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NPL 매일보고" 리스크 관리 강화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2023. 8. 2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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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중국경제] <5>비상걸린 한국계銀·車업계
위기 전이 신호는 아직 없지만
한국계銀 대출도 보수적 실행
현대차는 할부납부 지연 주시
글로벌펀드 12일간 12조 '팔자'
크루그먼 "美엔 큰영향 없을 것"
[서울경제]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로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기업이나 개인 등으로 위험이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중국에서 영업 중인 한국계 은행들은 개인 대출의 연체율 증가를 점검하고 나섰고 현대차 역시 할부 금융 납부 지연 등을 예의 주시하는 상황이다.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에 글로벌 펀드는 중국 본토 증권시장에서 지난 12일간 12조 5000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23일 중국에서 영업 중인 국내 A 은행은 최근 분기 단위로 진행하던 해외 파트와 중국 법인 간 회의를 주간 단위로 강화했다. 신용 리스크와 유동성 등을 점검하는 등 전반적인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전했다. A 은행 관계자는 “중국 법인에서 여수신계수를 비롯해 연체율과 부실채권(NPL) 등 건전성 여부를 본사에 일일 보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은행은 이미 코로나 발생 이후 중국 소매시장 악화로 인한 리스크 관리에 돌입한 상태로 헝다 사태 이전부터 중국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B 은행에는 최근 한국 본행에서 대출을 보수적으로 실행하는 게 좋다는 지시가 내려왔다.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수시 보고할 수 있는 체계도 갖췄다. B 은행에 따르면 한국계 은행의 연체율은 최근 소폭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대출 연체율의 경우 지난해 말 대비 7월 말에 소폭 상승했으나 연체율이 1% 초반 수준이라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B 은행 베이징 법인의 한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 중국 내 상황에 따른 국내 은행의 영향을 파악하긴 힘들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개인 대출의 연체율은 올라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 전체의 영향이 결국 개인에게도 여파를 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개인의 차량 구매에 따른 할부 금융을 실시하고 있는 현대차 역시 중국 내 위기가 전이되고 있다는 신호는 아직 감지되지 않는 상황이다. 중국 자동차 업계의 할부 금융 연체율이 0.4% 수준에서 큰 변동이 없다는 전언이다. 중국은 자동차 할부 금융 이용 자격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연체율이 낮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당분간 비상 대응 체제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 금융감독 당국 역시 최근 중국 부동산 개발 기업에 대한 국내 금융회사의 익스포저(노출액)를 점검하는 등 신속한 상황 파악에 나서기도 했다.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며 금융시장은 급박하게 움직였다. 23일(현지 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펀드는 22일까지 12일간 중국 본토 증권시장에서 93억 달러(약 12조 5000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는 블룸버그가 2016년부터 관련 데이터를 추적한 이래 최장 기간이다. 중국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대표적인 중국 벤치마크 지수인 CSI 300 지수는 이번 달 들어 7.2% 하락해 글로벌 증시 가운데 최악의 성적을 내기도 했다.

한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최근 중국 경제 상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닮았지만 미국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22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게재한 칼럼에서 “중국이 2008년과 비슷한 위기를 겪는다면 미국을 비롯해 세계도 충격을 받을 것이냐는 질문에 명쾌하게 답할 수 있다”며 “답은 명확하게 아니다”고 밝혔다. 중국에 위기가 발생해도 미국이 중국 위기에 노출되는 정도는 매우 작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대중 직접 투자액은 2150억 달러(약 287조 원), 주식·채권 등 투자는 5150억 달러(약 688조 원) 수준으로 미국 경제 규모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수출 역시 1500억 달러(약 200조 원)에 불과해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에 못 미친다. 그는 오히려 중국이 침체에 빠져 원유 등 원자재 수요가 줄어 들면 국제 상품 가격을 내려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소폭이나마 완화해 미국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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