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석방 없는 종신형’ 법사위 공방···야당 “엄벌주의에는 한계 있어”

이두리 기자 2023. 8. 2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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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빈번해진 무차별 범죄에 대한 예방책으로 정부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정부 입법으로 추진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야당 의원들은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 법안이 엄벌주의를 정당화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법사위에서는 이날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및 여당 의원들이 각각 발의한 ‘가석방 없는 종신형법’(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놓고 토론이 벌어졌다. 야당에서는 이 법안이 무차별 범죄를 예방하는 데에 한계가 있고 가석방의 가치를 폄훼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형벌을 강화함으로써 사건 발생 후에 그 간접적 효과로 범죄를 줄이자는 취지”라며 “이것이 실질적인 범죄 예방 효과가 있을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있고,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사회적 논의가 가능한 범위라고 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가해자 인권보다는 피해자와 유족의 인권을 먼저 생각해야 할 때라고 본다”면서 “비슷한 강력 흉악범죄를 저지를 잠재적 피의자들에게 이 처분으로 인해 더이상 당신들에게 인생의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무용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사건이 벌어지고 이미 피해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사후 엄벌도 중요하지만 예방 차원에서 정부의 역할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지금 중대한 범죄 행위가 엄벌되고 필벌되고 있다는 컨센서스(의견 일치)가 있을 때는 엄벌주의가 능사가 아니라는 말씀에 100% 공감하지만 그러지 못한 단계에서는 엄벌하고 필벌하는 부분의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가석방은 법률상의 제도이고 인간은 교정할 수 있는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포퓰리즘 면에서 보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환영받겠지만 자칫하면 이 법이 가석방의 가치를 폄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형벌의 목적에서 교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죗값을 치르는 것, 응보다”라며 “흉포한 범죄자는 사회 영구 격리도 부족하다는 국민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법을 대표발의한 조정훈 의원은 “공동체가 서로를 못 믿는 불신사회에서는 엄벌 이상의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라며 “가석방 가능성이 열리는 순간부터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은 두려움에 떤다”고 말했다. 조 의원이 “장기간 수용에 따라 교정비용이 지나치게 증가할 수 있다는 반대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한 장관은 “감옥 포화 상태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가 그 정도를 부담하지 못할 나라는 아니다”라며 “잼버리 하나에 몇 조 쓰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 22일 무차별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을 정부 입법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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