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예방부터 과실 비율 판단까지...AI 역할 확대
[IT동아 김동진 기자] ‘교통사고 예방부터 과실 비율 판단까지’ AI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기술 활용으로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고, 사고 분쟁 해결에 필요한 시간과 인력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I 활용 교통사고 위험도 예측 시스템 'T-세이퍼(Safer)'
한국교통안전공단과 카이스트(KAIST)가 개발한 ‘T-세이퍼(Transportation Safety Keeper의 영문 조합)’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교통사고 위험도를 예측하는 시스템이다. 최근 5년간 사업용 자동차 약 7000대에 부착한 디지털 운행 기록장치 데이터 약 2억 건을 비롯해 기관별로 흩어져 있는 운전자 운행특성 정보, 지리정보시스템(GIS, 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정보, 교통사고·차량운행 정보 등의 빅데이터를 통합했다.
이후 AI를 활용해 해당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활용했다. 그 결과 도로 구간을 500m 단위로 구분, 구간마다 사고 발생확률과 심각도(사망·중상·경상)를 고려해 위험도를 알리는 시스템, T-세이퍼를 구축할 수 있었다. T-세이퍼는 구간마다 교통사고 위험도를 0(낮은)~4(높음)단계로 나눠 교통안전 위험지도에 표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T-세이퍼는 폐쇄회로(CCTV) 화면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동차 속도와 교통량·위험운전 행동 등을 분석, 교통사고 위험이 커질 때 실시간으로 도로전광표지판(VMS)을 통해 운전자에게 교통사고 위험성을 알리는 기능도 갖췄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지난해 5월부터 17번 국도 여수∼순천 구간 48km와 21번 국도 전주∼익산 구간 23km를 시범사업 구간으로 정하고, T-세이퍼 시스템을 적용한 결과,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15%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이후 양 기관은 국도 구간에서의 시범운영 결과를 반영해 T-세이퍼를 익산국토청 산하 전 국도와 제주특별자치도, 서울시 동대문구, 경기도 성남시 등의 도로에 적용했다. 올해는 경북 안동과 경주, 대구광역시, 전남 목포시 등으로 확대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T-세이퍼 개발을 주도한 여화수 카이스트 건설 및 환경공학과 교수는 “T-세이퍼는 교통사고 예측뿐만 아니라 원인 분석과 대응 방안까지 도출하는 전례 없는 시스템으로 선행 참고 자료 없이 짧은 기간 안에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며 “향후 시스템 고도화를 위해 사고 예측을 지역을 하나하나 시스템에 패턴화, 시나리오화해야 하는 과제들이 남아있다. 방대한 데이터를 더 많이 확보해야 하므로 여러 지역과 기관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회전 신호등, 스마트 횡단보도 설치 확대
정부는 올해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대책의 일환으로 T-세이퍼 도입과 더불어 스마트 횡단보도와 우회전 신호등의 설치를 확대하기로 했다.
우회전 신호등은 우회전 사고 위험이 큰 지역을 중심으로 설치된다. 녹색 화살표 신호가 켜질 때만 차량을 우회전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우선 설치 대상으로 ▲1년간 사고가 3건 이상 발생한 곳 ▲대각선 횡단보도 ▲차량 접근을 확인하기 어려운 곳이 선정됐다.
스마트 횡단보도 설치도 확대한다. 스마트 횡단보도는 ▲차량 및 보행자 감지기 ▲LED 전광판 영상과 문구 ▲보행자용 블랙박스 ▲바닥 신호등 ▲음성안내보조장치 ▲투과등 ▲적색신호잔여표시기 ▲횡단보도 집중조명 등의 기술을 활용해 횡단 시 발생하는 사고를 막는다. 정부는 이 같은 대책으로 2027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2020년 대비 50% 수준인 1600여 명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연구진, AI로 교통사고 과실 비율 평가 기술 개발
한편 최근 국내 연구진이 AI를 활용해 교통사고 과실 비율을 평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았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지난 10일, 이용구 기계공학부 교수팀이 인공지능(AI)으로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해 교통사고 과실 비율을 평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용구 교수 연구팀은 블랙박스에 찍힌 사고 영상 1200건을 분석해 AI 네트워크에 학습시키는 방식으로 AI 기반 교통사고 과실 평가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하는 데 사람의 주관이 개입하기 때문에 분쟁이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주관성을 배제하고 영상에 찍힌 상황과 정보를 그대로 판단하는 AI를 통해 차도·차선·차량·시간 등의 정보를 동시 분석했다. 인간의 시신경을 모방해 만든 인공 신경망인 3차원 합성곱 신경망 기술로 시간에 따라 차선이 어떻게 바뀌었고, 추돌 상황 시 움직임은 어땠는지 등을 조합해 AI가 교통사고 과실을 최종 판단하도록 설계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교통사고 관련 분쟁은 매년 10만건 이상 발생한다. 특히 까다로운 과실 비율 평가에 변호사 50명으로 구성된 정부 위원회가 매달려 분쟁 1건당 약 75일에 걸쳐 심의하는 등 막대한 인력과 시간이 투입되는 실정이다. 이번 연구성과를 실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다면, 역학조사 기간 축소와 함께 분쟁 심의 기간도 크게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용구 교수는 “향후 연구팀은 AI가 판단을 내릴 때 어떻게 하면 공정성과 투명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며 "이번 연구성과를 인력에 의존하고 있는 사고 과실 비율 판단에 적용할 수 있다면, 심의 기간을 단축하고 그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경일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운전자와 보행자 안전을 확보하고 분쟁을 줄이는 데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은 바람직하고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실제 현장에 도입해 활용한 사례가 부족하므로 무수한 변수, 예컨대 도로 환경뿐만 아니라 각종 법과 선행 판례 등을 충분히 고려해 다양한 실험을 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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