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겜 촬영장인줄... 30평 감방에 3층 침대 빼곡한 남미 최대 교도소

이혜진 기자 2023. 8. 2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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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살바도르 ‘범죄와의 전쟁’ 비상사태 선포 후 1만2000명 수감
엘살바도르 갱단 조직원들이 수감되어 있는 테러범수용센터(CECOT)의 감방 내부 모습. /AFP 연합뉴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뒤 남미 최대 규모의 교도소에 나날이 수감자가 늘고 있다.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남동쪽으로 74㎞ 정도 떨어진 테코루카에 위치한 이 교도소는 갱단 출신의 용의자들을 가두기 위해 지어졌는데, 3층 침대가 빼곡히 놓여있어 마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연상케 했다. 수용 인원 4만명의 교도소에는 현재 1만2000여명이 수감 중이다.

23일(현지시각) AFP등 외신에 따르면 AFP는 최근 정부 관계자들과 테러범 수용센터(CECOT)로 알려진 이 교도소 단지를 취재했다. 지난 2월 24일 개소한 지 6개월만의 방문이다. 정부는 테코루카에 166만㎡ 면적의 토지를 구입해 교도소를 지었고, 주위에는 전기 철조망과 높이 11m, 길이 2.1km의 콘크리트 벽을 둘렀다. 교도소는 8개동으로, 동마다 수감자 1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약 100㎡짜리 감방이 32개씩 마련돼있다.

교도소를 지을 당시 정부는 이 교도소가 갱단 우두머리, 조직원, 협력자 등을 수용하기 위해 지어졌다고 밝혔다. 엘살바도르에서는 지난해 3월 26일 하루 동안 62건의 살인 사건이 발생하자 다음날 부켈레 대통령 요청으로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됐다. 갱단 척결을 목표로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영장이나 명확한 증거 없이도 체포가 가능해졌다.

수감자 대부분은 악명 높은 갱단 ‘마라 살바트루차’(Mara Salvatrucha)와 ‘바리오 18′(Barrio 18)에 소속된 조직원들이라고 한다. 이곳에는 1만2114명이 수감 중이다. 엘살바도르 당국은 갱단의 규모가 수만 명에 달하며, 이들이 살인·갈취·마약 밀매 등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지난 3월 15일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남동쪽으로 74km 떨어진 테콜루카에 있는 새로운 교도소 '테러범수용센터'(CECOT)에 수감자들이 도착한 모습. /AFP 연합뉴스
지난 3월 15일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남동쪽으로 74km 떨어진 테콜루카에 있는 새로운 교도소 '테러범수용센터'(CECOT)에 수감자들이 도착한 모습. /AFP 연합뉴스

이곳에서는 최대 75명의 수감자가 약 100㎡ 규모의 감방에 살고 있다. 100m²는 30평 남짓으로, 국내로 치면 일반적인 아파트 1채와 비슷한 면적이다. 감방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등장하는 것과 비슷한 철제 침상이 놓여있었다. 이들은 화장실 2개, 세면대 2개, 식수통 2개를 공유해서 사용한다. 교도소에는 식당, 휴게실, 체육관, 탁구대가 있지만 수감자들은 사용할 수 없다. 위법 행위를 저지른 수감자를 가두는 어둡고 창문 없는 처벌실이 있으며, 수감자는 가족 면회가 허용되지 않는다.

인도주의 단체들은 수감자에 대한 처우에 문제를 제기해 왔다. 이들 단체는 수감자들이 매트리스도 없고, 신선한 공기를 마실 기회도 제공되지 않으며 정기적으로 교도관들에게 구타와 고문을 당한다고 주장했다. 유엔은 전국 수만 명의 구금자 중 최소 1600명이 미성년자라고 비판했다.

인권변호사 라켈 카바예로는 수감자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 수감자들이 음식이 부족하다고 불평했다고 전했다. 수감자들은 환자들을 위해 음식과 약을 제공해달라고 간청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안드레스 구스만 엘살바도르 인권 국장은 수감자들의 상태가 양호하며 그들의 인권이 존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인권 단체 크리스토살(Cristosal)의 보고서에 따르면 부켈레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후 1년간 174명의 수감자가 고문, 폭력 행위 등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유엔은 사망자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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