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1초라도 빨리…차량 적은 차선 골라 달린 긴급차량(종합)

긴급차량 주행 중 유유자적 횡단보도 건너는 시민도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민방위 훈련 공습경보 발령. 가까운 대피소나 지하 시설로 대피하시고 통제구간 운행 차량은 도로 오른쪽에 정차 후 라디오를 청취하시기를 바랍니다.'

23일 오후 2시 공습경보가 발령되자 제주시 이도동 제주소방서 이도119센터에서 제주도 자치경찰단 순찰 차량과 119 소방 차량이 사이렌을 울리며 출동했다.

목적지인 노형오거리로 가기 위해 편도 3차로인 연북로에서 이들 차량이 줄지어 달리자 앞서 주행 중이던 일반 차량은 긴급차량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순순히 차선을 변경하거나 비상등을 켜고 멈춰 섰다.

하지만 긴급차량이 연북로를 달리는 내내 빈 차선은 없었다. 긴급차량은 일반차량이 가장 적게 줄지어 있는 차선을 재빨리 판단해 계속해서 차선을 바꿔야 했고, 일반 차량이 차선을 변경해 주기를 기다려야만 했다.

행정안전부 문자와 같이 도로 오른쪽에 정차한 차량은 보이지 않았다.

노형오거리에 다다랐을 때는 긴급차량에 아랑곳하지 않고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시민에 정차해야만 했다.

긴급차량은 주로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했다. 직진해야 하지만 도로 상황이 녹록지 않은 탓에 좌회전만 되는 차선으로 이동했다가 다시 직진하기도 했다.

15분간 민방위 훈련이 끝나고 나서도 길 터주기 훈련은 계속됐다.

하지만 민방위 훈련과 함께 길 터주기 훈련도 종료된 줄 알았던 시민이 교차로에서 별생각 없이 녹색불에 운전하다 긴급차량에 화들짝 놀라 급정거하는 상황도 연출됐다.

혼선도 있었다.

긴급차량은 제주 KCTV 사거리에 다다르자 교차로에서 주행하는 차량이 많지 않았음에도 빨간 신호에 멈춰 섰다.

당시 훈련한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왜 해당 지점에서 멈춰섰느냐는 기자 질문에 "해당 구간은 제주경찰청이 운영하는 신호 위반 단속 카메라가 설치된 곳인데 훈련 전 협조 요청 공문을 미처 보내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방 측은 전날 구두로 경찰에 협조를 요청, 추후 과태료가 부과될 시 면제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훈련 참여자들에 실전 같은 훈련일지라도 안전상 위험하다고 판단될 경우 무리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으며, 당시 교차로에 차가 오고가는 상황이라 멈춰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긴급차량은 노형오거리에서 제주시버스터미널을 거쳐 24분 만에 다시 제주소방서에 도착했다.

이날 제주소방서 이도119구급센터 긴급차량이 실제와 같은 출동 훈련을 벌인 13㎞ 구간은 교통량이 많아 평소 주행 시 35분 이상 소요되지만, 이날은 그보다 10여 분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실전 같은 훈련을 벌이면서 일부 혼선을 빚고, 여전히 아쉬운 시민의식 등은 '옥에 티'로 남았다.

이날 제주소방서 이도119센터뿐 아니라 다른 제주지역 119센터 등 전국에서 길 터주기 훈련이 실시됐다.

소방청에 따르면 교차로를 주행 중인 차량은 출동하는 구급차 등 긴급차량을 발견하면

도로 오른쪽 가장자리에 일시정지해야 한다.

편도 1차선 도로에서는 오른쪽 가장자리로 최대한 진로를 양보해 운전하거나 일시정지하고, 편도 2차선 도로에서는 2차선으로 양보 운전해 긴급차량이 1차선으로 지나가도록 해야 한다.

편도 3차선 이상 도로에서는 긴급 차량이 2차선으로 지나갈 수 있도록 1·3차선으로 피해 운전하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긴급차량이 보이면 보행자는 잠시 멈춰 서면 된다.

소방기본법에 따라 소방차에 진로를 양보하지 않거나 소방차 앞에 끼어들거나 가로막는 행위, 그 밖에 소방차 출동에 지장을 주는 행위는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dragon.m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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