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지역예산 대거 편성 … 포퓰리즘 막겠다는건 허언이었나 [사설]
23일 열린 내년도 예산안 당정협의회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면서도 약자를 두텁게 지원하도록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미래를 위해 재정건전성을 구축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 모두 건전재정을 강조했지만, 이날 협의 내용을 뜯어보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재정건전화 의지가 약해진 게 아닌가 의심을 갖게 된다. 당정은 인천발 KTX·수도권 GTX-A 노선 조기 개통 등에 필요한 인프라 예산을 대거 반영키로 했고, 충남 서산공항·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광주 아시아 물류관 체험관, 가덕도 신공항 등 건설 비용도 내년 예산에 적극 반영키로 했다.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일부는 증액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정이 말하는 긴축은 문재인 정부에 비해 재정지출 증가율을 낮추겠다는 상대적이고 소극적인 개념이다. 정부 계획처럼 내년 지출 증가율을 3%대로 낮추면 연평균 8.7%씩 씀씀이를 키운 전 정부와 비교해 긴축예산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라 곳간을 생각한다면 훨씬 더 비상한 각오가 필요하다.
내년 예산이 지난해 대비 3%대 증가한다 쳐도 약 20조원 늘게 된다. 올해 상반기 세수는 296조원으로 1년 전보다 38조원 줄어 역대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그런데도 예산을 20조원 늘리면서 "이 정도면 긴축"이라고 하는 건 안일한 자세다. 국가부채도 눈덩이처럼 증가하고 있다. 2020년 말 846조원이던 게 올해 말에는 11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주요 선진국들 중 가장 빠른 증가 속도다. 당정이 밝힌 것처럼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지출은 필요하지만 선심성 지역 예산은 곤란하다. 수백억 원씩 들여 완공해놓고 이용객이 없어 만성 적자인 지방 경전철, 공항, 전시관 등 사례는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많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또 지역 개발 요구가 봇물 쏟아지듯 나올 게 뻔하다. 집권여당이 솔선수범해 포퓰리즘 유혹을 떨치고 건전재정 원칙을 견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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