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요?"…웽~ 사이렌 울리자 시민들 우왕좌왕[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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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무슨 일인데요?""민방위 훈련 중입니다. 잠시 계세요. 지금 가시면 안됩니다."
일부 시민들은 통행이 가로 막힌 지하철역 출입구 앞에서 스마트폰을 켠 채 민방위 훈련에 대해 찾아보며 대기했다.
직장인 최모씨(49)는 "오늘 같은 규모의 민방위 훈련을 해본 지 오래돼 마지막 훈련이 언제였는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오늘 민방위 훈련이 예정돼 있다는 건 미리 알고 있었다"며 "전시 상황이 언제 발생할지 모르니 이런 훈련은 필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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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무슨 일인데요?"
"민방위 훈련 중입니다. 잠시 계세요. 지금 가시면 안됩니다."
폭우가 쏟아지던 23일 오후 2시. 시계 초침이 정각을 가리키자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 '웽~'하는 사이렌 소리가 울려퍼졌다. 신호등은 적색 점멸등으로 바뀌었고 형광색 조끼를 입은 경찰들은 도로 중앙에 서서 달리던 차량들을 모두 멈춰세웠다.
경찰들은 호루라기를 불며 "지금 움직이면 안된다"며 "오른쪽 갓길로 차를 세우고 기다려달라"고 안내했다. 버스 승객들은 갑작스런 통제에 창문 밖을 이리저리 쳐다보며 주위를 살폈다. 운전자들도 얼떨떨한 표정으로 '민방위 훈련 공습경보 발령' 알림 문자를 확인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20분간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민방위 훈련이 실시됐다. 공공기관, 학교를 제외한 공간에서 일반 국민 대피와 차량 통제 훈련이 함께 이뤄진 것은 2017년 8월 이후 6년 만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216개 도로 통행이 제한됐다. 서울시에서는 세종대로 사거리~서울역 교차로(1.5km), 광흥창역 교차로~여의2교 교차로(3.4km), 하계역 교차로~중화역 교차로(3.8km)에서 훈련이 이뤄졌다.
공습 사이렌이 울린 시각 서울지하철 1호선 시청역 역사 내부는 외부에서 들어온 시민들과 지하철 플랫폼을 갓 빠져나온 시민들이 뒤섞여 어수선했다. 일부 시민들은 통행이 가로 막힌 지하철역 출입구 앞에서 스마트폰을 켠 채 민방위 훈련에 대해 찾아보며 대기했다.
역사 내부에서는 민방위 훈련에 맞춰 여러 행사가 진행됐다. 한국 전쟁 당시 사용했던 총기 모형을 전시하고 심폐소생술(CPR)을 교육했다. 역사 한 편에는 서울시 여성단체협의회에서 보리주먹밥과 삶은 감자를 나눠줬다.
임정숙 서울시 여성단체협의회 부회장은 "한국전쟁 당시 끼니를 떼우기 어려운 피난민들을 위해 주부들이 보리주먹밥을 가져와 사람들에게 나눠줬다"며 "전쟁 당시 기억들이 잊히는 상황에서 한국전쟁 당시를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오늘 행사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시청역을 찾은 시민 대부분은 이번 민방위 훈련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직장인 최모씨(49)는 "오늘 같은 규모의 민방위 훈련을 해본 지 오래돼 마지막 훈련이 언제였는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오늘 민방위 훈련이 예정돼 있다는 건 미리 알고 있었다"며 "전시 상황이 언제 발생할지 모르니 이런 훈련은 필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경기 이천시에서 서울을 찾은 박지원씨(23)는 "이렇게 대대적인 민방위 훈련은 오늘이 처음"이라며 "지하철역에서 여러 부스도 열고 실제 대피도 해보면서 공습 상황에 대한 경각심이 생긴 것 같다"고 밝혔다.
민방위 훈련이 익숙지 않은 외국인 관광객은 역사 내부를 둘러보며 사진을 찍었다.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한국을 찾은 카르멘씨(56)는 "스페인에서도 경보음이 울리고 사람들을 대피소로 데려가는 민방위 훈련을 한다"며 "실제 전쟁이 나면 이런 훈련이 도움될 거라 본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시행되는 훈련이다보니 부족한 점도 있었다. 서울메트로 9호선 국회의사당역은 국민재난안전포털에 안내된 대피소 중 하나였지만 훈련을 안내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지하철 역사 내부에는 10명 남짓한 사람들이 휴대폰을 하며 앉아있었다. 그 외 시민들은 자유롭게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역사 내외부를 이동했다.
직장인 김민영씨(32)는 "차량 통제만 하고 지하 대피 훈련은 하지 않다 보니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는 감이 안온다"며 "신호등이 고장나서 15분 정도 멈춘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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