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아파트도 커스터마이징…‘모듈러 건축’ 경쟁 뜨거운 건설업계
영세한 업체들로 구성된 모듈러 건축 시장에 미래 먹거리를 찾으려는 대형 건설사들이 연달아 뛰어들고 있다.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구조를 거주자의 생활패턴과 취향에 맞게 ‘모듈화’하겠다는 계획도 구체적으로 발표됐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3일 서울 송파구 주택문화관 래미안갤러리에서 ‘래미안,The Next’ 발표회를 열고 새로운 주거 모델 ‘넥스트홈’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넥스트홈의 핵심은 거주자가 자신의 생활방식에 맞게 주거공간을 자유롭게 구성하고 바꿀 수 있는 ‘모듈화’에 있다. 삼성물산은 우선 수직 기둥에 수평 부재인 보를 더한 라멘 구조를 기본으로 하면서, 세대 내부 공간에 기둥을 없앤 ‘넥스트 라멘구조’로 공간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넥스트 라멘구조로 구현된 구조체에는 사전 제작된 모듈을 서랍처럼 끼워넣는 ‘인필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도 했다. 건식 바닥과 벽체는 해체와 재활용, 재설치가 용이하도록 만들고, 배수·배관공사가 필수인 욕실은 샤워기·변기·욕조까지 갖춘 하나의 유닛으로 사전 제작해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거주자가 자신의 생활방식에 맞게 주거공간을 자유롭게 구성하고 바꿀 수 있는 ‘모듈화’ 기술을 향후 서울 주요 정비사업장 수주 경쟁에서 적극적으로 어필하겠다는 계획이다.
김명석 삼성물산 주택본부장은 “넥스트홈에 대한 컨셉과 평면 플랫폼 등은 80% 특허 출원이 완료됐고 내년 상반기까지 전체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여의도와 성수, 압구정 등 강남권과 한강변 초고층 프로젝트에 이런 상품을 제안해 주택시장을 선도하고자 한다”고 했다.
모듈러 건축은 삼성물산 뿐 아니라 다른 대형 건설사들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신사업 분야다. 콘크리트를 부어 짓는 기존 공법과 달리 이미 만들어진 모듈을 현장에서 차곡차곡 블록 쌓듯 조립해서 완성하기 때문에 안전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공기를 30~50% 단축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GS건설은 2020년 유럽과 미국의 모듈러 업체 3곳을 인수하고, 목조 모듈러 주택 전문 자회사 ‘자이가이스트’를 세우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올해 4월부터는 기존 단지형 위주의 B2B(기업간 거래) 영업에서 개인 토지소유자를 상대로 한 B2C(일반 소비자와의 거래) 영업으로 사업 분야를 넓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발주한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을 모듈러 공법으로 준공했다. 모듈러 공법으로 지어진 건물 중에서는 13층으로 국내에서도 가장 높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2012년부터 관련 연구를 진행해 현재는 실제 프로젝트를 맡아 실증하는 단계”라고 있다.
지난해 국내 모듈러 건축 시장 규모(국토교통부 기준)는 1757억원으로, 2020년만 해도 268억원이던 시장이 2년여 만에 6.5배 규모로 커졌다. 올해는 25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되고 2030년께 2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본격적으로 매출이 나는 단계는 아니지만,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모듈러 건축의 사업성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30~40층 되는 아파트도 모듈러 공법으로 충분히 지을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다고 보고있지만, 그동안은 제도나 인식의 개선으로 도입이 더뎠다”며 “규모의 경제가 작동할만큼 모듈러 시장 규모가 커지면 중요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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