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키즈' 유재선, 데뷔작 '잠' 공개 임박..."차기작은 로코"? (종합)[인터뷰]

유수연 2023. 8. 2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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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유수연 기자] ‘봉준호 키즈’ 유재선 감독의 입봉작 영화 ‘잠’이 개봉을 앞둔 가운데, 유 감독이 영화 비하인드를 전했다.

23일 서울시 종로구 안국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잠’의 감독 유재선과의 인터뷰가 진행된 가운데, “너무 긴장되어서 어제 잠도 제대로 못 잤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봉준호 감독 작품 '옥자' 연출부 출신 유재선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잠'은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와 수진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으로 인해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특히 봉준호 감독은 영화 ‘잠’에 대해 "최근 10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한 공포 영화이자 유재선 감독의 스마트한 데뷔 영화"라고 평하기도. 이에 유 감독은 “감독님과 직접 대화를 나눴을 땐 그 말을 못 들었고, 기사를 통해 접했다”라며 “제가 관객으로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봉준호 감독님의 영화고, 가장 닮고 싶고 존경하는 감독님이 봉 감독님이다. 정말 감독님께서 이 영화를 봐주신 것만으로도 초현실적이고 감사한데, 이렇게 높게 평가해 주신 것에 대해 영광이고 너무 기뻤다. 무엇보다도 함께 영화를 만든 배우와 스태프분들에게도 감사함을 많이 느꼈다”라며 감사함을 드러냈다.

영화 ‘잠’은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을까. 경제학을 전공했었다는 그는 “제가 영화과를 나오지 않아서, 영화 제작은 현장에서 어깨너머로 배운 게 전부였다. 다만 대학 시절에는 학교에 있는 비공식 영화제작 동아리에서 매 학기마다 단편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고,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연출 팀에 속하기도 했다. 졸업 후에는 영화 ‘옥자’로 연출팀 막내로서 새회생활을 시작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그 당시에는 ‘내가 영화에 발목을 잡으면 안 되겠다’는 걱정만 앞서서 무언가를 배운다는 생각을 전혀 못 했는데, 막상 ‘잠’을 시작하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봉 감독님이 ‘옥자’에서 연출하셨던 모습을 굉장히 모사하려고 노력하는 저 자신이 있었다”라며 “그중 한 가지는 스토리보드의 중요성이었다. 봉 감독님도 본인이 스토리보드를 그리시고, 그대로 촬영하시려고 노력하시는 편이었다. 저도 아무래도 영화를 배운 게 봉 감독님을 통해서라 그렇게 강박적으로 느꼈는지, 저도 시나리오를 완성하자마자 투자, 캐스팅이 진행되기도 전에 제 버전의 스토리보드를 그렸다. 촬영 때도 스토리보드를 최대한 따르려고 노력했다. 아무래도 요즘 한국 영화 예산이 빠듯한 경우가 많으니, 효율적인 촬영에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라고 떠올렸다.

또한 유 감독은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대한민국에서 연출팀으로 일하는 사람은 언젠가는 감독으로 데뷔하고 싶은 꿈이 있다. 그래서 보통 프로젝트 사이에 본인의 시나리오를 쓴다. 저 역시 아직은 개봉하지 않은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에 자료조사를 맡았었는데, 그 사이 3~4개월간의 여유가 생겨 ‘정말 내가 감독으로서 연출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써봐야겠다’, 한 게 ‘잠’이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유 감독은 “완성 후 연출팀으로서 봉 감독님을 만나 뵀던 자리에서 ‘제가 시나리오를 쓴 게 있는데, 읽어봐 주실 수 있나’라며 ‘잠’ 시나리오를 보여드렸다. 보통 연출팀과 감독의 사이가 다 그렇다. 연출팀이 한 영화에 참여해서 연출에 대해 배운 후, 지식을 활용해 후에 영화를 제작하게 되면 이전의 감독님이 도와주시는 편이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보여드렸는데, 봉 감독님이  ‘넌 이거 해야겠다. 이거 너무 좋고, 지금 당장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넌 이걸로 데뷔해야겠다’고 하셨다. 저는 거기서 너무나 감사함과 용기를 얻었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이 영화로 데뷔해야겠다는 확신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더불어 영화 ‘잠’은 유재선 감독과 그의 아내에서부터 시작됐다는 말도 전했다. 그는 “극 중 ‘둘이 함께라면 극복 못 할 문제가 없다’라는 가훈이 나온다. 강요처럼 느끼실 관객분들도 많겠지만, 저는 저 자신과 아내와 이야기를 녹여냈다. 그래서 저의 아내가 수진의 결혼관과 많이 유사한 점이 있어서 어색함을 못 느꼈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저와 아내의 관계가 극 중 수진-현수의 관계와 비슷했다. 시나리오 집필 당시 저는 무직이었고, 미래가 밝지 않았다. 그에 반해 제 아내는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훨씬 저보다 커리어가 잘 쌓이고 있었다. 그래서 저도 현수처럼 의기소침한 적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수진이 평소에 말하듯, 아내도 저에게 ‘이런 문제는 둘이 함께 극복하는 거야’라는 말을 계속해 줬었다”라고 설명했다.

유 감독은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수진이 왜 현수같은 사람과 결혼했나’라는 의문을 가진 관람객도 있을 텐데, 저도 제 아내를 보며 똑같은 생각을 했다”라고 웃으며 “사실 아내는 지금도 ‘함께 극복할 문제’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수진과 현수의 모습이 억지스럽다고 생각하진 못했다. 극 중 두 사람이 겪은 일도 마찬가지다. 확실히 그런 일을 당한 부부라면, 쉽게 살아남지 못하겠다. 분명히 큰 갈등이 있을 거라 생각은 든다. 하지만 수진이라는 캐릭터를 생각해 볼 때, 비록 중대한 사건일지 몰라도 이것 때문에 자신의 결혼을 파기하거나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수진이가 한없이 긍정적인 성격인 탓도 있지만, 제가 시나리오를 썼을 때의 잣대는 항상 ‘우리 아내라면 어떻게 했을까?’였기 때문에 (스스로는) 납득이 됐다. 다만 사람마다 해석은 주관적이니 존중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아내의 영향을 받아 ‘잠’을 완성한 유 감독은 완성 후에도 가장 먼저 배우자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줬다고. 유 감독은 “제가 감독님들의 인터뷰를 많이 찾아보는데, 결혼하신 감독님들은 배우자에게 먼저 시나리오를 보여준다고 하더라. 그리고 저도 마찬가지였다”라며 “아무래도 극 안에 저희의 개인적인 관계가 알게 모르게 녹여져 있다 보니 ‘너라면 어떨 거 같냐?’라는 걸 물어봤고, 많이 아이디어도 받았다. 그러다 보니 아내는 시나리오 집필 시작 때는 물론, 촬영 때도 저에게 현장 이야기를 전해 듣고, 편집본도 여러 번 봤다. 실제로 영화관에서 본건 칸에서 함께 봤었다. 재밌게 봤냐고 물어봤었을 때, 재밌다고 해줬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아내가 그간 제작진이 고생한 걸 모두 들어서 그런지 객관성을 가지고 보진 못하더라. 관람하면서 ‘저 때 그랬었지’라는 식으로 촬영 일화 위주로 기억해서 ‘뭉클했다’고 해주더라”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렇다면 유 감독이 생각한 ‘잠’의 연출 포인트는 어떤 것이었을까. 유 감독은 “재미있는 장르 영화를 만드는 게 최우선이었다. 장면마다 다양한 장르적 특성이 있는데, 그 특색에 맞는 재미를 주길 바랐다. 무서운 장면은 정말 관객들이 무서워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미스터리는 정말 관객이 궁금해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며 “그런데도 시나리오를 썼을 당시 현재 아내가 된 여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보니 저도 모르게 제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화두가 이야기 속에 녹아져 있었던 거 같다. 그래서 두 주인공을 신혼부부로 설정했고, 이야기 자체도 두 사람의 부부로서의 관계에 대해 치중하게 됐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제가 시나리오를 다 쓴 시점에서 이 이야기를 돌아봤을 때, ‘아, 내가 이런 테마들에 대한 호기심과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리고 싶어 했구나’가 느껴졌다. 예를 들어 부부로서 문제가 막혔을 때 이걸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좋은 부부관계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그 당시에 가진 큰 화두였던 거 같다”라며 “그런 것들이 저에게는 이 영화에서 재미와 버금가는 중요한 포인트이긴 하지만, 사실 관객분들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굳이 공감 안 해도 되지 않나 싶다. 저는 그저 한 시간 반 동안 극장에 찾아서 ‘1분 1초가 재미있었다’, ‘정말 시간도 돈도 아깝지 않은 영화였다’라는 생각만 가지고 나와도 성공 이상을 해내는 게 아닐까 싶다”라며 바람을 드러냈다.

첫 장편 데뷔작임에도 불구, ‘잠’은 지난 5월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공식 초청되는 쾌거를 이뤘다. 칸영화제뿐만 아니라 최근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 판타스틱페스트 등 전 세계 유수 영화제들의 러브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유 감독은 “칸에 갈 거란 건 정말 예상 못 했다. 사실 예상 못 한 것투성이였다. 저는 이 시나리오가 투자받는 것도, 캐스팅도 이렇게 완벽할 것이란 것도, 영화를 완성할 수 있을 거란 것도 예상 못 했다. 심지어 칸에까지 초청되면서 너무너무 일이 잘 풀렸다. 정말 모든 운을 이 작품에 쏟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좋은 일들이 너무 많았다”라며 “칸에 초청됐다는 소식을 새벽쯤, 제작사로부터 통화로 듣게 됐었다. 그때 아내가 잠들어 있었는데, 혼자 조용히 전화를 받다가 그 소식을 듣고 아내의 귓가에 ‘자? 나 칸 됐대’라고 속삭였던 기억이 난다. 이후 아내가 눈을 번쩍 뜨고 함께 춤을 췄던 기억이 난다”라고 웃었다.

이어 “모든 게 정말 초현실적이었다. 칸에 초청됐다는 것이 굉장히 기쁘기도 했지만, 한 시간도 안 되어서 두려움과 걱정이 기쁨을 대체했다. 칸에서 처음 영화를 선보이는 것이기도 하고, 어떻게 데뷔작을 이렇게 전 세계 영화인들이 바라볼지, 재미없어하면 어떨지, ‘거품이다’라고 말하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라며 “실제로 악몽을 여러 번 꿨다. 상황은 이렇다. 칸에서 상영 직후 대기실에서 대기를 하는데, 영화사 측이 ‘감독님, 너무 마음 상하지 말고 들어라. 지금 평이 좋지는 않다. 영화가 다 좋을 순 없으니 상심하지 말고, 잘해보자’라고 위로를 해주는 꿈을 꿨다. 눈을 뜨면 이게 꿈인지 판단이 안 될 정도로 너무 리얼해서 ‘이게 예지몽이구나!’ 할 정도였다”라고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다행히 칸 상영 후 관객분들의 반응이 제가 걱정했던 것에 비해서는 좋아서 너무나 안도했던 기억이 난다”라며 “저는 사실 이 영화가 칸 반응, 세계의 반응이 좋아서 감사했지만, 아무래도 이 영화는 한국 관객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다 보니 그분들의 반응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배급시사회 반응이 어떨지가 칸에서 시사했을 때보다 10배 더 걱정됐었다. 개봉 후 관람객들이 어떻게 봐주실지도 궁금하고, 기대되고, 걱정된다. 잘 봐주시면 좋을 텐데, 걱정된다”라며 초조해하기도 했다.

또한 유 감독은 다음 작품에 대해 귀띔하기도 했다. 그는 “개봉해 보고 나야 ‘잘됐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서도, 차기작이라는 기회가 생긴다는 잠재성과 가능성이 중요한 것 같다. 물론 막상 만들면 부담과 걱정과 각종 스트레스가 있겠지만, 그것 자체로도 엄청나게 큰 복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주변에서는 ‘지금 해야 막힘없이 차기작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해주는데, 저도 몇 가지 아이디어는 있다. 둘 다 영화인데, 하나는 미스터리 범죄물이고, 다른 하나는 관객으로서 좋아하는 장르인 로맨틱 코미디다. 아무래도 저를 아는 모든 사람은 첫 번째 거를 해보는 거 어떻겠냐? 하겠지만”이라고 웃었다. 이어 “촬영도 처음, 후반 작업도 처음, 인터뷰와 홍보도 처음이라 다른 걸 생각할 정신이 없다. 오늘도 잠 못 이루는 밤을 지새울 정도로 다른 걸 할 심적 여유는 전혀 없어서, ‘잠’ 개봉 후 모든 홍보 일정, 개봉 일정을 충실히 수행한 다음에 한풀 꺾이면 그제야 다음 아이디어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유 감독은 “결말의 경우, 저는 개인적으로 결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확신이 있다. 그러나 해석의 여지는 관객에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가 나온 이상, 영화는 관객의 소유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분들 각자의 해석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고, 전부 다 타당하다고 믿는 입장이다. 어떤 한 가지의 제 해석을 이야기함으로써 해석의 문을 닫고 싶지는 않다. 물론 제 생각으론 영화가 끝난 시점에서 현수와 수진이 침착해졌을 때 이 지난 이야기를 되새기며 자신들의 생각과 확신을 의심해 볼 것 같기는 하다. 관객들도 극장에 나서면서 극 중 두 인물처럼 본인이 본 이야기를 어떻게 해석할 것 인가, 누가 맞고 틀린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활발히 나눴으면 좋겠다”라며 관람 포인트를 전했다.

영화 ‘잠’은 내달 9일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yusuou@osen.co.kr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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