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달러 꿈꾸는 브릭스, 일단 '역내통화 활용 확대'에 주력

차병섭 2023. 8. 2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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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브릭스 정상회의서 '공동 통화' 의제 미포함…"시기상조"
"탈달러 무시 말고 달러를 무기화하는 제재 신중해야" 주문도
남아공 브릭스 정상회의 미디어센터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제15차 브릭스 정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21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샌튼 컨벤션센터에 마련된 미디어센터 모습. 2023.8.21 hyunmin623@yna.co.kr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브릭스(중국·브라질·러시아·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경제 5개국)의 탈달러 움직임이 주목받는 가운데, 이들이 우선 공동통화 출범 대신 역내 통화 활용 논의에 집중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 무역 등에서 달러의 비중이 여전히 큰 가운데 공격적인 '탈(脫)달러' 움직임은 자제하기로 한 것이지만, 최근 커지고 있는 달러패권에 대한 우려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브릭스 공동통화는 시기상조…역내 통화 활용 논의"

22∼24일(현지시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당초 관심을 모았던 '브릭스 공동 통화 도입'이 공식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역내 통화 활용을 늘리는 식으로 달러화 비중을 낮추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브릭스 주재 남아공 대사인 아날 수크랄은 23일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통화 의제가 논의되고 있지만 브릭스 공동통화에 관한 것은 아니다"면서 "브릭스 통화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 금융거래와 결제방식 측면에서 더 많은 금융 이용가능성을 만드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면서 "역내 통화를 이용해 회원국 간 상호작용을 심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달러·유로에 대한 의존도와 환전 과정에서의 손실 등을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남아공 폴 마샤틸레 부통령도 21일 "브릭스가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세계 담론의 맨 앞에 있는 만큼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면서 "서방과 경쟁하기 위해 모인 게 아니며, 우리는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우리의 공간을 원한다"고 말했다.

AFP통신은 세계 경제의 8.3%, 세계 인구의 41.9%를 차지하는 브릭스 회원국들이 자국의 이익과 확대하는 영향력을 보다 잘 반영하는 세계질서에 대해서는 공통된 열망을 가지고 있다고 짚었다.

또 자체 개발은행으로 세계은행(WB)이나 국제통화기금(IMF)을 대체하고, 세계 무역 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사용을 줄이는 데에도 의견을 같이한다고 설명했다.

달러 지폐·동전과 러시아 루블 동전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의 대러 달러자산 동결 등으로 탈달러화 가속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과 중국·러시아의 대립이 심화하면서 중러 등을 중심으로 한 탈달러 시도가 이어져 왔다.

특히 미국 등이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러시아 중앙은행의 달러 표시 해외자산을 동결하고 러시아 주요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면서 미국과 긴장 관계인 국가들 사이에서 달러 자산 보유에 대한 믿음이 흔들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미국이 러시아를 제재하자 미국의 '달러 무기화'를 비판한 바 있다.

게다가 최근 몇 년 사이 코로나19 확산 및 경기 둔화 대응 과정에서 미국이 달러를 대규모로 발행했고, 미국의 재정적자와 부채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지난해 미국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속에 달러 가치가 20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치솟기도 했는데, 달러 가치가 10% 오르면 이듬해 신흥국 생산이 1.9% 내려간다는 국제통화기금(IMF) 추산도 있다.

이러한 가운데 원자재 거래에서 탈달러 세력이 규합하면서 달러화의 위상이 축소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달러 이미지 옆을 지나가는 아르헨티나의 한 행인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제거래·외환보유고서 여전히 달러 우위…"탈달러 무시 말아야"

달러는 위상 축소 움직임에도 국제 교역에서 여전히 지배적 지위를 점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달러는 2022년 약 6조6천억 달러(약 8천750조 원)에 달하는 전 세계 외환 거래의 약 90%를 차지했다.

IMF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세계 각국의 외환보유고에서 달러 비중은 58%로 여전히 과반이었다.

폭스비즈니스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자본시장의 규모와 법치 등에 기반한 네트워크 효과를 감안할 때 달러가 지배적 지위를 잃을 가능성은 작다고 평가했다.

권위주의 체제인 중러에 비해 미국의 법치를 더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러시아가 중국 위안화 사용을 늘리고 있지만 인도는 중국의 지배적 우위를 우려하는 등 브릭스 회원국 간에도 입장이 다르다.

FT는 그러면서도 "미국이 달러 우위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면서 달러를 무기화하는 식의 제재에 신중해야 하며 기축통화에는 책임도 따른다고 주문했다.

폭스비즈니스도 "미 정책결정자들이 탈달러를 터무니없는 생각으로 무시하며 달러를 비경제적 목적으로 남용하는 방식을 계속해서는 안 된다"면서 "브릭스의 급속한 팽창은 미국의 정책 오판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지적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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