 다만 시 주석이 사전 예고 없이 주요 행사에 가지 않은 것에 대해 호르헤 과하르도 전 주중 멕시코대사는 SNS를 통해 "보도를 일시 중단시킬 만한 소식"이라며 "중국이 웬만하면 빼놓지 않고 챙기는 다자 포럼에 (시 주석이) 예고 없이 참석하지 않은 것이야말로 뉴스거리"라고 언급했다. 시 주석은 미·중 갈등 구도 속에 중국 영향력이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한 듯 "어떤 저항이 있더라도 브릭스는 계속 성장할 것"이라며 "우리는 브릭스 플러스 모델로 확장함으로써 회원국을 적극적으로 늘려갈 것"이라고 연설문을 통해 밝혔다. 23일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 주석은 재차 "많은 개발도상국이 브릭스 협력 구조에 가입을 신청하는 것을 보게 돼 기쁘다"며 "개방과 포용, 협력, 호혜의 브릭스 정신을 견지하면서 더 많은 국가가 브릭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등 공산주의 국가에 우호적이던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도 시 주석 의중을 거스르는 발언을 내놓았다. 전날 남아공에 도착한 룰라 대통령은 SNS를 통해 "브릭스는 G7이나 G20 대항마가 아니다"며 "미국과 경쟁 체제를 구축하려는 것도 아니다"고 언급했다. 룰라 대통령은 "내가 대통령으로 다시 취임한 이후 미국, 유럽연합(EU)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고 밝혀 미국을 에둘러 비난한 시 주석 연설과 미묘한 온도 차이를 보였다. 모디 총리 역시 시 주석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포럼 연설에 나선 모디 총리는 "인도가 전 세계 경제의 성장동력"이라며 "우리 경제 규모가 곧 5조달러 달성을 앞두고 있다"고 자부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전 세계, 특히 '글로벌 사우스'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서로 상대의 장점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사우스는 남반구에 있는 신흥국·개발도상국을 통칭하는 표현이다.
시 주석에게 힘을 실어준 것은 남아공과 러시아 정도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포럼에서 미리 녹화해둔 연설을 통해 "미국 달러화를 해체하려는 비가역적 변화가 일고 있다"며 달러화 패권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흑해곡물협정 체결 후 1년간 수출된 우크라이나 곡물 중 70% 이상이 선진국으로 향했으며 아프리카 빈곤국으로 향한 곡물은 3%도 되지 않는다"고 말해 러시아산 곡물·비료 수출 제재에 반발했다.
푸틴 대통령은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우크라이나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탓에 브릭스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대신 참석했다.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브릭스 협력과 확대에 대해서는 중국과 비슷한 견해"라고 말했다.
브릭스 정상회의가 분열 양상을 보이자 브릭스 회원국이 되기를 원했던 나라들은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아르헨티나가 브라질 정부의 가입 지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가입 절차를 밟지 않을 것이라고 아르헨티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브릭스 정상들은 23일 전체 정상회의에서 공동선언문인 '이골리 선언문'을 채택할 예정이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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