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잼버리 ‘늑장 준비’… 개최 전 ‘긴급 입찰’ 남발

채명준 2023. 8. 2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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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입찰공고 270건 전수조사
무려 68건이 긴급 공고로 진행
2023년만 24건… 비용 지출 늘어
코로나로 안 열린 프레잼버리
계약대로 일부 설치 ‘예산 낭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준비 과정에서 입찰공고 사업 4건 중 1건이 ‘긴급’으로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치 확정 후 6년의 준비기간이 있었지만 상당수 사업을 대회가 임박해서야 급하게 처리한 것이다. 또 프레잼버리 대회가 취소됐음에도 사업 예산 일부가 그대로 집행되는 등 예산이 주먹구구로 쓰인 사실도 확인됐다.

세계일보가 23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올라온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관련 사업 입찰공고 270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 중 68건(유찰 4건)이 ‘긴급’ 공고로 올라온 것으로 확인됐다. 조달청 등에 따르면 사업자를 시급히 선정해야 하는 경우 긴급 입찰을 진행하는데, 일반 입찰은 공고기간이 7∼40일이지만, 긴급은 5일만으로도 가능하다. 단기간에 사업자를 구할 수 있지만 선정 과정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할 수 없어 최적의 계약을 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지난 18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야영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긴급 입찰은 특히 잼버리 대회 직전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올해 들어서만 24건이 긴급으로 처리됐다. 일례로 ‘잼버리 병원 내 의약품 등 구입’ 공고의 경우 소독용에탄올 등 여러 의약품 구입 공고를 개영식 약 3주 전에야 올렸다. 참가 업체는 4곳에 불과했다.

◆늑장 준비에 ‘긴급’ 입찰 수두룩

무분별한 긴급 입찰은 높은 투찰률로 이어졌다. 여러 업체가 참여하는 경쟁입찰의 경우 88%대의 투찰률이 일반적이다. 새만금 잼버리 관련 입찰은 100% 투찰률이 3곳, 95% 이상이 32곳, 90% 이상이 37곳으로 투찰률이 높은 계약이 상당했다. 투찰률이 높으면 그만큼 높은 가격에 사업이 낙찰돼 비용 효율이 떨어질 소지가 크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긴급 구호물품 구매’ 공고(예산 9000만원)를 보면 이 같은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해당 입찰에는 단 한 곳의 업체만 참가해 98.333%(약 8850만원)의 높은 투찰률로 낙찰을 받았다. 이 계약을 통해 개당 약 3000원에 가로 100cm, 세로 20cm 크기의 타월 3만개가 구매됐는데, 유사한 물품이 시중에서 개당 1000∼2000원 사이에 팔리는 것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구매가 이뤄진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전 조달청 고위관계자는 “많은 업체가 입찰에 참여할수록 정부가 보다 좋은 조건에 거래할 수 있다”며 “긴급으로 공고하면 참여 가능 업체가 줄어들 확률이 높아져 정부가 보다 저렴하고 질 좋은 거래를 하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열리지도 않은 프레잼버리에 예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을 이유로 열리지도 않은 프레잼버리에 예산이 낭비된 사실도 확인됐다. 나라장터에서 올라온 프레잼버리 관련 공고는 급식·수송·텐트·화장실 및 샤워장 총 4가지다. 이 중 급식과 수송 공고는 프레잼버리 취소가 결정된 후 철회됐지만 텐트와 화장실 및 샤워장은 계약대로 설치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프레잼버리는 열리지도 않았는데 정부 예산을 들여 텐트와 화장실 등을 설치했다 철거한 것이다. 여기에 들어간 예산은 텐트 117개동 2386만6720원, 화장실 8개와 샤워장 7개 6105만1000원으로 총 8491만7720원의 예산이 무의미하게 버려졌다.

각종 꼼수로 입찰에 응한 사례들도 있다. ‘세계잼버리영지 및 부안 관내 셔틀버스 운행차량 임차 용역 수의견적 제출 공고’의 경우 2개 업체가 참여해 최저가로 입찰한 업체가 계약자로 선정됐다. 그런데 본지가 두 업체에 전화해 확인한 결과 두 업체는 대표자 이름과 인터넷상 주소만 다를 뿐 동일한 업체였다. 사실상 같은 회사를 마치 다른 회사인 것처럼 입찰 들러리 세워 낙찰을 받은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4일 오후 전북 부안군에서 열리고 있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장을 찾아 화장실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업무 공백을 예방할 수 있는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사업 주체가 조달청을 거치지 않고 나라장터를 이용할 경우 긴급 공고 오남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감사원 조사 등 사후 대처를 통해 이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임시조직을 만들어 행사를 운영할 땐 다수가 책임을 피할 수 있어 결과에 대한 ‘연대책임’을 지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명준·이민경·안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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