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김의겸 법안 통과 1건도 못 시켰다”
재보궐 이재명·김영선·안철수·임병헌 등도 법안 통과 0건
(시사저널=정윤경 인턴기자)
총선이 8개월도 남지 않았다. 21대 국회가 문을 연지 3년이 지났다는 뜻이다. 지난 3년간 여야 국회의원들은 과연 의정 활동의 기본인 '법안 발의'에 충실했을까.
시사저널이 국회의원 299명이 대표 발의한 법안 건수와 처리율을 전수조사한 결과 김웅 국민의힘 의원(서울 송파구갑),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 박병석 민주당 의원(대전 서구갑) 등 4인은 대표 발의한 법안이 한 건도 처리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보궐선거로 국회에 뒤늦게 입성한 강성희 진보당 의원(전북 전주시을),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경남 창원시 의창구),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경기 성남시 분당구갑), 이재명 민주당 대표(인천 계양구을), 임병헌 국민의힘 의원(대구 중구남구) 등 역시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23일 국회의안정보 시스템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총 2만3276건이다. 이 중 처리된 의안은 7052건으로, 전체 발의 법안 중 30.29% 수준이다. 발의 법안 10건 중 7건은 국회에 계류돼있다는 의미다. 이 중 8명의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1건도 통과되지 못했다.
우선 이재명 대표가 발의한 법안은 총 6건인데, 모두 위원회 심사 단계에 멈춰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대표 발의한 법안이 상임위원회(상임위) 회부는 됐는데 논의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추가로 논의해야 할 쟁점이 남아있어서 소관위원회(소관위) 심사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도 모두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 인사청문회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15건이다. 김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모두 소관위 심사만 거친 상태다. 이에 대해 의원실 관계자는 "여당 반대가 심한 법안을 제출했다 보니 여야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거대 야당'의 반대를 계류 원인으로 꼽았다. 의원실 관계자는 "정보경찰 폐지 법안을 추진 중이지만 민주당의 입법 독주하에 발목이 잡혀있다"며 "야당이 압도적인 의석 수를 점해 의원 간 협의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법안을 통과시킬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다는 입장도 있었다. 재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의원들이 대표적이다.
2022년 6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로 국회에 재입성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9월 노후 신도시의 인프라 확충을 위해 건축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을 냈지만 여전히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의원실 관계자는 "지역구 주민과 약속했던 법안인데 진행속도가 더뎌서 아쉽다"면서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까지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재보궐선거로 국회에 들어온 임병헌 국민의힘 의원 측 관계자는 "임기가 시작된 지 1년 반이 채 안 됐고 상임위원회를 옮겨 다니느라 시간이 부족했다"면서도 "하반기 내에 최대한 상임위를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 측도 "4.5 재보궐선거에 당선돼 국회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실은 "6월 보궐선거로 국회에 들어와 절대적 시간이 부족했다"면서 "통과가 될 때까지 상황을 주시하겠다"고 덧붙였다.
6선인 박병석 민주당 의원은 상반기 국회의장직을 수행하느라 법안을 손볼 시간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박 의원 측 관계자는 "국회의장 임기를 마치고 지난 겨울부터 법안을 제출하기 시작해서 다른 의원들과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면서도 "옥외광고물법은 관련 민원도 많고 당에서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어서 조만간 통과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국회의원의 법안 발의 '숫자'만큼,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상대 정당의 입법 성과가 될 수 있는 법안은 총력으로 반대할 거고 쟁점이 없는 법안은 마지막 국회에 무더기로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법안의 수를 늘리기보다 국민의 삶과 직결된 법안이라면 국회의원이 끝까지 책임지고 처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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