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공생의 지혜
'경쟁'은 자연 법칙의 한 속성이다. 제한된 공간과 한정된 자원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을 것이다. 그 경쟁이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을 만들었고 복잡하게 뒤얽혀서 먹이그물이 됐다. 인간사회도 마찬가지다. 경쟁이란 배타적 속성은 결국 패자를 만들고 패자는 도태된다.
요즘 사회를 보면 이해도 배려도 양보도 없다. 개인은 물론 국가 간 경쟁이 더 치열하다. 더 많이 가지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전쟁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40억년 이상의 생물 진화의 역사에서 '공생'이 '경쟁'보다 득세했음은 밝혀진 과학적 사실이다. 즉 우리는 경쟁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공생'은 다른 두 종류 이상의 생물들이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를 일컫는다. 메커니즘은 복잡하지만 편익의 주체로 간단히 구분한다. 양쪽 모두 이득이 되는 상리공생, 한쪽만 이득이 있는 편리공생, 한쪽이 피해를 보는 편해공생·기생 등으로 나뉜다. 공생 전략에 있어 중요한 점은 어떤 경우라도 종간 사이에서 경쟁이 배제되거나 최소화된다는 점이다. 결국 공생이 경쟁보다 유익한 결과를 가져온다.
공생의 유익한 예는 바다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해장으로 일품인 조개탕의 비밀도 공생에 있다. 조개 자체의 맛과 함께 조개 안에 사는 '속살이게' 덕분이다. 속살이게는 보금자리를 얻고 조개는 청소부를 얻는 이른바 상리공생이다. 조개껍데기에 붙은 수많은 중소형 동식물(플랑크톤, 미세 조류 등)도 더불어 산다. 지저분하다고 제거하면 그만큼 맛은 없어진다.
흰동가리와 말미잘도 상리공생의 대표적 예다.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 주인공인 흰동가리는 말미잘 촉수 안에서 알도 낳으며 일생을 보낸다. 말미잘 촉수에는 테트라민 독을 방출하는 자포가 많지만 흰동가리는 내성이 있어 문제가 없다. 흰동가리도 말미잘의 먹이 사냥을 돕고, 촉수 사이의 찌꺼기를 청소해주니 서로 이득이다. 말미잘은 집게와도 공생한다. 집게의 기동성으로 먹이도 사냥한다. 집게는 말미잘을 방패 삼아 천적을 피한다. 말미잘은 공생의 대가인 것 같다.
딱총새우와 망둥어의 룸메이트 스토리도 재미나다. 시력이 나쁜 딱총새우가 서식 굴을 만들 때 망둥어가 망을 본다. 이에 대한 고마움으로 딱총새우는 열심히 판 서식 굴을 망둥어의 은신처로 공유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생물도 공생의 생존 전략을 택한다. 플랑크톤인 주산텔라는 산호, 말미잘, 해파리 등 다양한 바다 생물 몸속에서 살아간다. 공생 조류는 광합성을 통해 생산한 유기물을 숙주에게 먹이로 공급해준다. 이들의 공생은 지난 1억6000만년 동안 아름답게 이어져왔다고 한다. 이 공생의 관계가 최근 기후 변화로 산호 백화 현상이 발생하면서 깨지고 있어 안타깝다.
사람도 생물도 혼자서는 살 수 없다. 현재 공생하는 대부분 생물들도 애초에는 공간과 자원을 두고 경쟁했을 것이다. 하지만 '공생'이 생존 가능성을 좀 더 높여준다는 것을 일찍이 깨달은 것 같다. 자연이, 바다 생물이 지난 수십억 년간 보여준 지혜로운 생존 전략인 '공생', 지금 우리 사회에 좀 더 필요한 생존 전략이 아닐까?
[김종성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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