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AI 그림은 위작?

김인수 기자(ecokis@mk.co.kr) 2023. 8. 2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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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그린 그림이 작년 3월 미국 콜로라도주 박람회 미술전에서 1등 상을 받았다기에 일부러 그 그림을 찾아본 적이 있었다. 깜짝 놀랐다.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이라는 제목이 붙은 그 그림의 장엄함에 압도됐다. 그림만 놓고 본다면 예술적 가치를 부인하기 힘들었다. 해당 그림을 출품한 제이슨 앨런은 그 이후 줄곧 미국 저작권 사무소에 AI가 그린 그림의 저작권을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1등을 할 정도로 예술성이 있으니 저작권도 달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저작권 사무소는 그 요청을 계속 기각했다. AI가 그린 그림에는 인간의 수고가 들어 있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법원 역시 22일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미국 워싱턴DC의 연방 판사 베릴 하월은 한 발명가가 AI로 만든 예술품의 저작권을 인정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법원은 인간의 개입 없이 만들어진 작품에 대해 일관되게 저작권을 부인한다"며 기각했다.

저작권 사무소와 법원의 논리는 위작의 예술성과 저작권을 부인하는 근거와 비슷하다. 어떤 위작은 그림만 놓고 보면 너무나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17세기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작품이라고 했던 '엠마오 집에서의 저녁 식사'는 세계 평론가들이 그 예술성에 감동받았다며 극찬했다. 그러나 위작 사실이 들통나면서 예술적 가치가 어느 날 갑자기 제로가 됐다. 위작자는 "그림은 어제나 오늘 그대로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나"라고 항의했다.

그러나 미학자 데니스 더턴이 밝혔듯이 예술은 "수행(performance)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연주나 공연뿐만 아니라 그림 역시 예술가가 어떤 일을 수행하는 과정을 통해 성취되는 것이다. 반면 위작은 그 수행 과정이 오염됐다. 남의 성취를 도용했기 때문이다. 저작권과 예술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AI가 그린 작품 역시 다르지 않다. '그림이 아름답다'는 말은 들을 수 있어도 예술은 아니다.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만들어낸 그림에는 예술가가 수행을 통해 얻어낸 성취가 없다. 위작에 가깝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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