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사라진 국회, 여야 공동발의 '실종'
여야 공동발의 5.7% 불과
巨野 독주에 정치 사라져
17대국회땐 절반이상 합작
달빛고속철법 최대 공동참여
"혈세쓰는 일에만 여야 합심"
최근 여야 의원 261명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한 달빛고속철 특별법 공동발의에 참여했지만 21대 국회에서 이같이 여야 의원이 공동발의한 법안 수는 최근 20년래 최저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안마다 여야가 대립을 이어가는 가운데 극단적인 정치 양극화로 국회에서 협치가 실종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23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21대 국회가 시작된 2020년 5월 30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여야 의원들이 공동발의 명단에 이름을 함께 올린 법안은 1216건에 불과했다. 21대 국회에서 의원발의 법안이 2만1439건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여야 공동발의 법안은 전체의 5.7%에 불과한 셈이다. 여야 공동발의 법안 건수와 비중 모두 17대 국회가 시작된 이후 최저치다.
공동발의 명단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계열 정당 의원이 함께 있는 법안 건수는 국회 대수를 거치며 급감했다. 17대 국회에서는 의원발의 법안 5728건 중 3194건이 여야 의원이 공동발의한 법안이었다. 18대 국회에서는 의원발의 법안이 1만1191건으로 2배 넘게 급증한 가운데 여야 공동발의 법안은 4360건으로 17대 대비 36.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여야 공동발의 법안의 본격적인 감소세는 2012년 출범한 19대 국회부터 시작됐다. 19대 국회에서는 전체 1만5444건 중 4144건만이 여야 공동발의 법안이었다. 20대에서는 의원발의 법안이 2만1594건까지 불어났지만 여야 공동발의 법안은 2715건에 그쳤다. 여야가 수시로 정쟁을 하고 있는 21대 국회에서는 이 수치가 1216건까지 급감했다. 전체 의원발의 법안 건수는 국회 대수를 거치며 크게 불어났으나 여야 공동발의 법안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전체에서 여야 공동발의 법안이 차지하는 비중도 꾸준히 감소했다. 17대 여야 공동발의 법안은 전체 대비 55.8%로 절반을 넘어섰다. 이 중 1317건이 통과돼 여야 공동발의 법안의 통과율은 41.3%에 이르렀다. 18대에는 여야 공동발의 법안이 전체에서 39%를 차지했다. 통과율은 39.7%로 19대 대비 소폭 감소했다.
19대, 20대에서는 여야 공동발의 법안이 전체에서 각각 26.8%, 12.6%를 차지했다. 19대에서 20대를 거치며 여야 공동발의 법안 비중이 절반 넘게 감소한 것이다. 21대에는 이 비중이 5.7%까지 내려앉았고, 통과 건수도 296건으로 통과율이 24.3%까지 떨어졌다. 민주당이 거대 의석수를 밀어붙여 독주하면서 협치를 위한 운신의 폭이 좁아진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란 해석이 나온다. 168석을 보유한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만 양곡관리법·간호법 등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파행이 거듭됐다.
여야가 비슷한 내용의 법안조차도 제각기 발의하면서 법안 심사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잇따른 강력범죄에 쏟아진 '머그샷 공개법'이 대표적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양금희·송언석·김용판 의원 등이, 민주당에서는 이형석·김용민 의원 등이 관련해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들은 대체로 피의자의 최근 30일 이내 모습을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비슷한 내용인데도 국민의힘과 민주당에서 따로따로 법안이 발의된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요즘 들어 여당 법안은 여당만 찬성하고 야당 법안은 야당만 찬성하는 '정치 양극화'가 심해졌다"며 "최근 대구~광주를 잇는 달빛고속철도 특별법은 헌정 사상 최대 여야 동의가 됐다는데 결국 세금 쓰는 일에만 합심하는 격 아니냐"고 지적했다.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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