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묵은 '금융지주법' 대수술 나선다

채종원 기자(jjong0922@mk.co.kr) 2023. 8. 2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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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금융 접목 활발한데 … 은행 이자장사만 의존 '악순환'
5% 갇힌 非계열사 지분 한도, 핀테크부터 풀어 경쟁촉진

◆ 금융지주법 대수술 ◆

꽁꽁 묶여 있던 금융지주 관련 규제가 23년 만에 재정비된다. 2000년에 제정된 금융지주회사법이 최근처럼 금융·비금융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 시대에는 오히려 금융그룹의 시너지 효과 창출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금융사 지분 보유 규제가 과도한 까닭에 국내에서는 '금융지주=은행'이라는 인식이 생길 정도로 은행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을 받는다. 23일 매일경제가 국내 금융지주회사 10곳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금융지주 전체 이익 중 비이자이익 비중은 10.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41.8%), 일본(52.2%)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해외 금융지주처럼 은행 중심의 경영관행에서 벗어나려면 규제 중심의 현 금융지주회사법부터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은행들 또한 예대마진을 통한 이자장사로 쉽게 수익을 내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융지주회사법은 2015년 12월 소폭 개정된 뒤 2017년 금융위원회의 대통령 업무보고 때 금융지주제도 개편이 중점 과제로 담겼지만 탄핵·대선 국면을 거치며 공론화되지 못했다.

4대 금융지주사의 한 고위 임원은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의 골격은 여전히 '20세기'에나 먹히던 낡은 금융환경에 머물러 있다"며 "정보기술(IT) 발달로 금융·IT 간 접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는데 규제에 완전히 발목이 잡힌 상태"라고 지적했다. 금융지주의 비계열사 지분 보유를 5%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 금융지주회사법 규제가 대표적이다. 핀테크기업을 중심으로 금융 연관 업종에 대해서는 이 같은 지분 보유 제한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또 다른 대형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미국 대형 금융지주들은 다양한 형태의 자회사들을 보유하고 있고, 이들이 미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수익 활동을 하고 있는 반면 한국의 금융지주는 은행이 주력"이라며 정부에 더 과감한 제도 정비를 주문했다.

우선 금융지주가 편입할 수 있는 자회사의 범위를 시대 변화에 맞게 재설정해야 자회사 간 시너지가 강화돼 금융서비스 경쟁력이 향상된다는 주장이다. 4대 금융지주의 한 전략팀 책임자는 "지금의 순수지주 성격을 탈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금융그룹 내 시너지 효과 향상을 위해선 2014년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건 후 내부 경영관리 목적으로 한정돼 있는 계열사 간 정보 공유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동시에 금융사의 업무 위탁 범위 확대도 언급된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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