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 “한·미·일 합의 과정서 尹대통령 역할 대단”
“中, 필리핀서 불법·도발 행위”
日 오염수엔 “과학 따른 조치… 韓美 의견 일치”
“캠프 데이비드 합의, 거의 모든 분야 망라”
한·미·일 정상이 ‘캠프 데이비드 합의’를 통해 3국 안보 협력 수준을 대폭 끌어올린 가운데,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는 23일 기자 간담회에서 “한일관계 개선을 이끈 윤석열 대통령의 역할이 대단했다”며 “이번 합의 과정의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 오커스(AUKUS)에 비견되는 이번 합의가 윤 대통령이 취임 후 한일관계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것에서 비롯됐다는 취지다. 골드버그 대사는 “미래지향적인 시각과 리더십이 (한일) 양국의 역사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건강상의 이유로 지난주 미국에서 열린 한·미·일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골드버그 대사는 이날 대사관저에서 간담회를 갖고 한·미·일 정상회담과 캠프 데이비드 합의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이번 합의는 인공지능(AI), 양자역학, 공급망, 여성의 권익 신장 등 21세기 현대 국가에게 중요한 이슈는 거의 다 다루고 있다”며 “힘을 합치면 혼자일때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분야들이 총망라 되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북한 핵·미사일과 도발에 대해 “한·미·일 3국이 협력할 경우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년간의 합동 군사훈련 같이 한·미·일 국민들의 안전과 웰빙을 위한 조치들이 담겨있다”고 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한·미·일이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명시한 것 관련 “필리핀에서 중국이 한 행동은 불법적이고 도발적인 행위이며 벌어져서는 안될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그래서 3국 모두가 중국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합의했다”고 했다. 앞서 중국 해안경비정이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군용 물자 보급선을 향해 물대포를 발사해 긴장이 고조됐는데, 3국은 지역 내 ‘규칙 기반 질서’를 저해하는 주체로 중국을 지목해 이를 견제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2016년 한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겪은 중국의 경제적 보복을 언급하며 “3국 합의가 특정국을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경제적 강압이나 항행(航行)의 자유 같이 중요한 원칙들을 언급하면 안된다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3국이 공유하는 가치와 중시하는 원칙에 대해서 앞으로도 할말은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골드버그 대사는 “이번 합의로 양자 동맹이 3자 회담에 대체되거나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고 했다. 한·미·일 회담으로 인해 한국이 미일동맹의 ‘하위 파트너’로 종속될 것이란 야권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그는 한일관계의 최대 현안인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기준과 절차를 따른 과학 기반 조치로 한국과 미국의 입장이 일치한다”고 했다. 또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 식민지 시대에 벌어진 매우 고통스럽고 끔찍한 참상이라는 점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