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 범죄 예방 위해…의경 재도입 추진"
법률 개정 안하고 선발 가능
윤희근 "8000명 순차 채용"
인력난 시달린 경찰들 반겨
국방부, 병역자원 줄어 고심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
정부가 잇따른 '묻지 마 강력범죄'에 대한 총력 대응을 예고하면서 치안 강화 대책으로 폐지된 의무경찰(의경) 부활 카드를 꺼냈다. 추락한 '치안강국'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경찰 조직을 치안 업무 중심으로 재편하고 가석방 없는 무기형과 공공장소 흉기 소지에 대한 처벌 규정 신설 등 처벌 조항도 강화한다.
23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상동기범죄(묻지 마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국무총리 담화문'을 통해 피해자와 유족을 위로하면서 범죄 예방을 위해 모든 가용 수단을 쓰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한 총리는 "무고한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이상동기범죄는 우리 사회의 상식과 기본 질서를 깨뜨리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범죄 예방책으로 "치안 업무를 경찰 업무의 최우선 순위로 두고 경찰 조직을 재편해 치안 역량을 보강하겠다"며 "범죄 예방 역량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의무경찰제의 재도입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직면하고 있는 병역자원 감소 문제를 의식한 듯 "의무경찰은 기존 병역자원의 범위 내에서 우리의 인력 배분을 효율화하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 경찰력 거점 배치, 순찰 강화, 폐쇄회로(CC)TV·보안등·비상벨 등 기반시설 확충도 언급했다.
의경은 병역 의무 기간 군에 입대하는 대신 경찰의 치안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1982년 12월 신설된 이후 문재인 정부 시절 폐지가 공식화됐으며 올해 4월 마지막 기수가 전역하면서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신속대응팀 경력 3500명, 주요 대도시 거점에 4000명 등 7500~8000명을 순차적으로 채용해 운용하는 방안을 국방부 등과 협의할 것"이라며 "7~8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의경제도의 법적 근거인 의무경찰대법이 그대로 남아 있어 의경 모집은 법률 개정 없이 가능하다. 일선 치안 현장에서는 의경 폐지 이후 지속적인 인력난을 호소해온 만큼 의경 부활 소식을 반기는 분위기다. 한 경찰 관계자는 "교통·순찰 업무에 의경이 투입되면 보다 양질의 치안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병역자원 감소가 의경 폐지에 결정적 요소였던 만큼 국방부 협의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방부는 한 총리의 의경제도 부활 언급에 대해 "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애초 병역자원 급감 등을 고려해 의경제도를 폐지했기 때문이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달 입법예고한 '국방 개혁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에서 '상비병력 50만명'이라는 목표 수치도 삭제한 바 있다.
강력범죄 예방 차원에서 유명무실한 사형제를 대신할 처벌 강화안도 내놨다. 한 총리는 "흉악범죄에 대해 이미 밝혀드린 바와 같이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 도입을 추진하고 공중협박· 공공장소 흉기 소지 등에 대한 처벌 규정을 신속히 신설하겠다"며 "무책임하고 무분별한 사이버상의 흉악범죄 예고와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반드시 찾아내고, 관용 없이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다짐했다.
최근 중증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범죄 발생으로 이들에 대한 적기 치료의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사법입원제' 도입도 검토한다. 사법입원제는 정신질환으로 인해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위험이 있는 사람을 법원의 결정으로 입원시키는 제도로, 미국과 독일에서 유사한 제도가 운영 중이다. 다만 업무 부담 가중에 따른 법원 인력 확충, 병상 확보 등 선결 과제도 만만치 않다.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무차별범죄 대응 시·자치구 구청장회의'를 개최하고 서울시 내 25개 자치구의 구청장 및 관계자를 소집해 무차별범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논의의 핵심은 CCTV 확대 설치였다. 서울시는 공원, 등산로 등에 CCTV를 확대 설치하는 한편, 2024년까지 지하철 전동차 객실 내 CCTV 설치율을 10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우제윤 기자 / 박제완 기자 /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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