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주요국 '공급망법' 봇물 … 경제안보법 서두르자
지난 7월 27일은 정전협정 70주년이었다. 6·25전쟁은 우리에게 말로 형언할 수 없는 큰 피해를 안겨줬다. 인명 피해만 100만명에 달하고 대부분의 국토가 폐허가 됐으며 산업시설도 거의 파괴되어 우리 국민은 생존을 위협받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놓였다. 한국을 위해 참전한 미국도 큰 희생을 치렀고, 국가안전보장 측면에서도 많은 변화를 겪게 됐다. 미국은 한국전쟁에서 14만명의 젊은이들이 희생됐으며, 긴급한 전쟁물자를 공급하기 위해 국방물자생산법을 제정했다. 국방물자생산법은 현재까지도 미국의 긴급 물자 조달 체계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법에 근거해 미국 대통령은 안보 분야에 필요한 물자 공급을 특정 민간 기업에 요구하고, 물자 생산 기업에 재정적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 전략물자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행정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미국은 팬데믹 시기에 마스크와 인공호흡기 같은 필수 의료품이 부족해지자 국방물자생산법을 발동하여 민간 기업에 관련 물자를 생산하도록 했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반도체, 2차전지, 희토류, 바이오(필수 의약품) 등 국가 첨단전략 산업의 공급망을 해외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될 경우 경제안전보장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고, 이들 산업에 대한 공급망을 자국 또는 우방국으로 재편하고 있다. 반도체 과학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도 이 같은 정책의 일환이다. 조 바이든 정부는 지난 3월 인쇄회로기판과 차세대 패키징 등 첨단제품의 미국 내 생산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방물자생산법을 발동했다.
일본의 경우 공급망 강화, 기간산업 물자 확보, 첨단기술 보호를 위한 경제안전보장법을 제정했다. 유럽연합은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전략 자원을 확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핵심자원법을 발의하고 경제안전보장 전략을 발표했다. 독일은 특정국에 공급망을 과도하게 의존하게 되면 경제안전보장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바탕으로 위험 제거(디리스킹) 전략을 마련했다.
한국도 경제안전보장을 국가의 존립 기반으로 인식하고 이를 담보하기 위한 치밀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선진국처럼 경제안전보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미국의 국방물자생산법, 일본의 경제안전보장법과 같은 경제안보 컨트롤타워법의 제정이 시급하다. 경제안전보장을 위해서는 핵심 자원 확보, 전략 산업 육성, 이를 위한 인재 확보 방안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의 고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경제안보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기 위한 관련법으로 공급망 기본법 제정이 논의되고 있다.
둘째, 글로벌 지정학과 지경학 상황 변화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토대로 우리 나름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핵심 전략 자원을 대부분 해외에서 조달해야 하고 시장 규모가 작아 선진국과 같은 자국 중심의 경제안보 전략을 적용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셋째, 경제안전보장을 위한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기축통화국인 선진국처럼 대규모 재정을 지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핵심 자원 확보, 첨단기술 개발, 첨단산업 육성 등에 있어 민간의 창의성과 역동성 발휘가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구자현 KDI 글로벌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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