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약속 지켰다…한화오션에 2조 투자
'방산·친환경·해상풍력·스마트야드' 4대 축 완성
한화오션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다. 한화는 옛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당시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이번 투자는 그 시작으로 보인다. 이번 투자의 대부분이 시설과 연구·개발 등에 집중돼있다. 한화오션은 이번 투자를 토대로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겠다는 생각이다.
'방산·친환경·해상풍력·스마트야드'에 힘 준다
한화오션은 이사회를 열고 약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유상증자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 관계사들도 참여한다. 이들이 참여하는 규모는 우리사주 지분을 제외한 최대 7700억원 규모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유상 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신주 배정일은 오는 9월 25일, 구주주 청약은 11월 8일부터 이틀 간 진행된다. 일반 공모 청약 기간은 11월 13~14일이다.
한화오션은 이번에 확보한 자금으로 해양 방산의 해외진출을 위한 거점을 확보할 예정이다. 또 친환경 연료 기반의 추진체계와 친환경 운반선, 자율주행 선박 기술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40년까지 ‘매출 30조원, 영업이익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화오션은 이번에 확보한 자금 중 약 9000억원으로 글로벌 안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무인·첨단 기술과 함께 해외 생산 거점도 확보에 활용할 예정이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해양 방산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초격차 방산’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지정학적인 위기에 따른 국방예산의 증가로 전 세계 함정 시장 규모는 향후10년간 누적 기준 약 9860억달러(약 132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중 한화오션은 약 2430억달러(약 325조원) 규모의 잠수함과 수상함 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해양 방산 기업으로 빠르게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캐나다와 네덜란드, 폴란드 등 북미와 유럽에서 차기 잠수함 사업이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잠수함용 ESS와 한화시스템의 무인 전투체계 등을 결합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향후 해외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친환경 제품 및 기술 수요에도 적극 대응한다. 한화오션은 이번 유상증자로 확보한 대금 중 약 6000억원을 투자해 암모니아와 메탄올, 수소 기반의 ‘친환경 추진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했다. 암모니아·이산화탄소·수소 운반선도 개발한다. 오는 2030년까지 ‘레벨 4’ 수준의 완전자율운항이 가능한 스마트십 기술도 확보할 계획이다.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에도 약 2000억원을 투자해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한화그룹의 에너지 개발 역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해양 풍력사업의 ‘개발’뿐 아니라 해상풍력 설치선, 하부구조물, 해상변전소 등의 제작·운송·설치와 유지·보수로 이어지는 해상풍력 토탈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생각이다.
한화오션은 약 3000억원을 투자해 자동화 기반의 ‘스마트 야드’를 구축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로봇 및 자동화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하고 스마트팩토리와 물류자동화 등으로 조선소 전체를 빅데이터 기반의 거대한 스마트 야드로 전환할 계획이다.
권혁웅 한화오션 대표이사는 “이번 대규모 투자를 통해 조선업의 본질적인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것을 넘어 미래 해양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전 세계가 직면한 안보와 기후 위기에 해결책을 제시하는 글로벌 혁신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증자 참여 안할 듯
이번 증자에 산업은행의 참가 여부도 관심이 쏠린다. 산업은행은 현재 한화오션 지분 27.55%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작년 9월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에 넘기면서 지분율이 대폭 낮아졌지만 여전히 유의미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산은은 이번 유상 증자에 참여할 경우 최대 약 1971만주3600여주에 달하는 신주를 인수할 수 있다. 약 44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하지만 산은이 증자에 참가할 가능성은 극히 낮은 상황이다. 한화오션의 완전 민영화라는 과제가 남은 상황에서 굳이 증자에 참여할 이유가 없어서다. 산은이 이번 증자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한화오션에 대한 지분율은 자연스럽게 낮아지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산은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번 증자에 참가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이번 증자에 나설 경우 한화오션을 완전 민영화하겠다는 산은의 명분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산은이 증자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실권주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대신증권, 신한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증권사가 떠안게 된다. 산은 측은 조만간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신주 할인율이 워낙 좋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실권주가 발생할 것으로 고려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만약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증권사들이 잔량을 떠안는 구조"라고 말했다
정재웅 (polipsycho@bizwatch.co.kr)
나은수 (curymero0311@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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