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 엄태화 감독 "박찬욱 감독의 조언, 뼈를 갈아 넣으며 작업" [인터뷰M]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만든 엄태화 감독을 만났다.
재난 이후의 이야기를 극강의 리얼리티로 녹여냈을 뿐만 아니라, 탄탄한 서사와 빈틈없는 배우들의 연기 시너지, 그리고 묵직한 메시지로 호평을 모으고 있는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제96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국제 장편영화 부문 한국 영화 출품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영화의 호평과 이어진 기쁜 소식에 엄태화 감독은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한거 같다."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개봉 이후 기자들의 리뷰, 관객의 리뷰를 살펴보았다는 엄 감독은 "다행히 의도한 것들을 잘 봐주셨더라."라며 장면마다 숨겨 놓은 감독의 의도를 꼼꼼하게 찾아내며, 때로는 감독이 의도하지 않은 장면조차 의미 부여를 하며 다양한 시각으로 봐주는 관객들에게 감사했다.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재미있는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는 그는 "재미있는 영화가 뭘까 생각했을 때, 이입할 수 있는 인물이 있고 이 인물이 여러 사건을 겪으며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 게 재미일 거라 생각했다."라며 이 영화를 만들며 신경 쓴 부분을 밝혔다.
그러며 "원작 웹툰과 다르게 화자를 중학생이 아닌 성인으로 설정했다. 처음에는 원작을 기준으로 놓고 각색을 했는데 예산이 많이 들어가야 하는 영화인데 인물이 수동적이라는 느낌이 들고 이야기가 작게 느껴졌다. 그래서 '종말'에 방점을 두기보다 '아파트'에 방점을 뒀고, 어렵게 '영끌'로 아파트를 장만한 신혼부부를 주인공으로, 이들이 서로를 지켜주기 위해 애쓰는 과정을 능동적으로 하면 어떨까 싶어서 시나리오를 다시 수정했다."라며 지금의 이야기가 완성되기까지 10번~11번의 전체적인 시나리오 수정을 거쳤음을 알렸다.
원작 웹툰을 보면서 배경으로 그려져 있는 아파트가 너무 인상적이었다는 엄 감독은 "한국인의 50% 사 아파트에서 나고 자라며 살고 있다. 보편적인 주거 형태이고 공감하기 쉬운 게 아파트였다. 게다가 한국인에게 아파트는 애증, 애환의 대상이기도 하다. 아파트가 있는 사람들은 가격이 떨어질까 봐 괴롭고 없는 사람은 돈을 모으는 것보다 더 빨리 오르는 가격에 괴롭다. 주거공간이면서도 자산의 개념이라는 게 한국 아파트의 특징이다. 이거 말고도 아파트의 의미가 뭘까를 더 파고드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며 '아파트'에 방점을 둔 이유를 설명했다.
아파트와 관련된 수많은 자료조사를 하다가 박해천 작가의 책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봤다며, 이 책의 제목을 영화 제목으로 쓰게 되었음을 고백한 엄 감독은 "이 책을 그대로 영상으로 옮겨놓고 싶어서 다큐멘터리 팀에 연락을 했고 그렇게 영화의 오프닝 장면이 만들어졌다."며 의외로 책의 저자와 다큐멘터리 PD가 페이스북 친구였다는 비하인드도 알렸다.
이 영화가 만들어진 데에는 뜻밖에 가수 아이유와도 연관이 있었다. 엄태화 감독은 이 작품을 하기 전 SF 장르의 작품을 준비했었다고. 의욕만큼 잘 진척되지 않는 준비 과정에 많이 다운되어 있을 때 아이유로부터 10주년 기념 콘서트 영상 작업을 의뢰받았단다. 엄 감독의 단편영화를 본 아이유가 먼저 제안을 해 아이유의 10년을 영상으로 담는 VCR 영상을 만들었다고. 그 작업을 하면서 촬영 한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는 걸 다시 깨달았고, 작업이 끝날 즘 '유쾌한 왕따'라는 웹툰을 보며 지금의 작업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며 "너무 고마운 인연이었다."라며 슬럼프를 극복하고 지금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된 과정을 밝혔다.
전작인 '가려진 시간'이 2016년에 만들어졌으니 무려 7년 만에 선보이는 후속작이다. "한 작품만 파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 촬영을 많이 하고 싶었다. 이제는 다음 영화를 빨리 찍는 게 목표."라는 엄태화 감독은 "박찬욱 감독에게 중간 편집본을 보여드렸을 때 '시간이 주어지는 한끝까지 하면 좋겠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다."라며 '헤어질 결심'으로 역대급으로 긴 후반작업을 했다는 박찬욱 감독의 조언을 받았음을 이야기했다. 박찬욱 감독에게 영화를 배운 엄태화 감독은 "박 감독도 한 프레임을 넣었다 뺐다 수십 번 하시고 믹싱도 뒤집으시면서 완성도 있게 만드셨다더라. 그래서 저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편집을 넣다 뺐다 하면서 뼈를 갈아 넣으며 작업했다"라며 얼마나 공들여 이번 작품을 만들었는지를 고백했다.
엄태화 감독은 18년 전인 2004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쓰리, 몬스터'를 이병헌과 찍었던 파주 세트에서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찍었다며 "감회가 새롭더라. 똑같은 세트였는데 이병헌의 촬영을 거기서 했다. 기분이 이상했다. 생각해 보니 그때 박찬욱 감독님이 제 나이더라. 재미있는 우연"이라며 붐대를 거꾸로 들고 스태프이자 엑스트라로 출연했던 당시의 기억을 회상했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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