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경제 붕괴론, 30년전부터 서방이 제기 … 디플레 걱정 안해
대담=이향휘 글로벌경제부장
코로나후 中경제 회복 과정서
과도기적 문제 서방이 부풀려
미국 추진 '디리스킹'이야말로
세계 경제의 최대 리스크일것
한미일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
대만·남중국해 거론 내정간섭
"한국과 중국은 이사 갈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다. 서로 불편하게 할 필요 없이 친하게 지내야 한다."
한중 수교 31주년을 이틀 앞둔 22일 서울 명동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만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일성이다. 그는 "수천 년 동안 역사와 인연을 갖고 양국이 서로 발전하지 않았느냐"며 "양국의 건강하고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책임지고 싶다"고 밝혔다. 24일은 양국이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수교를 맺은 지 꼭 31년 되는 날이다. 수교 이래 두 나라는 경제·문화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1992년 63억8000만달러에 불과했던 교역 규모는 현재 47배로 불어났다. 다만 미·중 갈등에 의해 촉발된 신냉전 국면으로 한중 관계는 또 한 번 시험대를 맞이했다. 다음은 싱 대사와의 일문일답.
―24일로 한중 수교 31주년을 맞는다. 지난 30여 년간 양국은 서로 윈윈하며 큰 성과를 거뒀다.
▷31년 전, 양국의 전(前) 세대 지도자들은 선견지명과 용기로 냉전의 굳은 얼음을 깨고 중한 수교라는 결단을 내렸다. 2년 전 노태우 전 대통령이 살아 계실 때 매년 수교기념일이면 노 전 대통령을 찾아가 큰 공헌에 감사를 표했다. 31년은 역사 속에서 짧은 순간일지라도, 양국 관계 발전은 수천 년의 교류에서 비롯됐다. 이는 국제 관계사에서 보기 드문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튼튼한 기초다. 수교의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양국 관계는 분명 더욱 밝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중국 경제에 대한 걱정이 크다. 일본식 장기 디플레이션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경제에 어려움이 없다고 부인하지는 않겠다. 다만 현재 중국 경제에 디플레이션은 발생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것임을 밝히고 싶다. 하반기에는 회복돼 올해 5~6% 성장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현 중국 경제 상황을 두고 40년 만의 최대 위기라고 언급하며 '붕괴론'을 제기하고 있다.
▷소수의 서방 정치인과 언론이 코로나19 이후 중국 경제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생긴 과도기적 문제를 부풀리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30년 전부터 이런 '중국 경제 붕괴론'이 반복적으로 제기됐지만 이후에 있던 사실들이 결국 모든 것을 증명해 줬다.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경기부양책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중국은 질 좋은 발전을 추구한다. 중국 정부는 최근 민영 경제 발전 촉진을 위한 28가지 조치와 외국 자본 투자 유치를 위한 24가지 조치 등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
―'반간첩법'으로 인해 외국계 기업들의 탈중국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일부 외국계 기업 인사에서 '반간첩법'을 두고 갖는 오해에 대해 최근 중국 상무부는 정책 설명회를 열어 외국계 기업이 주목하는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고 교류를 진행했다.
중국은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수준 높은 대외 개방을 추진하고 지속적으로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해 나갈 것이다. 다만 중국이 입법을 통해 간첩 활동을 방지·단속하고 국가 안보를 수호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방법이며, 법을 준수해 경영하는 기업은 보호와 지지를 받을 수 있음을 밝히고 싶다.
―2018년 관세 전쟁으로 시작된 미·중 갈등이 반도체 수출 통제에 이어 월가 투자 제한 조치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소위 '디리스킹'은 세계 경제의 최대 리스크다. 미국은 중국을 압박하고 견제하기 위해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소집단'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경제 법칙을 심각하게 위배하고 시장 규칙과 국제무역 질서를 파괴할 뿐 아니라 세계 경제 발전의 근간에 해를 입힌다.
―미·중 갈등은 향후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는가.
▷중·미 갈등의 본질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무리한 압박과 견제다. 이는 중국이 일으킨 것이 아닌 만큼 향후 어떤 식으로 상황이 전개될지는 미국 태도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미국 내에서 대(對)중 정책을 놓고 일부 자성하는 목소리가 나왔으며, 중·미 간 일련의 고위급 교류를 통해 진솔하고 깊이 있는 건설적인 소통이 이뤄졌다. 이는 양국 관계가 안정세로 돌아설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 18일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3국 정상회의에 대해 중국은 '아시아판 나토(NATO)'라며 반발했다.
▷중국 정부는 대만, 해양 관련 문제에 대해 중국 내정에 간섭했다고 보고 결연한 반대를 표명한 바 있다. 대만 문제는 순수한 중국 내정이며 중국의 핵심이익 중 핵심이다. 하나의 중국 원칙은 국제사회의 보편적 공감대이자 국제관계의 기본 규범이기 때문이다. 한국 국민은 이에 대해 객관적이고 올바른 판단과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더 나아가 캠프데이비드 회의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주권 주장이 '불법'이라고 언급한 점에 대해서도 강경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다.
―G2국가로서 중국의 지향점은.
▷중국 경제 규모는 이미 세계 2위를 차지했다. 다만 미국은 정말로 발달한 나라이며, 중국은 아직 스스로를 최대의 '개발도상국'으로 규정하고 있다. 중국이 분투하고 있지만 겸손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비록 다른 나라 이념과 다르긴 하지만 서로 충돌하지는 않는다. 중국의 목표는 조화로운 세계를 만드는 것이지 이념 대립이 아니다.
싱하이밍 중국대사
△1964년 중국 톈진 출생 △북한 사리원농업대학(현 계응상사리원농업대학) 조선어과 졸업 △1986년 중국 외교부 입부 △1992년 주한 중국대사관 3등 서기관 △2006년 주북한 중국대사관 대사대리 △2015년 8월~2019년 12월 21일 주몽골 중국 대사 △2020년 1월~ 주한 중국대사
[한재범 기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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