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마' 선언 한마디에 김남국 제명 미룬 비겁한 국회 [사설]
코인 큰손 김남국 의원이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자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기다렸다는 듯이 제명 징계를 미뤘다. "숙고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댔지만 억지스럽고 비겁하다. 어떤 핑계를 대더라도 윤리특위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의 불출마와 징계는 별개 사안이기 때문이다. 두 가지를 억지로 엮어 '숙고'해야 할 아무런 이유조차 없다. 사실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 자체가 터무니없다. 지난 5월 탈당으로 더불어민주당 공천이 물 건너갔을 때부터 출마라는 선택지가 사실상 사라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는 국회 상임위 도중 200차례가 넘는 코인 거래를 했다. 가상자산 규모가 99억원에 달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이 정도다. 무엇보다 그는 "거래액이 너무 소액, 몇천 원 정도" "현금화한 건 440만원" 등 금방 드러날 거짓말로 국민을 속였다. 이것만으로도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 국회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제명을 윤리특위에 권고한 건 이 같은 사안의 엄중함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반성은 없이 끝까지 진상 규명에 비협조적 태도로 일관했다. 불과 얼마 전엔 "(주변에서 내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하는데 그렇게 힘들지 않다"며 국민을 조롱했다. 윤리특위 회의 소집 45분 전에 기습 불출마 선언을 한 게 정상참작 사유가 될 수 없는 이유다. 이게 팩트인데도 윤리특위가 다음번 회의를 30일로 잡았는데,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일주일이나 뒤로 미룰 일인지 모르겠다. 이러니 불출마 선언이 친명계와 사전 조율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실제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최측근 그룹인 7인회 멤버인 김영진과 김용민 의원이 약속이나 한 듯 김남국 동정론의 군불을 때고 나섰다. 김영진은 "마녀사냥" 운운하고, 김용민은 "김남국 힘내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가소롭고 파렴치한 행태다. 김남국은 이미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정치·도의적으로 탄핵된 사람이다. 의원직을 수행할 도덕적 권위 자체가 남아 있지 않다. 이런 사람에게 꼬박꼬박 세비를 주는 건 혈세 낭비다. 일말의 양심이라도 남아 있다면 불출마가 아니라 자진 사퇴하는 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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