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친 사진이 더 아름답다” 팔순 작가의 도발
‘실험미술 거장’ 성능경 개인전
신문의 새 의미 탐구한 ‘현장’
초기사진 ‘검지’ 등 대표작 망라
“퍼포먼스는 재밌고 강력한 형식”
핑크색 샤워캡과 선그라스를 쓰고 1층에 가득 채운 ‘현장’ 연작에 펜으로 이름을 하나씩 달았다. 그는 “작명을 하면 개념의 심도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몇년에 설쳐 수집한 1000여장의 보도사진을 촬영해 먹과 세필로 편집 기호를 그려넣어 인화한 작품. “신문 편집자가 제시하는 사진 해석을 다시 쓰는 행위”를 통해 ‘사진’은 ‘설치’ 작업이 됐다. 1970년대 보도 사진들은 2023년 갤러리에서 새롭게 태어났다.
갤러리현대 권영숙 디렉터는 “구겐하임미술관 순회전을 앞두고 연구를 통해 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작업을 많이 알게됐다. 실험미술을 한 번 제대로 다뤄보자는 포부로 1년여간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망친 예술’은 삶과 예술의 경계에서 생각의 틈새를 제시하고자 한 작가의 예술관을 응축한 단어다. 작가는 “90년대 작품이 팔릴거라 기대조차 못했다”라면서 “젊은 시절, 퍼포먼스를 하다 떠난 작가들이 많다. 평생 비주류로 살았지만 젊은 땐 가족, 이후엔 교사 아내가 뒷바라지 해준 덕에 나는 하고 싶은 예술을 마음껏 할 수 있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개념은 작품 내부가 아닌 관객 머리속에 있다. 그걸 끄집어 내는 게 내 작업”이라고 했다. 실험미술에서 사진의 중요성을 여실히 느끼게 하는 전시다. 그에게 개념미술은 미술에 재산 가치를 부여하는 물질성을 제거하는 작업. 회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1974년 니콘 카메라를 사 처음으로 작업한 ‘수축과 팽창’(12점), ‘검지’(17점)는 1층에 빈티지 원본이 나란히 걸렸다. 미술가에 부여된 영웅적 관념에 해체한 작업이다.
“이걸 누가 예술이라고 하겠냐. 예술이 뭔지 저도 모른다. 퍼포먼스는 재미있고 형식 중 가장 강력하다. 다른 장르들의 틈새를 후비고 들어가는 것이다.”
전시장에서 그는 퍼포먼스를 직접 보여줬다. ‘수축과 팽창’‘현장’을 30여분간 보여준 뒤 구슬픈 목소리로 전시에 방점을 찍듯 노래를 불렀다. 가난한 예술가시절부터 그는‘희망가’를 부르며 버텼다. “희망은 바람을 타고 길을 잃을지라도 우리 모두 함께 떠나갑시다. 거기 그곳. 희~ 희~ 희망의 나라로.”
전시는 이 공간에서 마침표를 찍지 않는다. 9월 6일 밤 9시, 서울 고덕동 스테이지28에서 외국인 100명을 초청해 해외 신문 읽기 퍼포먼스를 연출한다. 70년대 유신정권에 대한 비판을 신문을 읽고 오리는 행각으로 표현했던 대표작 ‘신문 읽기’가 다시금 태어난다. 수십개 언어로 뉴스가 울려퍼지는 광경을 기대하며 작가는 “다음 세대에 없어질 수도 있는 신문을 통해 국제 도시 서울의 달라진 시대상을 보여주는 작업이 될 것이다. 오래전 매뉴얼을 만들어둔 걸, 드디어 실현할 수 있게 됐다”며 너털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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